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본래 '선택과 집중'이 갖는 배제의 논리는 대단히 정치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대를 다루는 경우는 특히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조선왕조실록> 같은 정사에서 발견하는 것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내는 배제의 폭력이다. 권력을 잡은 왕의 관점을 담아내는 이런 정사에서는 왕의 치적을 찬양할 뿐,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그들로 인해 고단한 삶을 살게 된 민초들의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된다. 다루지 않는다는 건 정치적인 행위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본인 스스로를 '상업영화 감독'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저 '상업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세대에 대한 무한긍정'은 당대를 살아낸 장년층이 현실에서 느껴오던 상실감을 건드린다. 그 상실감은 개발시대의 급속 성장이 IMF와 함께 거품이 빠지면서 당대의 주역들로 추앙받던 가장들이 후대에 경제적 불평등이니 양극화니 청년 실업 같은 숙제를 남긴 존재들로 추락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아버지들은 IMF 이후 한없이 고개를 떨구었고 가족 내에서도 점점 뒷방으로 밀려나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국제시장>이 건드린 건 바로 그 상실감을 되짚어 "당신은 그래도 괜찮은 삶을 살았다"는 위로다. 그 '괜찮은 삶'이란 현재 논쟁적인 부분일 수밖에 없지만 그 논쟁적인 면 역시 상업적으로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즉 이 영화는 대놓고 아버지 세대에 대한 찬양을 하는 것으로 '상업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것은 윤제균 감독이 지금껏 만들어온 일련의 영화들, 이를테면 그의 첫 번째 천만 영화인 <해운대>나,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같은 비교적 초기의 영화들에서도 두드러진 그의 경향이다.
'국제시장'에서 배제된 정치색이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