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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인종주의적 전라도 혐오발언 대책 마련 국회 토론 발제문
게시물ID : sisa_569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mbm121212
추천 : 1/2
조회수 : 166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1/09 14:52:32

아크로 미투라고라 필명쓰시는.. 

지역차별극복평등연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주동식님의 국회 토론 발제글입니다.





인종주의적 혐오발언 대책 마련 국회 토론회 발제문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주동식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 대표


우리나라 온/오프라인의 혐오 발언은 그 종류와 성격이 상당히 다양하지만 가장 규모가 크고 장기적이며 악질적인 것이 특정 지역 즉 호남에 대한 혐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제 발제는 호남 지역에 대한 혐오 발언의 현황과 심각성을 짚어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점,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1. 호남에 대한 혐오, 왜 인종주의인가?

(슬라이드 2) 온/오프라인에서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호남 지역 및 호남 출신, 호남의 정치성향에 대한 혐오감의 뿌리에 일종의 인종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호남에 대한 공격을 지역감정 또는 지역차별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그게 어떻게 인종주의가 될 수 있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사전적인 개념의 인종주의를 기준으로 한다면 호남에 대한 혐오는 인종주의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종주의적 사고방식의 핵심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조건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흑인이나 유대인이 그렇게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닌 것처럼, 호남 사람, 영남 사람, 충청도 사람들도 자신의 출생지를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타고난 조건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타고난 조건을 이유로 사람을 비난하고 모욕하기 시작하면 무슨 수를 써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같은 인종집단 내부의 유전적 차이에 비해 훨씬 사소하다고 합니다. 결국 인종주의적 관점이란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다른 사회적 집단을 증오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편협한 논거를 과학과 합리라는 외피로 포장한 것입니다. 1965년 유엔총회에서도 지역차별을 인종주의의 한 갈래로 규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호남혐오증에 인종주의적 편견이 내재돼있다는 것은 온라인에서 호남을 폄하하는 표현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호남을 공격할 때 쓰이는 종특 즉, 종족 특성이라는 표현은 호남이 애초부터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는 편견을 깔고 있습니다. 호남에 대한 공격을 나름대로 다른 인종에 대한 그것으로 포장하여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세월호 사건에서도 이런 편견과 악의는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슬라이드 3)


-역시 또.. 설마 했더니 전라국이네요.. 아무리 대한민국서 제일 가깝고 가기 쉬운 해외라 해도 전라국으로 여행가는건 아니라고 들었어요(yas0****)

-한국인이 안죽고 절라디언이 죽어 다행이지 않겠노 ㅋㅋㅋㅋㅋㅋㅋ(cafe****)

-선장이 잘못했네. 다른 나라 해역에 들어 갈 땐 반드시 사전에 통보해야 하는데 그냥 들어가니까 쳐들어오는줄 알고 그쪽에서 어뢰 쏜듯(dori****).

-간만에 전라도에서 흐뭇한 소식이네. 염전 조심해라 ? 점심 신나게 홍어탕 먹어야지(schu****)


이 댓글들은 우리나라 최대의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의 세월호 관련 기사에 달린 것들입니다. 아시다시피 호남 지역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장소일뿐, 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호남은 이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댓글들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안 좋은 사건이 전라도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월호 이준석(이준석,경상도출신임) 선장이 호남 출신이고 청해진해운의 청해진이 과거 완도의 지명이라는 이유로 그 회사도 호남 회사라는 소문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지금도 막무가내로 이준석은 호남 출신이고 이런 사건이 일어난 호남은 악마의 땅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 댓글의 표현을 주목해보십시오. 전라국, 해외, 한국인이 아닌 절라디언, 다른 나라 해역 등등 어떻게든 호남과 대한민국을 분리해서 별개의 것으로 인식시키려는 악의가 담겨 있습니다. 호남을 향한 저주와 증오가 합리적인 근거나 논리가 아닌, 한번 덧씌우면 어떤 노력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악마적인 인종주의적 프레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2.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프레임

호남 사람들도 어떻게든 저 잔인한 인종주의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사투리를 고치고 표준말을 사용하거나 호적을 옮기는 것들이 어떻게든 저 인종주의의 굴레를 벗어나 보려는 몸부림입니다.

그런데 호남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것도 그냥 버려두지 않습니다. 호남놈들, 어떻게 고향을 숨기고 사투리마저 고치느냐? 정말 무서운 놈들, 사기꾼 본능에 철저한 놈들이라는 비난이 따라옵니다.

