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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94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짱?나짱?★
추천 : 41
조회수 : 2324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5/22 09:35:36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5/19 17:36:04
시작통 작은 분식점에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
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그치기는커녕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지자 어머니는 서둘러 가게를 정리한 뒤 큰길로 나와 우산 두 개
를 샀습니다.
그 길로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 앞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학원 문을 열려
다 말고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습니다. 작업복에 낡은 슬리
퍼, 앞치마엔 밀가루 반죽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 어머니는 건
물 아래층에서 학원이 파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서성대던 어머니가 문득 3층 학원 창가를 올려다봤을 떄, 마침
아래쪽의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있던 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머니는 반갑게 손짓을 했지만 딸은 못본 척 얼른 몸을 숨겼다가 다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숨겼다가 얼굴
을 내밀곤 할 뿐 초라한 엄마가 기다
리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어머니는 딸의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다는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딸이 부끄러워할 것만 같아 한나절을 망설이
던 어머니는 다저녁에야 이웃집에 잠시 가게를 맡긴 뒤 부랴부랴 딸의
미술학원으로 갔습니다.
끝나 버렸으면 어쩌지......
다행히 전시장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벽에 가득 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던 어머니는 한 그림 앞에서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 우산, 밀가루 반죽이 허옇게 묻은 앞치마, 그리고 낡은 신발.
그림 속엔 어머니가 학원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날의 초라한 모습이 고
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날 딸은 창문 뒤에 숨어서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화폭
에 담고 가슴에 담았던 것입니다.
어느새 어머니 곁으로 다가온 딸이 곁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모녀는 그 그림을 오래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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