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신에게 누군가 상대성이론 공식을 던져줍니다. 연필로 나름 답을 입력하지만 맞을 리가 없죠. 그런데 당신이 쓴 답을 보고 사람들이 아연하고 놀라고 분노하고 공격하고 살인마라고 욕하네요. 당신은 어리둥절합니다.
당신이 상대성이론 공식을 풀지 못하듯이 발달장애인은 인형을 던지는 것과 아이를 던지는 것의 차이를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행위와 결과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것을 법학에서는 '판단능력의 부재'라고 부르며 위법성 조각사유가 됩니다. 예전에는 이런 판단능력이 없는 자를 금치산자라고 불렀는데 요새는 바뀌었나 안바뀌었나 모르겠네요. 아무튼 3살박이 아이가 1살박이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서 죽여도 10년을 감옥살이 시키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죠.2.결국 많은 오유인의 바람과는 다르게 저 발달장애인은 형벌을 받지 않을겁니다. 판단능력이 없기 때문에 무죄가 되고, 형벌의 목적은 죄에 벌이 따른다는 것을 알려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건데 그를 가두나 가두지 않으나 어차피 그는 교화될 수 없어요. 자신이 왜 감옥에 있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여기서 그를 죽이는 건 앙갚음의 논리이자 '살처분'의 논리인데 그는 판단능력이 없을 뿐 인간이거든요. 여러분들이 상대성공식을 풀지 못하면 도덕적으로 해악이 되는 사회에 가서도 인간이듯이 말이죠.결국 형벌의 논리가 아니라 보호의 논리로 치료감호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구요.이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지금 이 대한민국 및 많은 법치국가를 유지시키고 있는 논리입니다. 아무리 오유인이 분노하고, 나중에 저 발달장애인에 대해 무죄가 나오고 치료감호 조치가 나와서 선동을 해봤자 변하지 않아요. 아니. 혹시나 오유인급 감정과 논리로 저 발달장애인에게 형벌이 가해지면 그게 대한민국 사회의 위험신호가 될겁니다.
3.그렇다면 책임은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막을 수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아이의 보호자, 발달장애인의 보호자, 어린이집 담당자, 그리고 우리.
아이의 보호자는 발달장애인을 인간으로 믿었을 뿐 그 밖의 도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사건을 봐도 100kg에 180cm이 넘어가는 친구를 막으려고 했지만 막을 수도 없었구요.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의 보호자는 어떨까요? 이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적어도 두 가지는 있었겠지요. 첫째, 발달장애인을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둘째, 발달장애인을 항시 곁에 두고 적어도 활동보조인 같은 사람을 두는 것이죠.
그런데 발달장애인을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혹은 정부에서 그걸 못하도록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는 말은 가혹할 뿐더러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저 글에도 나왔지만 발달장애인이 아이를 살해하는 일은 이번이 대한민국에서 '처음'이랍니다.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로 따지면 낮을 겁니다. 범죄의 위험만으로 격리해야 한다면 발달장애인을 뺀 나머지 모든 사람을 격리하고 일만 시켜야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두번째는 발달장애인을 항시 곁에 두고 적어도 활동보조인 같은 사람을 곁에 두는 건데. 부모의 책임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당시 부모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잠시 화장실을 가더라도 다른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겼어야 했습니다. 활동보조인이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것도 부모의 책임으로 어느정도 연결되죠. 이는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고 이런 부분에서 부모(만약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활동보조인)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겁니다.
4.복지관 담당자도 비슷한 의미에서 발달장애아이를 잘 감시하고 만약의 행동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나옵니다. 그런 곳은 언제나 예산이 적고 환자는 많은 법이지요. 예산이 부족하면 일을 할 사람이 적고 일하는 사람들은 적은 돈에 많은 일을 하면서 눈돌아가게 바쁘게 일합니다. 사회복지사들이나 담당 공무원들이 괜히 자살하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여기서 책임은 편하게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이런 사안에 대해서 관심을 더 가지고 돈을 더 지원하자는 말을 하지는 못할 망정 격리를 시키라느니 가두라르니 항상 감시하라느니... 책임만 더 얹고 무책임한 말만 내뱉는 오유인 같은 사람들이나 그걸 여기서 비꼬고 앉아있는 저같은 사람이요. 정신지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요령을 교육받은 적이 있나요? 그들과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요? 발달장애인을 낳은 집이 어떤 분위기 인지는 아나요? 무책임하게 가두라느니 하는 동안 얼마나 가정과 관련 일하는 분들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지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나요?
여러분의 아이도 발달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오유인이 위에 무책임한 댓글들처럼 아우성치는 세상이 실현되었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두가지겠죠. 아이를 항상 감시하면서 아이를 예비범죄자쯤으로 보는 사람들 등쌀에 별다른 지원도 못받는 복지사분들에게 도움을 받아가면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버리거나, 그것을 못견디고 아이를 '살처분' 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