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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자주 바꿔도 좋은 것 같아요.
게시물ID : beauty_942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얀복숭아
추천 : 30
조회수 : 1692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16/12/31 01:36:15
제가 어렸을때 부터 향에 관심이 많아서 중학생 때부터 거진 1년에 한번씩 향수를 바꿨어요.

지금도 제 침대 옆 탁자에는 반쯤 쓴 향수들이 되게 많이 진열되어 있어요.

가끔씩 아무거나 하나씩 집어서 뚜껑을 열고 킁킁 시향하곤 해요.



향수가 정말 좋은게 뭐냐면

향을 시향하는 순간 

그 향수를 썼을 때의 추억, 풋풋함, 울적한 그리움들이 주체할 수 없이 밀려온다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그 파도같이 떠밀려오는 감정들에 잠겨서 옛 생각 하며 추억에 젖는게 너무 좋아요.



제가 중학교 고학년때 처음 접한 향수(향수라고 하기도 그렇지만...)가 빅토리아 시크릿의 러브스펠이었어요. 

정말 매일 매일 뿌리고 다녔죠

지금도 러브스펠 뚜껑을 열고 시향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져요.


어느 선선한 가을 하루, 첫사랑과 처음으로 손 잡고 서로 얼굴 빨개져서 고개만 숙이고 말없이 걷던 기억

수학시간에 졸다가 코 콜아서 다른애들 앞에서 엄청 혼났던 기억. 옆에서 킥킥대던 아이들. 화끈거리던 내 두 볼.

시험지를 돌려 받던 날 옆에 앉아있던 짝꿍이 너 점수 어떻게 나왔어? 라고 물어볼때 ㅇ...응..?..잘쳤어. 하고 얼버무리며 숨기던 내 시험지.


당시 제가 그 향수를 썼을때의 기억들,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확 밀려오는데

정말 신기한건 가끔씩 향을 맡을 때 마다 새로운 추억들이 발굴된다는 거예요. 아마 향수가 없었더라면 까마득히 잊고 있었겠죠.




반대로 대학교 2학년때 제가 썼던 향수는 베르사체의 브라이트 크리스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때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었거든요. 아직도 그걸 시향 할때마다 눈물이 나와요. 

계속 수업에 안나가서 학사경고 받고 집에와 깜깜한 방구석에서 혼자 숨죽이고 흐느껴서 울던 그 때.

친구조차 단 한명도 없어서

어느 춥던 겨울 혼자 시내에 나가 몇시간 동안 무작정 걷기만 했던 기억.

그냥 사라져도 좋겠다, 걱정할 사람 하나 없겠지 하고 생각이 들던 당시

뼛속까지 외롭고 비참했던 감정들이 북받쳐 오르거든요.






물론 지금은 모두를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게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향으로 되살리며 추억할 수 있다는게 정말 좋은 거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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