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그렇게 싫다하던 겨울이 나는 좋다며 싱글벙글했던건, 춥다며 내 호주머니에 손넣던, 아니면 세찬바람에 내 등뒤로 몸을 숨기던 그 때의 니가 좋아서야. 추워서 밖에 나가기 싫다며 핑계대기 좋아서 이기도 했고. 오들오들 떨며 어쩔줄 몰라하던 겨울 저녁에 그렇게 하염없이 이뻐져버린 너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내가 스스로 놀랍기도 해서.
그래 너는 봄이 오며 함께 가버렸지만, 난 그 때의 겨울에 영영 파묻혀 버릴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저 가볍게 곱씹으며 떠올릴 기억들이지. 추억은 사소한 곳에 널부러져 있어. 찾아내기도 힘든 장소에서 나타난단다. 다만 너무 말라버려 부서져버리지는 않을만큼, 그만큼 적당히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아.
잘지내고 있을 너는 얼른 여름이 오길 기다리고 있겠지. 너한테는 고맙게도 이젠 겨울이 정말 좋아졌어. 차가운 바람이 귀를 스치면, 추워서 얼굴을 옷안에 파묻으면, 길가다 차에서 파는 귤을 봐도, 온통 추억할 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