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슬슬 미쳐가는구나
게시물ID : humorstory_183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총잡이
추천 : 3
조회수 : 5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0/03/30 03:54:28
2012년 12월 어느날. 마야력의 예상대로 지구의 종말은 찾아 왔다.

지구에 커다란 운석이 제대로 떨어졌으며 온 하늘이 잿빛 먼지로 덮이고 난 후 
세상은 한마디로 더이상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  

지금 세상에는 법도 없어졌고 경찰관도 없어졌다.
지금 세상을 지배하는 건 오로지 무장한 세력들이다. 그들이 곧 법이고 전지전능한 신이다. 
그들은 군부대나 경찰서, 예비군훈련소등에서 약탈한 무기들로 무장했으며 일반적으로 10명 이내의 소수의 병력으로 한팀을 이뤄 움직였고 우리 3동에만 수십개가 존재하다고 옆집 통장님이 알려주셨다. 그들은 걸핏하면 지나가는 사람을 쏴서 죽이고 아니면 잡아서 그들의 노예로 삼았다. 특히 사거리에 진을 치고 있는 동네 건달패들의 횡포는 유명했다.  
   
당연히 학교도 폐쇄되었다. 온라인 학습을 할려면 할수도 있지만 누가 그런데 시간을 낭비하랴. 대부분 애들은 생존을 위해 총검술과 사격을 주로 하며 보낸다. 니미 수학이나 영어 이런게 뭐가 필요있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판에. 과학은 개나 줘버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살수대첩이 몇년에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중요한건 스나이퍼들이 잠복해 있을만한 포인트를 읽는 법과 단검을 쓸때와 자동소총을 쓸때를 구별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지.   

우리 집은 친한 친구 몇명이 와서 함께 생활하며 자위를 위해 요새로 만들었다. 우리의 무기는 다행히 제법 쓸만하다. 군대에 있던 형이 제대해 돌아오면서 전방에서 쓰던 군장비들을 그 부대 군무원에게 헐값에 사서 한트럭 싣고 왔기 때문이다. 실탄도 근처 군부대를 한번 털어서 산더미처럼 확보되어 있었다.    

담배가 말렸다. ;;;;;;;;

저번에 동네수퍼는 다 털어서 더이상 담배를 거기서 구할수 없게 되었고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동네에서 가장 큰 편의점인 사거리 세븐일레븐밖에는 담배를 확보할 길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고의 격전지 사거리로 나가야 하는가? 음.. 어쩔수 없지.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라면. 

난 K1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등에는 M60 기관총을 매었으며 수류탄 수십발을 챙겼다. 그리고 우리 팀들을 이끌고 사거리 편의점으로 향했다. 집앞 근처 도로를 건너는 중에 몇발의 총성이 날아 들었다. 우리는 재빨리 타다 남은 자동차 뒤에 몸을 숨겼다. 우리 동네 있던 초등학교 애들이 팀을 조직했다더니 그 녀석들 무리인가 보다. 수적으로는 우리보다 10배나 많지만 그들은 무기가 형편없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주운 것으로 보이는 구형 칼빈으로 무장해 있다. 그들 중 절반은 총을 어떻게 쏘는지도 모르고 나머지 반은 조준하는 법도 모르며 기껏 조준한다고 해봐야 영점도 맞지 않는 썩은 칼빈으로는 우리를 공격조차 할수 없는 노릇인데;;; 우리 팀은 핸즈프리로 서로 연락하며 작전을 개시했다. 애들이 다칠지도 모르니 초딩들이 잠복해 있던 BBQ와 과일가게 주변에다 우선 로켓포를 두 발 날렸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겁에 질린 초딩들이 겁에 질렸고 하늘에다 대고 수백발의 기관총을 난사하자 그들은 혼비백산 흩어지며 사방으로 도망을 쳤다.  

어이없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사거리로 향한다. 난 핸즈프리로 대원들에게 연락했다. "우선 장갑차가 먼저 사거리로 진입한다. 장갑차가 사거리 분위기를 살피는 동안 나머지 대원들은 매복에 조심하면서 사거리 약국건물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MOVE!!" 

다행히 형이 제대하면서 낡은 장갑차도 한대 가지고 왔는데 이동할 때는 든든한 힘이 된다.  

