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베토벤
누워있던 광활한 시선이 기지개를 펴고
거룩한 손짓으로 오늘의 월광 3악장을 시작한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왕좌위에 있고
손에 거머쥔 앞날을 섬세하게 조각한다
작은 방 책상 언저리엔 천년의 다짐이 놓여있고
새하얀 벽지 발린 천장엔 찬란한 별들이 노닌다
굳게 쓰여진 약속의 증서는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기에
방안의 모든 기적들을 뒤로하고
태양아래 폐허에 섰다
삶을 장식하는 가열 찬 발걸음들이 오갈 때마다
거뭇한 재가 온몸에 묻어난다
이윽고 짙은 타성에 뒤덮여 검은 백조가 되는 순간
언제나 그랬듯 어김없이 망각이 솟구친다
웅장했던 신념이 막 시들 찰나에
그것마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며
이미 흐트러진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
하루의 균열이 간신히 수습되었을 때
지친 척 하는 몸을 이끌고 힘겹게 이불을 덮는다
그리곤 다시 음미한다 내일의 4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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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썼던 자작시 부끄럽지만 한 번 올려봅니다 :)
오랜만에 제가 썼던 글들을 훑어봤는데.. 대체로 분위기가 어둡고 칙칙하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