호남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홍어다, 절라디언이다, 일곱시다, 까보전이다 등의 모욕을 감수해야 합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당한 의견을 말해도 그 말을 한 사람이 호남 출신이라는 것이 드러나기면 그 발언의 가치는 땅에 떨어집니다. 까보전-까고 보니 전라도더라-하는 표현이 이러한 폭력성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아무리 좋은 의견, 옳은 말을 해도 그 말을 한 사람이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노력이 전혀 무의미해집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떤 선택이 남게 될까요? 이것은 매우 무서운 결론으로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알던 젊은 목사님 한 분이 여러 사람 모인 곳에서 “호남 사람들은 목회자들도 자기들끼리만 뭉친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자리가 자리인지라 길게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호남에 대한 질시와 혐오가 성직자 신분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죽어라고 증오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감추고, 죽어라고 왕따를 시키니까 왕따들끼리 뭉쳐서 자기를 보호하고 아픈 상처를 위로하겠다는데 그것마저도 용납할 수 없나 봅니다.

슬픈 것은 이러한 논리가 우리나라의 진보세력과 양심적인 지식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신안 섬노예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한민국의 인터넷 세상이 온통 호남을 저주하고 증오하는 의견들로 넘쳐났습니다(슬라이드 4).


-저기 경찰하고 섬주민하고 다 한통속이라 탈출도 못한다더라. 여행가려 했는데 무서워서 가겠냐 ㅎㄷㄷ 빨리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야한다.

-역시.........그곳이랑께. 경찰도 동네주민 노예주인 터미널 직원들 모두 한통속이랑께. 이끼 실사판이랑께

-삼성 이병철:전라도 출신은 뽑지말고 뽑더라도 요직에는 앉히지마라?명언이지

-우리나라도 링컨같은 대통령이 나와서 전라도 노예해방 선언해야될듯 

-저 직장 이번에 여수쪽으로 발령받았는데... 정말 많이 위험한가요? ㄷㄷ..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많이 위험한가요??? 여수쪽에는 특히나 섬 많잖습니까


저희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이 이 문제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만, 섬노예 사건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어떤 논리로도 저 사건을 호남과 호남 출신들 전체와 연결시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 댓글들은 섬노예 사건=호남, 호남=섬노예 주범들이라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습니다.

진보 진영의 선배와 이 문제로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호남 사람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욕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여쭤봤습니다. “섬노예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과 관련이 없는 호남 사람이 어떻게 책임을 집니까? 신안군 섬마다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염전노예 찾아내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다 욕을 먹어야 한다는 겁니까? 도대체 그게 가능한 얘기입니까?” 그 선배님, 이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으시더군요.

좀더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슬라이드 5). 지난 2002년 대선 다음날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진보 논객 한 분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습니다. “어떻게 95%가 나오느냐? 민주노동당도 있는데 왜 민주당만 찍느냐? 니들끼리 전라인민공화국이나 만들어라.” 당시 호남의 노무현 후보 지지 몰표에 대한 비아냥과 적대감을 담은 포스팅이었습니다.

웃기는 것은 그 진보 논객이 이명박정권 탄생 이후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나라가 이렇게 엉망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은 보수세력을 반대하고 보수정권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앞장서서 보수세력의 집권을 반대해온 호남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는 ‘지역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이것은 결국 진보진영에까지 뿌리내리고 있는 인종주의적 호남혐오증 아니면 설명이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호남은 무슨 짓을 해도 까보전이고, 알보칠이라는 인종주의적 편견의 진보형 버전이 바로 호남에 대한 지역주의, 토호세력이라는 딱지라고 봅니다. 호남 지역구에서 다선 의원의 배출을 막자는 이런저런 논의도 결국 이런 인종주의적 편견의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호남 니들은 표만 주고, 앞에 나서지는 말라는 거죠. 정치 지도자를 만들지 말고 다른 지역 정치 지도자를 지지하기만 하라는 겁니다.

호남 호적과 사투리를 감추면 고향조차 숨기는 사기꾼이라고 경멸하고, 그래서 호남 사람이라고 드러내고 살면 홍어, 절라디언이라고 욕하고, 왕따를 피해서 모이면 지들끼리만 똘똘 뭉친다고 욕하고, 표는 자신들에게 달라면서도 정작 지지해주면 지역주의라고 비웃습니다.

