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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42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33
조회수 : 4149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7/07/08 17:47:44
사람의 마음이란게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네. 절대 설명이 안되죠.
설명 할 수 있다고 쳐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람의 마음은 뭔가 단순한 듯 하면서도 복잡하고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우니까요.
사랑의 감정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절대 이해 할 수 없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물어보시니 말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해하시진 못할 겁니다.
다만 이왕이면 끝까지 다 들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녀를 처음 본건 3년전이었습니다.
그때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었죠.
그녀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아니 ‘첫눈에 반했다’ 라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갈망.. 그래. 갈망에 가까운 감정이었죠.
‘그녀를 가지고 싶다.’ 라는 단순한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그녀는 내것이어야 한다’ 라는 느낌이었죠.
그녀를 보고있지 않은 시간동안 저는 지독한 갈증이 느껴야만 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갈증인 겁니다.
그녀의 모습, 그녀의 사진,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향기,
그녀의 물건, 그녀의 머리칼 심지어 그녀가 앉았던 의자에 남은 온기.
오로지 이런것들 만이 제 갈증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그녀와 관련된 것들 외에는 그 어떤것도 해소해 주지 못하는 갈증.
그렇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더 큰 존재인겁니다.
재미있는건 그녀가 절 미워한다고 해서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저에게서 멀어지려 하고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커져갔죠.
전 그녀에게 사랑받고 싶은게 아니었으니까요.
전 그저 그녀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어항속에 있는 금붕어가 손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치면
오히려 열정적으로 손을 휘저어 금붕어를 움켜쥐고야 마는 어린아이처럼
그녀가 도망칠수록 저의 집착은 강해졌던 겁니다.
그녀가 절 미워하는건 그리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서 도망치는것도 그리 마음아픈 일은 아니었죠.
하지만 단 하나 견디기 힘든게 있었습니다.
그녀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그것 하나 만큼은 소름이 끼칠정도로 싫었습니다.
뭐랄까요 그것도 일종의 질투겠죠.
하지만 훨씬 더 강렬했습니다.
그녀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볼때면
마치 제 눈앞에서 평생을 함께한 반려동물이 요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는듯한 끔찍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 곁에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노력했죠.
그녀의 애인, 이성친구는 물론 동창이나 심지어 가족들까지.
방법이야 여러 가지였지만 역시 가장 효과가 좋은건
그들에게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죽은 동물들을 택배로 보내는게 가장 쉽고 빨랐습니다.
길고양이나 비둘기가 구하기 쉬웠지만 가끔은 진짜 그들의 애완동물을 사용했습니다.
힘들고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그녀 곁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걸 보며 엄청난 보람을 느꼈습니다.
결국 그녀의 부모에게서 그녀를 떨어트려 놓는건 실패했지만요.
제가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거란 기대는 애당초 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사랑의 마음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오랜시간 동안의 숨바꼭질 끝에 경찰들을 모두 따돌리고 그녀를 제 은신처로 데려왔을 때
그녀에게 애원하지도 협박하지도 않았던게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의자에 묶인 채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전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녀가 내 앞에 있는 이 순간이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못할 건 분명했습니다.
길어야 며칠. 아니 어쩌면 고작 몇분일수도 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경찰들이 뛰어 들어올 수도 있는상황이었죠.
경찰에게 붙잡히는 것보다 그녀를 빼앗긴다는게 더 견딜 수 없었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죠.
그 마음이 어느때 보다도 강렬하게 저의 모든 것을 지배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전 결국 결정을 내리고 만 겁니다.
그녀의 머리칼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피부와 그 안을 흐르는 피, 작은 뼈 한조각까지
그녀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걸 다 제가 가지기로 말이죠.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80%정도만 성공했습니다.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그녀의 전부를 온전히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네. 제가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겁니다.
역시 무슨짓을 해서든 다 먹어치워야 했어요.
“가능하면 지금이라도 기회를 주신다면 좋겠네요. 마침 배가 고프거든요.”
의자에 결박된 채 열심히 이야기하던 남자는 대답을 기다리는 듯 건너편에 앉은 형사를 바라보았다.
“어려울까요?”
이죽거리는 그 말에 형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제가 말씀드렸죠?”
남자는 입안의 상처를 혀로 몇 번 쓸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절대 이해 할 수 없을 거라구요. 형사님은 절대 이해 못합니다.”
형사의 침묵에 남자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끝까지 들어주신다고 하셨으니 마저 이야기 하겠습니다.
전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전 완벽하게 그녀를 소유하게 된겁니다.
이대로 평생 감옥에서 썩어도 상관없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건 그녀의 몸을 다 먹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남긴다는 것 뿐입니다.“
형사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남자는 눈을 지긋이 감고는 느긋하게 말했다.
“감옥에 쳐넣건 얼굴에 발길질을 하건 아님 사형대에 올리건 마음대로 해보십쇼.
말했듯이 무슨짓을 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제 제 몸안에 있고 그건 절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까? 그녀는 이제 완벽하게 제 거란 말입니다.“
남자의 조롱에도 형사는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
그저 무서운 얼굴로 남자를 노려볼 뿐이었다.
남자는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뭐. 남은부분은 묘자리에 묻는다고 치더라도 뭐라도 먹어야 될거 아닙니까.
벌써 몇시간째 아무것도 못먹었는데.
경찰서니 설렁탕이라도 시켜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다짜고짜 뒷통수 후려갈기신것도 그렇고
눈뜨기도 전에 이렇게 꽁꽁 묶어놓으신거도 그렇고
생으로 굶기기까지.
아무리 따님 일이라지만 형사시면서 너무 감정적인 것 아닙니까?“
형사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틀렸어. 우선 여긴 경찰서가 아니야. 우리집 지하실이지.
그리고 또 하나 덧붙이자면. 네가 한 말 중 한 가지는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를 보며 형사는 아래에 있던 공구상자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나도 네놈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다 씹어 먹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거든.”
남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비춰질 때 형사가 한마디 덧붙였다.
“내 장담하건데 네놈 무덤엔 아무것도 묻지 못할거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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