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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3-7, 4-1)
게시물ID : lovestory_944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14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7/06 1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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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3. 아베 노부유키(7) 
 
 
 며칠 뒤, 천왕봉에는 이동을 시작할 백여 명의 대원들이 모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신생 2사단의 대원들이었다. 현재로서는 턱없이 부족했으나 인원이 불어날 것을 확신하는 뜻에서 2개 사단으로 편제를 만든 것이었다. 게릴라부대에 대원수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기도 했다. 사단으로 명칭을 붙인 데는 일당백을 목표로 하는 의미도 있었다. 2사단장은 사령부 참모장이었던 정현준이 임명됐다. 1사단은 임종일이 사단장을 겸하고 지리산을 거점으로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동을 시작할 대오가 정렬되자 임종일이 상기된 표정으로 훈시를 시작했다.
 “동지 여러분, 서로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시기 바라오. 동지들의 얼굴에 굳은 결의가 번뜩이는 것을 보셨을 것이오. 그렇소. 우리들은 조국독립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각오가 돼 있소. 이순신 장군도 말씀하셨소. 살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오, 죽기를 다해 싸우면 살 것이다. 그렇소. 우리 모두는 민족과 인민을 위해서라면 죽기를 각오하고 있소. 그렇지 않소?”
 “맞습니다!”
 힘찬 대답이 터져나왔다.
“좋소, 나는 이렇게 말하겠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우리에겐 승리만 있을 뿐이다!”
 임종일이 주먹 쥔 손을 번쩍 들어올려 보였다. 소리를 내지 않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팽덕회 장군은 홍군을 지주를 때리는 인민의 주먹이라고 했소. 나는 우리 대한민국 광복군 건국유격단은 왜놈들과 부왜파놈들을 때려잡는 우리 한민족의 주먹이라고 정의하겠소!”
 다시 한번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른 저녁을 먹은 그들은 해거름이 되기를 기다려 이동을 시작했다. 
 
 
    4. 쥐새끼들(1) 
 