혐오발언들의 내용이 악랄한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호남이 어떤 노력을 해도 저 저주와 증오의 프레임을 벗어날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호남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지금까지 호남을 욕하는 논리를 그대로 이어가보면 호남 사람들은 모두 이 나라를 떠나거나 심지어 모조리 몰살을 당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이거 과장이라고 보십니까? 지금도 일베 들어가 보면 홍어, 절라디언 몰살시켜야 한다는 저주의 외침이 수없이 올라오고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이것은 이 나라 공동체를 공중분해시키는 내란의 범죄라고 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목소리는 너무 적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에는 성 소수자, 다문화 가정 등 소수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인권에 대한 민감성/감수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호남 사람들이 당하는 모욕과 고통, 끔찍한 소외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곧장 지역주의자가 되고 맙니다. 지역차별을 고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지역주의입니까? 불이야 외치는 자가 방화범이 되고, 강도를 신고하는 사람이 강도로 몰리는 세상입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3. 소수 루저들의 문제다?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이 문제될 때마다 나오는 전형적인 반응이 ‘철이 안 든 몇몇 소수 루저들의 일탈 행동일 뿐, 너무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이런 의견을 믿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저런 진단이 사실이라면 정말 안심하고, 시간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안타깝지만 호남 증오 현상이 소수 루저들만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혐오 발언이 주로 생산되는 일베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가 2만~3만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일베 회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13만 명에 이른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비교하자면 정기구독자 100만 명에 어떤 형태로건 글을 기고하는 필자가 10만 명이 넘는 일간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언론매체는 많지 않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조중동이나 KBS, MBC, SBS에 맞먹는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대 언론매체가 매일매일, 순간순간 호남에 대한 저주와 증오, 홍어들 다 때려죽이고 몰살시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거 나라 망할 일 아닙니까?

상당히 정밀한 데이터와 정제된 논리를 갖추지 않으면 저런 지지층, 독자층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일베의 일반 사용자들에게 논리와 이념,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급 사용자층 즉 지식인들이 배후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베가 팩트를 강조하는 것도 나름 근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호남 사람들이 저지른 만행이랄까, 패륜적인 행위만 아주 상세하게 모아놓은 파일을 인터넷으로 받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대단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호남 사람들의 온갖 약점을 어쩌면 그리도 상세하게 모아놓았는지 충격이더군요. 그 파일이 저를 놀라게 한 것은 두 가지 측면이었습니다.

첫째, 비록 조선왕조실록이 번역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특정 주제의 자료를 그렇게 모을 정도라면 일상적으로 그런 자료를 다루는 사람 즉 상당한 학문적 훈련을 받은 지식인일 거라는 점.

둘째, 그 파일을 만든 본인에게 금전적으로나 학문적 업적으로나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님에도 그런 작업에 매달릴 수 있는 그 증오와 집념.

소름끼치지 않습니까? 지식인들은 이 나라 전체의 자원을 이용해 나라의 미래를 모색하는 역할로 훈련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훈련받은 지식과 전문성을 활용해 이 나라 공동체를 뿌리째 흔드는 일을 한다는 게 저는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악의를 집요하게 실천에 옮긴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이해관계와는 좀더 다른 집단 무의식과 집단지성이랄까 그런 것을 확인한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의 고향 아닌 다른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들은 항상 있었습니다. 그런 비하가 꼭 호남만을 향한 것도 아닙니다. 영남 보리문둥이, 강원도 감자바위 등. 그런 점에서 이 문제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결정적으로 놓치시는 게 있습니다. 그런 소프트한 폄하 발언 등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남 증오 발언과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 점을 놓치면 왜 호남 지역을 향한 혐오 발언이 유난히 폭력적이고 악의적인지, 왜 지속적으로 강화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호남 혐오는 우리나라 기득권층이 정권을 재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경제적이고 비용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방치한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거나 약화될 수 없는 사회적 메커니즘입니다.

홍어족, 절라디언, 펭귄/쩔뚝이(김대중 전 대통령을 혐오하는 발언), 까보전, 알보칠 등 호남 혐오발언의 폭탄 세례를 퍼붓기만 하면 대통령 선거나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로 손쉽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현상이 사라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고, 그 집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 호남 혐오 현상은 사라질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화되고 악질화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일베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가 이러한 진단을 뚜렷하게 증명해줍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권위주의 정권들은 군부 엘리트들의 물리력을 기반으로 손쉽게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즉, 범보수 진영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주자가 흔히 군사정권이라고 불리는 군부 출신 정치 엘리트들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이들 군부 엘리트들의 물리력을 배경으로 한 집권 연장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선거라는 방식을 통하지 않고는 합법적인 권력을 창출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범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를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즉, 물리력을 통하지 않고 의제 설정과 데이터 발굴, 논리 구축, 이미지 메이킹 등을 통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정권 창출과 유지의 주도 세력이 되는 겁니다. 조선일보 등 메이저 언론사들이 ‘대통령을 만드는 신문’의 역할을 자임하고 실천에 옮겼던 것이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슬라이드 6).

