이틀전 남친 생일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날 만나서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 할줄알았죠.
하지만 회사 일 때문에 인천에 있다고 하여 (제가 오후 6시쯤 연락해서 오늘 몇시쯤 볼거냐고 물었을때 인천이란걸 알았음) 오늘 못볼것같다고합니다.
뭐 오해없이 믿고있습니다. 인천쪽에 처리해야할 일이 있었다는건 주말부터 알고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어제 남친 만나고 왔는데요.. 저는 경기도에 살고있고 남친은 서울에 살며 회사도 서울입니다.
여느날처럼 (열번중에 여덟번은) 제가 운전을 해서 남친 끝날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가서 만났어요.
몇일동안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여러 고민에 빠져 시간을 보냈던 저였기 때문에
남친을 만나서 어떠한 대화라도 할거라 기대했습니다..
우선은 저녁을 먹으러 강남 흑xx 라는 고기집에 갔어요.
저희 엄마께서 남친 생일인데 너가 밥이라도 사주라며 카드를 주셨거든요.
가는길에 제가 '엄마가 오빠 밥 사주라고 카드 주셨다. 많이 먹구 선물은 준비 못해서 미안하다고 필요한거 말해주면 사주겠다' 하니
그냥 괜찮다고 합니다..(물어보는것도 좀 이상하긴하지만.. 꼭 필요한걸 사주고싶은 마음에.....)
고기를 굽는동안에는 핸드폰만 보며 단체톡을 열심히 하더라구요. 남친은 자주 그래요..
왠지 어제는 그 모습이 좀 싫었습니다.. 서운하기도하고 무성의한것같고..
정말 말없이 후다닥 음식을 헤치우고 밖으로 나왔어요.
대화는 둘째치고 어머니께 잘 먹었다고 인사라도 전해드려 라는 말이라도 해줄줄알았는데..^^;
표현의 차이다 생각하며.. 이해했습니다.......
저희는 평일에 만나면 저녁먹고 커피마시고 헤어지던지 아니면 저녁먹고 숙박을 하러 갑니다.
어제는 같이 있자고 하여 남친 집에 들려 전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남친은 다음날 출근준비를 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모텔을 가는길에 xxxx 커피숍 앞에 잠깐 세워달래요. 다이어리 교환날짜가 오늘까지라며..
그 매장엔 다이어리가 없다하여 근처에 같은 커피숍을 찾아 거기로 갔습니다.
나 화장실 가고싶다 하니깐 그럼 차를 빼줘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고 화장실도 갈겸 저에게 교환해올려냐고 합니다.
알겠다하고 들어갔는데 다이어리 사이즈가 두종류이고 내용도 다르다기에 차에 있는 남친에게 다시 가서
어떤걸로 교환해오냐니깐 여러가지 뜻이 담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아 그냥 내가갔다올게' 하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고기집에서부터 계속 기분이 좋지않았습니다.. 그 반응을보니 좀 어이없기도했어요.
그 다이어리는 어디에 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런거 쓰는 사람은 아닌데요;; 본인이 쓸려고 하는거냐니까는 대답을 안했어요.
누구를 줄려는건지도 모르죠.. 거기에 저는 기사노릇만 하고 있는 생각이 들었어요.
번화가 중심에 있는 커피숍에 차를 가지고 들어간거라 사람도 많고 비켜주지도않으니 짜증이 더 증폭됬습니다.
그러던중 한 여성분이 정신팔고 차를 피하는게 아니라 치일뻔하게 걷는겁니다. (브레이크로 운전중...)
클락션을 누르며 너무 놀라고 짜증이 순간 폭발해서 '아 씨' 이러니깐 남친이 ' 야 나 그냥 집에갈래' 라는거에요 ㅋㅋ
왜 그러냐니까는 제가 짜증을 내는데 같이 있어서 뭐하냐고 그럽니다. 자기 여기서 내려서 가겠데요;
그래서 내가 기분 상한게 있음 풀면되지 그냥 집에 가버리면 뭐 어떻게 하자는거냐 물었더니
알겠다며 결국 모텔로 갔습니다.
이 전에 저희 기념일때도 남친이 제가 꿍하게 있었는데 자기가 풀어주려해도 계속 꿍하다고
만난지 한시간 반 만에 집에 가버렸거든요ㅡㅡ;;
아무튼 편의점에서 캔맥주 사온걸 하나씩 먹으며 티비를 봤습니다..
그리고 씻고 누웠죠. 남친은 바른생활사나이라 거의 12시쯤엔 잡니다.
우리 이야기는 언제하나..싶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일과를 설명 하는동안 읽으시는 분들도 왠 삼천포인가 하셨을지도 몰라요..
저는 오죽 답답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먼저 말 꺼냈습니다. 우리 동성동본 .. 앞으로 어떻게 지내고 싶으냐고..
그랬더니 그냥 웃음띤 얼굴로 말을 안하더라구요.
아버지 반대때문에 어짜피 결혼은 안되잖아..? 했더니 응 안되지 하더라구요..
그럼 우리 만남은 어떻게해? 하니 또 대답을 피해요;
헤어질생각 하면서 만나야되냐니깐 에구 졸리다 자야겠다.. (반농담투로) 하길래 저도 더이상 말 안했고
혼자 등돌리고 누워 있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그냥 그대로 자다가 아침에 남친 회사 앞에 데려다주고 저는 집에 들어왔어요..
오는 길에도 공허함과 남친에게 나란 사람은 무언지 마음이 무거웠고 생각해보니 어제는 같이 있어도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엄마 화장대에 카드 올려놓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집안 차이도 많이나고 남친은 장손이고 좋은 선자리도 봐주신다고 결혼을 서두르시고
제가 아무리 공직이 된다고 해도 남친 부모님 욕심엔 제가 한없이 초라해보일 수 있는데..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남친이고 그런 조건이나 환경속에서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남친뿐인데..
남친은 이렇다한 말을 해주질 않더라구요..
더군다나 동성동본이란걸 알고나서는 더 심난하고 앞으로 우리 만남이 불확실해지고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친은 왜 아무말이 없는건지... 이 전에 전화 통화로 제가 그럼 우리 헤어져야하는거냐 했을때 아직 이 문제로 당장 헤어지는건 아닌것같다.
만나서 이야기하자 라고 해놓고 말도 안하고 오히려 피하는것같고..
아직 생각이 많아서 본인도 신중한건진 모르겠으나 어제의 만남은 오히려 저를 더 나락으로 빠트린것같습니다.
저는 사실 위로받고 싶었고 대화를 통해서 헤어짐이 아닌 관계를 더 두텁게 만들고 싶었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것같네요...... 저 혼자서 이렇게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걸까요..
남친이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편이긴한데 이 문제도 그냥 물 흐르듯 조용히 흘려보내는게 맞는건지....
또 주절주절.. 복잡한 심정을 간결하게 추스리지 못하고 결국 장문이 되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