 
 이시이 납치 예비작전은 4명이 1개 조로 수행하기로 결정됐다. 강성종은 샤오라는 중국여인과 왜인 부부로 위장했고, 리덩칭 역시 그랬다. 그들은 관동지방에서 동업으로 방직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들로 중국에도 공장을 짓고자 답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임무가 주어지면 임무의 성격에 맞춰 신분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었다. 한번 써먹었던 신분을 다시 쓰는 일이란 좀처럼 없었다. 같은 팀이 아니면 무슨 임무인지, 어떤 신분으로 위장해서 가는지를 지부장을 빼고는 아무도 몰랐다. 왜국 영사관 폭파 건도 상해지부에서 그와 마틴, 롱뻐원, 훙더를 빼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짐작만 할 뿐이었다.
 이번 임무의 책임자는 리덩칭이었다. 그는 따라만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왜국영사관 폭파 후, 그는 스티븐스 국장에게 연락해 OSS를 그만 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고 운을 띄웠다. 스티븐스는 기겁을 하며 그렇다면 조선지부장으로 보내 줄 테니 중국에서 한 가지 임무만 더 수행해 달라고 회신을 보내왔다. 이럴 때 바로 승낙하면 원하는 바를 들켜 버리는 것이었다. 다 싫고, 그냥 쉬고 싶을 뿐이라고 우겼다. 결국 스티븐스는 따라만 가주면 된다고, 조선지부장을 확약한다고, 다시 한 번 연락을 해왔다. 어차피 합류하면 따라만 다니지는 못하리란 게 스티븐스의 계산이었다. 마지 못한 척 승낙한 것이 바로 지금의 임무였다. 롱뻐원과 같이 하고 싶었지만 리덩칭이 하얼빈 출신이라 지리를 잘 안다는 마틴의 강조에 토를 달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시이의 납치가 목표임을 알게 됐을 때, 한 생각이 그에게 떠올랐다. 그때부터 그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샤오와 강성종은 서로 알고 있었다. 둘은 같은 시기에 하와이의 정보학교에서 훈련을 받았던 것이다. 그녀가 그때 눈여겨 보았던 그가 왜국을 거쳐 중국으로 온 것이었다. 그녀는 만주토호의 딸로 미국 유학 중 왜군들에게 부모가 죽임을 당한 후 OSS에 자원한 여자였다. 격술도 남자 못잖았고, 명사수였다.
 그들은 하얼빈으로 가는 열차 일등칸에 자리를 잡았다. 잘 차려입은 왜인부부들에게는 일등칸이 어울렸다. 일등칸의 승객은 대부분 왜인이거나, 중국인이라도 의심할 여지가 적은 부자들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검문만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자 샤오는 눈을 반짝이며 그의 귀에 대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결혼은 했어요?”
 “했소.”
 “부인을 사랑하세요?”
 “그런 쓸데없는 말은 왜 묻는 거요? 앞으로는 임무와 관계없는 질문은 하지 마시오.”
 이시이를 어떻게 할지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그녀의 관심이 귀찮아서 짜증을 부렸다.                                
 “임무를 같이 수행하는 사람들은 서로 친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는 그런 말 들은 적 없소.”
 “만약 내가 잡힌다고 생각해봐요. 그리고 당신이 숨은 곳을 안다고 생각해봐요. 당신이 숨은 곳을 대면 살려 준다고 그런다면요?”
 “나는 당신이 아는 곳에 숨을 만큼 어리석지 않소.”
 그가 낮게 내질렀다. 그녀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둘은 같은 시기에 하와이의 정보학교에서 훈련을 받았다. 같은 훈련생 중에 권투 선수였던 백인이 있었다. 그자는 전생에 원수가 졌는지 유색인이라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괴롭히고 들었다. 똑같이 살인기술을 배운다고는 해도 성격 등으로 인해 개인별 강약의 편차는 있게 마련이었다. 그자는 절대강자처럼 보였고, 모두가 두려워하고 조심했다. 어느 날이었다. 흑인 여자 하나를 그자가 괴롭히고 있었다. 가슴을 만지려 덤비는 그자를 피해 흑인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다. 그게 재밌는지 그자는 낄낄거리며 더욱 짓궂게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강성종이 그자를 불러 세웠다.
 “어이, 약한 상대만 골라서 괴롭히는 야비한 놈! 자신 있으면 나하고 붙자!”
 “이 새끼가 죽고 싶은 모양이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그자에게 멱살을 잡힌 채 강성종이 체육관으로 끌려들어갔다. 평소에 그자와 같이 어울리던 백인 사내 둘도 기세등등하게 따라 들어갔다. 체육관의 문은 안에서 잠겨지고 말았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해 보였다. 셋 다 몸피가 그의 배는 족히 될 자들이었다. 발만 동동거리며 사태를 지켜보던 유색인들은 모두들 기도했다. 제발 그가 살아서 나오기를. 그런데 웬일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곧 사내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낭자하게 울려퍼지지 시작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놀랍게도 강성종이었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말짱하게. 셋은 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불과 몇 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중에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권투 선수는 남자구실을 영영 못하게 됐고, 하나는 한 쪽 눈을 실명했고, 또 하나는 무릎이 뒤로 꺾이면서 종지뼈가 으깨져서 평생 목발을 짚어야 된다고 했다. 셋 다 불구가 되고 만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순전히 맨몸으로 셋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피해자들의 정도는 참혹했지만, OSS로서도 적지 않은 손실이었지만 엄연한 정당방위였으므로 그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 일도 그가 ‘헤라클레스’라는 암호명을 부여받고, 스티븐스 국장으로부터 ‘신도 헤라클레스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감탄하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한 셈이었다.
 그 후로 정보학교에서 백인들이 유색인들을 괴롭히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백인 사내들이 유색인들을 피해 다닐 정도였다. 그 일은 그 자리에서 속수무책으로 기도만 하고 있었던 샤오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졌다.
 “미국에서 보니까 조선의 유학생들은 조혼을 하는 탓에 부인과의 의식차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많던데요, 이성만 같은 사람도 그런 경우죠? 당신은 그런 거 없나요?”
 “없소!”
 그는 또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이성만의 이름이 나오는 바람에 더 짜증이 났는지도 몰랐다. 이성만은 연합국들이 조선을 신탁통치하겠다는 발상을 하게 만든 빌미를 제공했다. 1921년에 이미 강대국들에게 조선의 위임통치를 요청한 것이 바로 이성만이었다. 그것은 ‘갑’에게 빼앗긴 자신의 떡을 ‘을’더러 빼앗아서 네가 먹으라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국제관계에 있어서 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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