일베는 이러한 노력이 이제 메이저 언론 등을 활용한 제도권의 범위를 벗어나 확산되는 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베에 철없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호남 혐오 논리의 수용층이며, 이들에게 논리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고급 지식인 계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베에서 호남 혐오 콘텐츠가 유포되고 일종의 대중적 검증을 거친 뒤 네이버나 기타 인터넷 코뮤니티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베 현상은 증오심에 물들고 기득권 옹호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지식인들의 왜곡된 논리에 젊은이들이 포섭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부 철없는 루저들의 일탈이기 때문에 그냥 방치해도 된다는 논리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 것입니다. 이 문제를 그냥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나중에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4. 심각한 후유증 불가피

경제학에서 외부효과(Externality)란 것이 있습니다. 가령 어떤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오폐수를 근처 하천에 방류하면 악취가 발생하고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집니다. 문제는 주민 치료비나 하천 정화 비용을 해당 기업이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폐수를 발생시키면서 얻은 이윤은 기업의 소유인데 그 피해 비용은 주민들과 지역사회, 국가 전체가 지불합니다. 게다가 기업이 얻는 이윤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총량 비교하면 비용이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지역차별과 혐오발언이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호남 혐오 발언을 부추겨서 이익을 얻는 집단은 소수의 기득권 세력인 반면 그 피해는 호남만이 아니라 전국민에게 돌아갑니다. 혐오발언 조장을 통해 기득권 집단이 얻는 이익이 10 정도라면 이 민족의 현재와 미래에 끼치는 후유증은 1백, 1천, 1만을 뛰어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호남 혐오와 왕따는 일종의 사회적 학살이라고 봐야 합니다(슬라이드 7).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1970년 호남(광주 전남 전북)의 인구는 565만2000명으로 전국의 20.4%였지만 40년이 지난 2010년 호남의 인구는 506만 명,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2%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줄어든 인구는 먹고살 길을 찾아 수도권이나 영남의 공업지구로 옮겨갔다고 봐야 합니다.

호남 인구가 국내에서 단순히 수평 이동한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을까요? 호남 출신에 대한 혐오나 기피, 왕따 등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낯선 타향 땅에 잘 적응해서 살았을 거라는 해피엔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호남 출향민들이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육체적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간접적인 자료가 서울시 저소득층의 출신 지역 분포입니다. KDI가 1981년 서울시 저소득층의 출신지역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호남 32.6%, 충청 17.9%, 서울 16.4%, 영남 12.6% 등의 비율로 나옵니다. 1990년 현대사회연구소가 서울지역 저소득층 가구주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합니다. 출신지별로 호남(34.7%), 충청(23.4%), 영남(13.4%), 서울(11.3%), 경기(8.9%) 등의 비율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적 지위의 추락은 생활의 여유와 신체적 건강을 포함한 삶의 전반적인 조건이 취약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호남 출향민들이 타향 땅에 뿌리박고 삶의 터전을 장만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숫자가 열악한 조건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소득 낙후, 교육 혜택의 소외, 건강의 악화, 3D 분야 종사에 따른 생존 압력 등이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광주항쟁의 경우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호남에 대한 사회적 학살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수만 또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봅니다. 일부 사람들은 앞으로 호남이 아메리칸 인디언처럼 소수화되어 소멸의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피해 외에 정신적인 후유증이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육체의 상처는 비교적 쉽게 아물고 치료되지만 정신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치료하기도 어렵습니다. 호남을 향해 퍼부어지는 온갖 저주와 모욕이 그냥 장난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질까요? 지금 호남 사람들이 반박도 못하고 죽은 듯이 지내니까 앞으로도 그냥저냥 저렇게 살 것 같습니까? 얼굴에 침을 뱉고 뺨을 때려도 헤헤 웃으면서 언제까지나 그냥 그렇게 지나갈 것 같습니까?