"세시 방향 김밥천국 조심해라. 뭔가 있다!!!" 누군가의 다급한 경고 뒤에 바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장갑차에 로켓포가 날아든다. 뒷바퀴에 정확하게 명중되었다. 

그 뒤로 쏟아지는 총성. 거의 사거리 진입 무렵 누군가의 로켓포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멈춰버린 우리 장갑차.  

말로만 듣던 사거리의 동네건달부대였다. 지구가 운석에 맞아 좆되기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던 녀석들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늘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돈 뜯기고 하던 녀석들이다. 평소에 쌓였던 감정이 폭발할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공평하게 한판 붙을 수 있는 때가 온것이다. 우리는 지금 최신무기로 무장을 해있다. 열감지기가 부착된 특수 장비로 확인해 본 결과 세븐일레븐 주위로 수십명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감지할수 있었다.  

무리하게 공격해서 우리팀의 사상자를 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야간공격용 적외선 투시경을 전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야간이 되도록 기다리기로 했다. 새벽 01시에 작전을 개시한다. 나는 사거리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집결지를 정하고 우리 대원들을 소집했다. 스나이퍼 소총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 우선 사거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근처 2층건물로 올려보내 자리를 잡게 했다. 나를 포함한 공격조들은 도로를 따라 은밀하게 이동하기로 했다. 달도 없는 그믐밤이어서 우리의 이동에 눈치채는 녀석들은 없을 듯하다.  

다행히 이 건달녀석들 패거리는 동네 예비군 훈련소에서 장비들을 확보해서 특별한 무기들이 없는 듯 했다. 우리는 사거리에서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 기관총을 두군데 설치했고 그들의 임시숙소로 보이는 사거리의 에이스침대 매장에 총구를 향한 채 작전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작전개시 01시가 되자 두군데 설치된 기관총에서 불을 내뿜었으며 에이스침대 매장은 거의 불바다로 변하고 있었다. 간간히 표적을 확인하기 위한 예광탄들이 에이스침대 매장에 속속 들어맞으며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근처 맥도널드 매장과 피자헛 매장도 기관총공격으로 모든 유리가 박살이 날 즈음 우리의 공격조들이 움직였다. 적외선 투시경에 걸려든 움직이는 모든 물체들을 향해 K1, K2소총은 불을 내뿜었고 공격조들은 순식간에 사거리로 목전까지 진입했다. 

집중사격을 받으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던 녀석들은 사거리 근처의 2층건물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리 스나이퍼들의 쉬운 표적이 되었고 드디어 형이 전방에서 10만원 주고 샀다는 비장의 무기 88전차가 도로에 나타났을 땐 녀석들의 울부짖음은 대단했다. 쏟아지는 총탄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드러누운채 서서히 다가오는 탱크의 굉음을 듣는 것이야 말로 그들에게 최고의 호러무비가 아니었을까 싶다. 

탱크의 엄호속에 나머지 대원들도 세븐일레븐으로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 탱크가 포신을 움직이며 그들의 무기가 적재되어 있을 만한 곳에는 정확하게 포를 날리고 있었다. 쿵하며 쓰러지는 건물들. 겁에 질려 마침내 백기를 들고 항복한 녀석들 수십명이 머리에 손을 얹고 일어났다. 

일부 대원들이 세븐일레븐으로 들어가 담배와 식료품을 챙기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항복한 녀석들을 완전무장해제시키고 원산폭격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공격조들은 이 녀석들이 사거리를 점령하면서 선량한 동네사람들을 노예로 잡아 가두어 놓았다는 소문이 돌던 사거리 베니건스를 급습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잡혀 있던 그곳에 우리 대원들이 들이닥쳤을 땐 녀석들의 잔당들은 완전히 도망친 이후였다.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다 풀어주었고 포로로 잡은 동네건달 수십명은 사후 관리가 귀찮을 것 같아 전원 현장에서 사살해 버렸다. 

사거리는 마침내 우리의 손에 넘어 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목숨을 건 시가전은 계속되어야 할까 생각해 보면 옛날이 그립기도 하다. 2010년 쯤이었나 그땐 참 행복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었지. 그 모습을 기뻐하며 온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앉아 함께 저녁을 먹으며 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 멍멍이의 재롱도 보고 싶구나. 냐옹이는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그때가 몹씨 그립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