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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게시물ID : readers_94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로
추천 : 9
조회수 : 132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10/22 21:50:43



어제 함민복 시인의 시를 언급하셨던 분이 계셔서 저도 따땃한 시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함민복 시인의 시로 가져와 봤습니다.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의 '눈물은 왜 짠가' 라는 시입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
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
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
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
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
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
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
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
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
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
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
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
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
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
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


  눈물은 왜 짠가






시집을 보고 친 거여서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혼자 살다가
이런저런 집안사정 때문에 어머니가 잠시 저희 집에 와 계시는데 엄마 품에 안겨
냄새를 들이마시니까 왜 그리 울컥하든지요 ㅎㅎㅎ 다른 사람 냄새는 잘 모르겠는데
엄마 냄새만은 언제나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제 엄마도 고기를 못 드십니다. 어릴 때부터 고기 안먹는 버릇해서 비린내 난다고
진저리를 치십니다. 그런데 저와 제 동생이 엄마집에 들어와 있으면 일주일에 세 번은
고기가 나오니 참 신기하지요. 맛있다고 고기를 먹는 저희 옆에서 본인은 그저 고추장에
대강 밥을 비벼 드십니다. 그냥그냥 그게 일상이어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 시를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내일은 제가 된장국이라도 하나 끓여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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