인간이란 것은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모욕감은 절대 그냥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육체의 상처와 달리 정신적인 고통과 모욕감 등 상처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오히려 더 증폭되고 악화되기 쉽습니다. 이것이 임계점을 지나 폭발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게다가 아메리카 인디언과 달리 호남은 쉽게 짓밟을 수 있을 만큼 소수가 아닙니다. 호남 거주민과 호남 출신들 즉, 호남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적게 잡아도 전체 국민의 20~25% 수준입니다. 전국민의 4분의 1 또는 5분의 1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모욕당하고 저주와 증오, 왕따의 대상이 되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운영되고 유지되고 건강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사실 외부의 어떤 세력이 작심하고 이런 상황을 악용하려고 든다면 이 문제는 우리 내부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에서 지역간 악플 경쟁이 벌어질 때 말투나 표현이 이상한 사람들이 끼어드는 사례가 발견된 적도 있었습니다. 일종의 이간질을 하는 사람들이었는데요, 호남 왕따나 저주, 증오, 모욕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가 외부의 악의적 이간책이나 공작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무엇보다 호남 차별과 증오, 혐오 현상은 이 나라의 정신적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으로 우려합니다. 자신의 행위가 아닌,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어떤 집단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과 차별, 공격을 당하게 된다면 그런 사회는 더 이상 정의와 공평, 합리주의와 법치주의의 질서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서로를 도와서 발전으로 나아가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공격해서 다함께 몰락하는 악순환의 생태계가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최근 연세대에서 원주 캠퍼스 학생들을 원세대생이라고 부르고 성골, 진골을 따진다는 기사가 나와서 충격을 주었습니다만 저는 이것이 호남 왕따 현상과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연세대는 몇 년 전 연고전에서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호남을 비하하는 플래카드를 거리에 내걸어 문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봅니다.


5.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 문제의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호남 출신들 그 중에서도 호남 출신 엘리트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의외로 호남 출신 엘리트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소극적이고 심지어 적대적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해결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고 심지어 “이런 일을 하더라도 호남 사람이 앞에 나서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종의 자기검열 또는 패배의식이 심각한 상태라고 봅니다. 이것은 사실 이 문제에 대한 호남 정치엘리트들의 오랜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거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커지는 괴물이니 아예 입 밖에 꺼내지도 말고 모르는 척해라”는 것입니다.

호남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입장에서 이런 태도도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에게는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호남에 무슨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공화국에서 당연하게 보장되는 최소한의 권리, 인간적인 모욕과 증오, 공격을 피하게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이런 것도 요구할 수 없는 나라라면 그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닐 것이고 그런 대접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시민이 아니라 합법적인 노예 신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공격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칼을 휘두르는 상대에게 똑같이 칼을 들고 대항하자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그 칼 내려놓으라”고 요구하자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조차도 지나치게 과격하다고, 그런 발언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그냥 칼로 난도질하는대로 그냥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됩니까?

그런 소극적인 대응 방식으로 호남 혐오 현상이 조금이라도 개선된다면, 하다못해 그냥 현상유지라도 된다면 그런 대응 방식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한 나라의 동포들을 향해 홍어니 절라디언이니 하는 인종주의적 공격과 함께 “사내놈들은 때려죽이고 계집들은 강간하자”는 추잡한 목소리가 저렇게 공공연하게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런 식의 노골적인 공격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슬라이드 8).

이 문제는 인간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으로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은 개인마다 자신의 행동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상식이고 정의의 기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호남 혐오와 저주, 증오만은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모욕하고 상처를 주고 왕따를 시켜도 거기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법제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이고 신중한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 법제화 처벌 기준은 △친고죄 조항에 대한 재검토 △집단모욕죄의 적용 확대 △장기적으로 고의성을 띤 행동의 제재 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법률 전문가와 시민단체 여러분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표를 마치면서 두 가지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호남에 대한 혐오나 증오, 왕따 현상에서 호남의 책임을 무조건 외면하고 호남은 아무 잘못도 없다는 일방적 주장, 흑백논리를 펼치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자세한 말씀을 드리기 어렵지만, 저는 이 문제의 전향적 해결을 위해 가해자 못지 않게 피해자인 호남도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호남과 영남 나아가 전국의 양심적인 엘리트들의 동참이 없이는 이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로 이익을 보는 것은 소수일뿐 실은 호남과 영남 나아가 대한민국이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ref.) : The Acro - 추천게시판 - 국회 토론회 발제자료(미투라고라) - http://theacro.com/zbxe/?mid=refer&page=3&document_srl=5089721
by 미투라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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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차별은 악랄한 내란선동”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501061147171&pt=nv



위에 주소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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