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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4-3)
게시물ID : lovestory_94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14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3/07/27 11: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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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4. 쥐새끼들(3) 
 
 

 "왜 그러시오?”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뭘 말이오?”
 “기가 막혀서......”
 “당신이 나 때문이 아니라고 그랬잖소?”
 “그래도 여자가 울고 있으면 달래는 봐야 할 것 아니에요?”
 “달랬잖소? 그런데 당신이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잖소. 그리고 나는 지금 졸립다 말이요.”
 “졸립다? 그래, 창녀하고 밤새도록 놀고 온 게 자랑이에요?”
 그녀가 고함을 빽 질렀다. 사람들이 실실 웃었다. 덕분에 부부라는 걸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기가 차서 웃고 말았다.
 “그래, 우는 까닭이 도대체 뭐요?”
 “부모님들 생각이 나서요.”
 이제 그녀는 눈물을 지운 말끔한 얼굴이었다. 기회였다. 끝까지 서먹서먹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한 번 들어봅시다.”
 샤오의 집은 만주에서도 꽤 알려진 토호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왜놈들과 타협하지 않고 소작인들을 군사조직화해서 장학량과 연계해 항왜투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초공작전 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어머니와 같이. 이야기를 마친 그녀의 눈은 복수심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그러나 자신의 경우를 말해 줄 수는 없었다.
 “당신도 왜놈들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한 것 같던데요?”
 “모르겠소. 그것이 적개심인지는......”
 “당신도 왜놈들에게 나와 비슷한 경우를 당했죠?”
 “그런 일은 없소.”
 “속일 생각하지 말아요. 눈빛을 보면 알아요.”
 “그건 내가 원래 악독해서 그럴 거요.”
 “아니에요, 그건.”
 “나를 몰라서 하는 말이오. 나는 대가만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하오.”
 “...... 모르겠어요. 당신은 비밀이 많은 사람 같아요. 그것도 아주 큰 비밀요. 이번 왜국 영사관 건도 당신 작품이죠?”
 “나는 모르는 일이오.”
 “당신이 아니라면 그렇게 완벽하게 해낼 사람이 없어요.”
 “나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런 건 누구에게라도 묻지 말아야 된다는 거 모르오?”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이틀 후, 그들은 하얼빈에 도착했다. 아직도 리덩칭 팀과 합류하려면 하루의 시간여유가 있었다. 그것도 곤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방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는데도 샤오는 더는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하루를 더 쉰 다음, 그들은 리덩칭 조와 합류해 731부대 근처까지 가서 지형지물을 정찰했다. 731 부대 건물들은 보기에도 음산해 보였다. 군부대가 아니라 형무소 같은 구조였다. 높은 감시탑과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이 높은 담벼락이 그랬다. 이전에 이시이를 납치하려 했던 시도가 모두 실패하고 만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도로며 주변 건물들의 배치가 볼수록 접근이 쉽지 않게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부터 작전을 짜야 했다.
 미국은 왜국이 전쟁 막바지에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세균전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었다. 원자탄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완성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이 상태에서 왜국이 치명적인 세균의 대량배양에 성공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이시이를 제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시이를 산 채로 납치해야 하는 것은 만약에 시도할지도 모르는 세균전에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더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 미국의 입장으로는 소련의 급부상도 문제였다. 소련은 세계혁명을 호언하고 있었고, 급성장한 군사력은 미국에게도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미국보다 한발 늦을지는 몰라도 원자탄도 곧 만들리라는 게 미국이 입수한 정보의 결론이었다. 그러니 군사력 면에서 확고한 우위를 갖추기 위해서는 획기적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세균의 병기화였다. 소련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이시이를 납치하 기 위해 소련도 무던히 애를 썼지만 철통같은 경계 앞에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시이는 세균전 연구의 핵이었다. 그 자신 내과 의사며 생물학자로서 세균전을 창안한 자였다. 거의 모든 연구는 그자가 입안해서 시도했으며, 핵심적인 내용은 그자만 아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시이만 있으면 세균전 연구의 모든 것을 얻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미국과 소련이 기를 쓰고 이시이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였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서둘렀다. 이시이의 출근시간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퇴근시간은 어제 관찰을 했지만 믿을 것이 못될 것 같았다. 늦어질 수도 빨라질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출근시간은 그런대로 규칙적일 것 같았다. 이시이는 하얼빈 시내에서 살고 있었다. 8시 30분쯤 됐을 때, 이시이가 탄 차량이 망원경에 잡혔다. 퇴근시간 때와 마찬가지로 앞뒤로 호위차량이 두 대씩이었다. 뒤의 트럭에는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왜군이 열 명 이상 타고 있었다.
