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는 아니고 제 친구 이야기입니다.
제 친구는 통통한 편이었어요. 키 164에 60키로 정도였던것같아요. 근데 한 3년만에 이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정말 뼈밖에 안남은 몸이 되었어요. 저는 처음에 너무 놀랐지만 친구한테 물어보면 상처받을까봐 그냥 내색을 안하고 있었어요. 근데 제가 표정관리가 잘 안됐는지 친구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해줬습니다. 방학동안에 살을 좀 많이뺐다. 좋아하던 남자아이한테 모욕적인 말을 듣고 독하게 결심을 했다고. 근데 자기도 처음에는 이렇게 많이 빼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앞자리 4만 되면 적당히 유지를 할 계획이었는데 몸무게라는게 가속이 붙으면 계속 빠진다고 하네요. 그래서 처음에 본인도 거기에 성취감도 느끼고 재미도 느껴서 새모이만큼 먹고 운동은 계속하는 식으로 자신을 푸쉬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만났을때는 많이 살이 붙은거라고 했지만 제 눈에는 3년전 모습과 너무 달라서 여전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자신이 말랐다고 딱히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냥 조금만 더빼면 더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대요.
이 단계가 제일 무서운 단계인것같습니다. 자신의 몸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되었을때,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들리지 않기때문에 몸을 강행해서 다이어트를 계속하게되죠. 그래서 42키로까지 몸무게가 내려갔고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친구는 거식증은 아닙니다. 단지 적게먹고 계속 운동을 강행했던것.
생리가 멈추고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고 시도때도 없이 어지럽고 길가다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진짜 되게 밝은 친구였는데 피해의식이 심각했고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것같았어요. 너무 마음도 아프고 왜 그랬냐고 화도 나고 아무튼 친구를 보면서 다이어트가 사람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수도 있다는걸 느꼈어요.
뚱뚱하다는 말 무심코라도 함부러 하지 마시고... 제발 자기자신을 사랑하시고 다이어트는 적당히 하고 멈추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쨌든 몸은 소모품이고 다치기는 쉽지만 회복은 매우 더디니까요.
제 친구는 다행히도 그때이후로 한약먹고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있습니다...
하지만 요즘도 가끔 이럽니다,'그때처럼 살 한번 빼볼까. 나 요즘 너무 너무 살쪘어.' 진짜 어퍼컷 날려주면서 때려말리고 있습니다...
주위에 갑자기 살이 많이 빠진 친구 있으시면 (계속 살이 빠진다거나) 꼭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단,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