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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사랑, 사랑, 사랑
게시물ID : panic_943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잠든새벽
추천 : 16
조회수 : 12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15 18: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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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가 생겼노라고, 너는 몇 번이나 중얼거렸지. 지겨워하는 내게 아랑곳 않고 너는 네 사랑을 읊조렸어. 나는 네가 말하는 그 사랑이 궁금했어. 왜나면 말이지. 네가 그 얘길 할 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거든.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네가 끝없이 광활한 우주에 대해 말하고 있었을 때보다 더 말야.

그래서 나는 몰래 네 뒤를 밟았어. 너는 언제나 그렇듯 사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지. 그리고 학교로 갔어. 학교에서 친구들과 천문에 대해 토론하고 너는 집에 가기 위해 움직였지. 정확히는, 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네 집 근처에 그녀가 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 네가 집에 가는 줄로만 안 건 내 착각이었지.  내가 너를 다 안다고만 생각했지 뭐야.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너는 네 집에서 채 백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그녀를 만나고 있었지.

그녀는 네가 말한대로 사슴같은 눈망울과 기린같이 쭉 뻗은 목을 가진 가냘픈 체구의 여자였어. 처음에 보자마자 아, 하고 탄성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너는 미소짓는 그녀의 앞에 서서 발개진 얼굴로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고 있었지. 그녀가 그 별것 아닌 말에도 종달새같은 웃음을 터트리자 네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어. 나는 아주 오래도록 너를 봐 왔지만, 네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그 때 처음 봤어. 그래서 궁금해졌어. 그녀도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지 말야.

그래서 그녀를 내 집으로 초대했어. 아주 조심스럽게 말야. 초대를 위한 준비에는 의자 하나와 밧줄 한 묶음, 손수건과 프로포폴 약간이 필요했지. 그녀가 버둥거리다 축 늘어졌을 때는 조금 위험했어. 그녀의 목이 너무 얇아서 자칫하면 그대로 꺾일 것 같았거든. 다행히 그녀를 무사히 초대할 수 있었어.

그녀를 의자에 묶고 나서 뺨을 두드렸어. 깨어난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야. 그 방은 조금 삭막한 편이었으니까. 나는 그녀에게 내내 물어보고 싶었던 걸 질문했어. 당신은 그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그녀는 처음엔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보였어. 그래서 그녀가 정신을 차리게 도와줬지. 네가 사슴같다고 말했던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서야 그녀는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았어. 그녀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지. 얼마나요? 나는 그녀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했어. 그녀는 올바른 대답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녀와 잠시 동안 다투었지. 그리고 그녀가 말했어.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야.

그녀의 사랑은 네 사랑보다 그렇게 대단찮은 사랑은 아니었나봐. 그녀는 금방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거든. 그 말을 어떻게 믿냐고 물었더니 손가락을 튕겨서 반지를 빼더라구. 네가 끼고 있는 것과 완벽히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말야.

그리고 이렇게 너를 초대하게 된 거야. 네 사랑은 아무래도 그녀의 사랑보단 깊은 것 같네. 하지만 괜찮아. 가장 깊은 사랑은 바로 내 사랑이니까. 응? 그녀는 어떻게 됐냐고? 당연히 초대를 끝내고 정중히 보냈지. 더 이상 마주칠 일은 없을 거야. 그녀는 아주 멀리 떠났으니까. 자, 그럼 이제 너한테 물어볼께.

너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해? 내 사랑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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