 개 같은 놈, 엄청나게 끌고 다니는군. 웬만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도 경호를 저렇게 철통같이 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만큼 이시이의 역할이 비밀스럽고 막중하다는 이야기였다. 단지 제거하는 것이라면 간단했다. 문제는 살려서 끌고 가야 한다는 데 있었다. 리덩칭에게 망원경을 넘겨주면서 그가 물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글쎄......”
 “출근 시간은 정확하기는 해도 납치가 알려지는 시간은 퇴근 때보다 훨씬 짧지 않겠나. 적어도 안전지대까지 간 후에 실종이 알려져야 하는데 말이야.”
 “그것도 고려돼야 하겠는데......”
 리덩칭이 말꼬리를 흐렸다. 이시이의 퇴근시간이 어제와 다름을 확인한 그들은 내일 다시 작전을 짜기로 하고 흩어졌다.
 그와 샤오는 어제의 여사가 아닌 다른 곳에 들었다. 숙소를 옮기는 것은 철칙이었다.
 “계획이야 어떻게 됐든 본 작전 때도 합류하게 되면 이시이를 제거하는 쪽으로 하시오. 납치하려다가 본인들이 죽으면 억울하지 않소. 본인들부터 살아야지. 누구에게도 이야기는 하지 말고......”
 “그래요. 그런 악마 때문에 우리가 죽을 순 없죠.”
 덤덤한 듯한 그의 제안에 그녀는 대환영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짜봐도 이시이를 국내로 빼돌릴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시이를 독립에 이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었다. 그러나 납치조차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소련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제거해 버리는 것이 인류평화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둘은 땡볕 아래서 하루를 보낸 탓에 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면서도 이상한 소리는 가려듣는 그였다. 그만큼 훈련을 하고, 긴장을 풀지 않고 살아온 것이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소곤거리는 소리들은 창밖에서도 들려오고 문 앞에서도 들려왔다. 한둘이 아니라 제법 많은 것 같았다. 퍼뜩 떠오른 것이 리덩칭이었다. 그자에 게 미행을 당한 것이었다. 저녁에 헤어지면서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니라면 저들이 정확하게 이곳을 알 리가 없었다. 생각에 골똘해서 미행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북경에서 자신이 갑자기 내리려 할 때 지나치게 당황하던 리덩칭의 표정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복도에 있는 자들이 조심하는 것이 느껴졌다. 상대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저쪽이 완전히 준비를 끝내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다. 가만히 샤오를 깨웠다. 그녀도 첩보원답게 소리없이 일어났다. 문을 박차면서 총을 쏘아댔다. 문 가까이에 붙어있던 둘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엎어졌다. 뛰는 수밖에 없었다. 현관 쪽에는 셋 뿐이었다. 셋을 쏘고 골목을 향해 뛰었다. 뒤에서 여럿이 총을 쏘며 따라왔다.
 “악!”
 골목을 이리 꺾고 저리 꺾으며 정신없이 달리는데 옆에서 달리던 샤오가 길바닥에 나딩굴었다. 허벅지에 총을 맞은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했다. 그러자 그녀가 그를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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