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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혜 무죄판결을 바라보며...
게시물ID : sisa_5693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자님
추천 : 15
조회수 : 1112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1/10 07:12:54
미래에서 온 어떤 소녀가, 과거를 바꾸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자기가 있던 미래에선 초월적인 단체에게 모든 것을 지배당해, 다툼도 없고, 전쟁도 없고, 살인 등의 범죄도 거의 없지만 기쁜 일도, 재미있는 일도, 신나는 일도, 행복한 일도, 놀랄 일도 없어서, 그걸 바꾸고 싶다고...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미래의 묘사이다.
설명만 들으면 이게 디스토피아인지 유토피아인지 모를 이상한 미래.

세월호 참사 초기, 논란의 일익을 담당했던 홍가혜가 무죄판정을 받았단다.
엠비엔과의 인터뷰에서, 망치로 두들기니 안쪽에서 생존자의 응답이 들렸다고, 해경에서 자원봉사하러 온 잠수사들을, 시간이나 때우다 가라는 식으로 대했다고 폭로해, 엄청나게 이슈가 되었던 그녀.

그런데 이 여자, 민간잠수사인 줄 알았더니 자격증도 없다고 밝혀지고, 인터뷰 내용도 곧 거짓이라고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야구선수 진모씨와 교제했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든가, 티아라 화영의 사촌언니라고 거짓말을 했었다든가, 기자를 사칭해 아이돌 가수의 대기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든가 하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까발려지면서, 언론과 인터넷에서 허언증에 과대망상증 환자+분위기 파악 못하는 관심병자라며 십자포화를 두들겨 맞았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오늘 보니 "홍가혜 무죄"가 실검에 올라있다. 무죄 판결이야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이 무죄라는 거니 별 의미없다. 애초에 해경에 그럴만한 명예가 있어야 훼손이 되지. 그보다 정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게 가당키나 한가? 정부가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비판하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잡혀가?........ 
어?....... 이거 어릴때 받은 반공 교육에 나오는 그거 아닌가? 아바이동무 욕하거나, 체제비판하면 잡혀가는?;

이야기가 잠시 딴데로 빠졌는데 아무튼, 재밌는 사실은 홍가혜를 미친년으로 만든 그녀가 했다는 거짓말의 대부분이, 실은 사실이거나, 백 번 양보해도 거짓말이라 단정짓긴 어렵다는 점이다. 

그녀가 야구선수 진모씨와 교제한 것은, 한겨레에서 진모씨 측에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었고, 화영의 사촌누나를 사칭했다는 건, 오보가 오보를 부르는, 마치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부르는 것과 같은, 현재의 뭣같은 언론 생태계 때문에 한 번 잘못 나간 기사가 새끼를 쳐서 그렇게 된거라고 한다. 예전에 트위터에 자신은 화영의 사촌이 아니라고 밝혔었다고... 

아이돌과 사진을 찍은 건, 기자를 사칭한 게 아니라 그녀의 지인이 연예 관계자라 같이 들어간 것이고, 이것 때문에 확인증을 받아왔단다.

잠수사가 아니면서 잠수사인 척 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홍가혜의 해명에 의하면, 그녀는 잠수를 50회 이상 해봤고, 30-45미터 정도 깊이의 잠수도 여러차례 해봤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때 특별히 어떤 잠수자격증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명시가 없었고, 서해바다가 그 정도로 잠수여건이 안 좋은 지도 몰랐다고 한다. 한 마디로 몰라서 그랬다는 거다.
좀 궁색하긴 한데, 잠수사 자격증이라는 게, 운전면허, 의사, 변호사처럼 면허증이 아니라서, 자격증 없다고 잠수 못하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은 어디까지나, 보유자가 최소 해당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표일 뿐이다. 
테크니컬 다이버라고 산소통 없이 잠수하는 자격증이 있는데, 해녀들이 이거 없다고 잠수 못 하는 것도 아니잖나.
아무튼 잠수할 줄 알고, 잠수하러 왔으니 인터뷰 할 때 잠수하러 왔다고 했을테고, 그걸 들은 방송사에선 자연히 홍가혜 이름 옆에 민간잠수사라고 자막을 붙였을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처럼 면허가 필요한 직업이었다면 모를까, 이걸로 그녀를 비난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남은 건 허위사실유포인데...
우선 해경이 언딘 소속이 아닌 자원봉사 잠수사들에게 시간이나 때우다 가라는 식으로 대했다는 건 틀린 말이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젠 뭐 다 알려졌다시피 당시 해경은 지휘체계도 안 잡히고, 이걸 잡아줘야 할 수뇌부들은 비리 덮느라 바빴고, 밑에서야 당연히 제대로 지시가 안 내려오는데 뭘 했겠어.
자원봉사잠수사들이 도착해서 뭘 물어봐도, 난 모르겠으니 다른데서 물어보라고 뺑뺑이를 돌렸을 장면이 눈에 훤하다. 이리되면 해경의 의도야 어쨋든, 당연히 니들 필요없으니 시간이나 때우다 가라는 것처럼 느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

마지막으로 "생존자와 교신이 있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한 건... 이거 절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 있나? 그리고 이건 사실확인도 안 해보고 특종이라고 방송부터 때린 엠비엔을 까야한다.

홍가혜가 이 일 때문에 3개월이 넘게 목포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국민쌍년에 정신병자가 되었는데, 다 풀어헤쳐보니 사실은 무죄였고, 그녀를 미친년으로 만든 대부분의 일은 사실이거나 거짓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과연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걸까? 
정말 손가락질 받아야 했던 건 그녀를 쉬이 비난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씁쓸해지는 오늘이다. 그리고 어제 사실이었던 일이 오늘 거짓이 되는, 참으로 지루하지 않은, 정말 놀랍고, 재미있는 현재이다. 
아무리봐도 유토피아는 아닌 것 같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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