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어이구, 내 손주 녀석이랑 참 닮았네~’ 라는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 보는 순간 그 할머니 귀신이 막 달려와서 등뒤에 업히더라는 거야.”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져서 걸음이 느려 졌는데 이 할머니가 갑자기 등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막 흔드시더래.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서 무릎을 꿇었던 거고 내가 와서 말거는 모습까지 봤고, 나한테 업혀서 지구대 까지 간건 몰랐데. 일어나 보니 병원 침대였단다.”
“부대 돌아와서 중대장하고 우리 소대장 한테 얘기 했는데 그냥 몸이 허 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라고. 조금 쉬면 괜찮을 거라고 하면서 근무 일주일 빼줄테니까 몸관리 하라고 했데. 안믿는거지. 뭐... 바로 옆에 있었던 나도 안믿어지니까 할 말 다했지...”
저는 속으로 ‘...에이. 그런게 어디있어.’ 하면서도 조금 무섭긴 하더군요. 끝으로 그 고참이 이런이야기도 해줬습니다.
소대 내 에서도 다들 안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 무슨 피해라도 올까봐 그냥 간단한 대화 외에는 그 A와는 친하게 지내려 하는 사람이 없다고... 어차피 우리 소대 소속이지만 대부분 근무는 본부중대에서 할때가 많으니까 너도 괜히 같이 있다가 귀신 붙거나 하지않게 그냥 묻는말 정도에만 대답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며칠 뒤 제가 불침번을 서고 있을 때였습니다. 시기가 환절기라 중대장님이 불침번들은 각 내무실 다니면서 기침하거나 열이 있으면 바로 본부에 보고 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저는 3소대 내무실을 거쳐 우리소대(2소대) 내무실에 왔을때 그 A병장 잠꼬대인지 뭔지 혼잣말을 중얼중얼 거리면서 땀을 흘리시길래 바로 달려가서 보고했고, 당직이었던 1소대장님이 오셔서 그 A병장을 흔들어 깨우셨습니다.
“야 너 왜그래 어디 아프냐? 감기야?” 하고 소대장이 물으니까 “아님니다. 괜찮습니다.”하면서 일어나는데 코에서 코피가 주륵 하면서 옷에 떨어지는겁니다. 소대장은 “너왜 코피까지 흘리고 그래? 안되겠다 옷갈아입고 본부로와 병원가자”하시는데 저는 그 A병장이 왜 코피가 나는지 알게 된 후라 소름이끼치고 얼굴에 확 열이 올라오고 심장도 쿵쾅거리고 멍하니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그 A병장을 뒤에서 보고 있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남은 불침번 근무는 아주 작은소리에도 흠칫하고 놀래는 절 볼 수 있었죠.ㅠㅠ 괜히 혼자 욕하고.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거울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고, 어두운 복도 가운데 서서 고개만 좌우로 경계하면서 근무를 마쳤고, 들어간 후에도 잠을 한숨도 못잤던 걸로 기억됩니다.
A병장은 그 뒤로 병원에서 3~4개월 가량을 돌아오지도 않고 병원에만 있다가 말년휴가 때 잠깐와서 짐을 챙기고는 그대로 전역해 버렸습니다.
뭐... 후에 고참들에게 몇가지 더 일화를 듣기는 했지만, 나중에 짬밥을 먹고 고참이 되면서 생각해 보니까. 그 A병장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생각이 들더군요.
말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 보기싫어도 보이는 존재들...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게 이상하겠다 싶더라구요.
그 A병장이 본게 귀신이든 영혼이든 뭐든지 간에. 참, 말도 잘하는 사람이었고 상당히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었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군대에 있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 연기를 할 사람도 아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