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7 특임대 일화 -
한겨울 새벽 칼바람이 부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해병대 서용운 중사가 시외버스 승객 19명을 인질로 잡고
‘귀신 잡는’ 해병대요원과 숨쉬기도 어려운 팽팽한 대치를 하고 있었다.
이미 술에 취해 극도로 흥분한 서 중사는 버스안에 크레모아를 설치해놓고 한손에는 크레모아 격발기를,
또 한손엔 장전된 M16소총을 들고 “도망간 아내를 데려오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서 중사나 서울진입을 막고 있는 해병대원 모두 탈출구는 없었다.
정적을 깨듯 통제된 고속도로를 통해 허름한 봉고차 한대가 나타나 머리부터
온통 검은색의 복장을 한 10여명을 내려 놓았다.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트렁크에서 망원렌즈가 달린 저격용소총,
기관단총 권총 등 온갖 무기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작전개시를 알리는 ‘저격’ 명령이
떨어지자 행동이 기민해지기 시작했다.
“셋, 둘, 하나, 출발” 검은 복장의 2명이 허리를 90도로 꺽고 지그재그로 시외버스
앞쪽으로 내달리자 버스창 밖으로 소총이 난사됐다.
서 중사의 시선이 앞쪽으로 쏠리는 틈을 이용해 다른 한켠에 있던 2명이 버스밑으로
신속하게 숨어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버스후미의 범퍼를 밞고 올라서 있었다.
한발의 총소리를 들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86년 12월 3일 있었던 소위 ‘추풍령 무장탈영병 사건’ 의 전말이다.
(당시 일반인에게 서 중사는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