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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과학소설]물이 투명한 이유.
게시물ID : science_94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의목소리
추천 : 4
조회수 : 1776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2/01/30 10:04:29
"물이 투명한 이유." 
뜬금없이 튀어나온 네쥬의 말에 나는 읽고 있던 과학잡지로부터 눈을 돌렸다.
“물이 왜 투명하냐고?”
내가 한 질문에 네쥬는 그저 불붙은 알코올램프를 좌우로 흔들 뿐 별다른 대답을 주지 않았다. 이 침묵은 내 질문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의미다. 
언제나 그렇다. 둘이서 조용히 과학실에 있노라면 네쥬는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던지곤한다. 그리고 그질문들은 모두 과학과 연관된 질문으로, 내 연합뉴런을 곤혹스럽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네쥬의 질문은 진정한 의미의 질문이 아니라 해답을 알려주기위한 운띄우기 정도라는 것.
“글세? 투명하다는건 빛이 통과한다는건데, 별로 이유는 모르겠어. 그냥 우연이 아니야? 주사위 눈이 어쩌다가 1이 열 번나왔다 라는 것 처럼 말이야.”
뭐, 내 생각은 그렇지만 역시나 네쥬는 불만족스럽다는듯. 실험테이블에 엎드린체 알코올램프를 노려보았다.
분명 네쥬는 저 알코올램프를 보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고 그 사실을 내게 자랑하기 위해 ‘물이 왜 투명한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거다. 하지만 난 저 알콜램프의 푸른 불꽃과 네쥬가 던진 ‘물이 투명한 이유’라는 질문 사이에서 아무런 연관성을 찾지 못하겠다.
애초에 이 두사이이에서 연관성을 느끼는건 전교, 아니 전교세계를 통틀어 네쥬녀석밖에 없다.
그러니까 요점은 네쥬녀석은 과학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거다?
“무지개, 색은?”
네쥬는 여전히 테이블에 엎드린 체 말했다.
아무리 청소를 했다지만 잔류 화학물질이 테이블에 남아있을 거다. 그런데도 매일 매일 저자세로 볼을 책상에 비비적거리면서 그 흔한 피부트러블 하나 생기지 않는 네쥬의 피부. 저녀석의 피부엔 슈퍼울트라화학분해 효소라도 생성되는 걸까.
잠시 그런 쓰잘때기 없는 생각을 하다 네쥬의 질문에 대답했다.
“무지개는 흔히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이지. 문화에 따라 색종류나 이름은 다 다르....”
“더 있어.”
나왔다. 네쥬 전매특허 말끊기.
“적색은 시작이 아니고 자색도 끝이 아니야.”
“적외선, 자외선 이야기 하는거야? 하지만 그건 눈에 안보이잖아.”
“생명이 탄생한 곳.”
“바다.”
네쥬는 역시 너무 뜬금없다. 방금전까지 무지개 이야기 하고 있었던것 아니었어? 물이 투명한 이유를 묻고 너무 이리저리 튀는데? 그보다 이런 네쥬의 적응해버려서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나도 문제다.
“바다도 물이야.”
바다는 소금물 아니야? 라고 말하려다가 왠지 네쥬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아챘다. 네쥬는 지금 나를 답으로 유도하고 있는거다.
“유리체.”
흐음, 어디보자. 지금까지 네쥬가 한 말을 정리해보면.
1.적외선, 자외선 우리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빛.
2.물에서 탄생한 생명체들
3.유리체, 눈알안에 있는... 쉽게 말해 물.
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물이 투명한 이유.
“...”
모르겠다.
혹시나 해서 네쥬를 돌아봤지만 힌트는 충분하다는 뜻인지 완전히 침묵중이다. 자기가 던져 놓은 조약돌을 하나하나 주우면서 나보고 따라오라는 뜻이다.
머릿속에서 네쥬가 던져 놓은 조약돌을 차분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
얼마쯤 따라갔을까. 네쥬가 유도한 목적지에 도달한 나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어서 나는 어지럽혀졌던 책상을 정리하듯, 엎드려 있는 네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물이 투명하지 않다면, 눈이 존재 할 수 없어.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은 사방이 컴컴해 눈은 필요없어. 사람의 눈속에도 물이 있으니 마찬가지야. 물이 투명하지 않으면 빛이 우리눈안에 있는 물을 통과하지 못해.”
“......아니야.”
아니라고? 나름 잘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답선언을 당했다. 
네쥬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물이 투명한게 아니야.”
마지막 조약돌을 이쪽을 향해 던졌다.
“뭐? 물이 투명하지 않다고? 질문이 ‘물이 투명한 이유’아니었나?”
땅에 떨어진 마지막 조약돌을 보며 왠지 네쥬가 나를 골려 주려는 게 아닐까 싶엇지만 나는 네쥬를 믿고 한걸음 더 걸어 나갔다.
네쥬의 음흉하고도 치밀한, 하지만 그렇다고 밉지않은 웃음이 나타났다. 내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아! 알았다! 물이 투명한게 아니야! 적외선, 자외선에 물은 투명하지 않아! 오직 가시광선만 물에 투명해!”
내가 깨달은 것을 흥분해 소리쳤다.
“물이 투명한 게 아니라, 물에 투명한 빛만 볼 수 있도록 우리가 진화한 거야!”
오오 멋지다. 과연 네쥬는 이걸 노린건가.
-쪽
“응?”
엎드려 있던 네쥬는 깜상자마낭 갑자기 튀어올라 내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는 다시 순식간에 원상복귀 해버렸다. 뭐냐 이건.
“상.”
“뜬금 없기는.”
이건 금란고등학교 본관 3층 과학실을 부실로 사용하는 과학부의 비밀스럽고 과학적인 이야기.
“그런데 말이야 네쥬. 갑자기 왜 그런걸 물어본거야?”
“알코올렘프. 적외선.”
“...”
역시 네쥬는 뜬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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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잠깐 쓴 소설을 옮겨 써봅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저는 오타쿠니까요. 제 취향압니다. 존중해주시졍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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