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라고 하던가요.
지금까지 사귄 흔적을 따라가면서 여자친구 페이스북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며 쭉 읽어보고 있었습니다.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ㅎㅎㅎ
이제 곧 1년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밖에 알지 못했는데 그보다 수십배는 되는 제가 모르는 여친을 볼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왜 못했는지 제가 참 바보같네요.
전남친이 있는 것도 알고 얼마나 사귀었는지도 알고.. 여친한테는 비밀이지만 좀 더 많은 흔적을 본 적도 있습니다.
이런거 생각해봤자 좋을 것도 없고 그냥 잊어버리자 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일 주일 전에는 여자친구 과제를 도와주고 이걸 업로드하려고 웹하드에 접속했는데, 전남친과의 사진이 가득하더군요.
여자친구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예전에 올려놓은거라 미처 생각을 못했다고 하고 다른 사진과 너무 많이 섞여 있어서 한번에 다 지울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기분 나쁜것도 이해하고, 그렇다고 그거 한장한장 보면서 지워나가는건 추억 떠올리는 행동이 될지도 모르는데 제가 기분나쁘지 않겠냐고 그래서
네 말이 맞고 기분나쁜거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길 끝냈습니다.
한달 쯤 전에는 전 남친한테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길 가는데 봤다고 어떻게 지내냐는 그런 연락을요.
그때도 좋게 저와 제 여자친구, 서로 잘 이야기해서 끝냈습니다.
제가 기분나빠하는거 여자친구도 알고요. 저도 알고 먼저 이야기해주고 오해 없도록 풀어준 여자친구가 고마웠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전 여자친구한테 연락이 왔었고, 전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아예 무시해버렸구요.
지금 여자친구도 그에 관해 공감해줬어요.
그런데 오늘 의도치 않게 또 흔적을 보고 나니까 이상하게 전보다도 더 질투심도 일어나고 속이 아픈지 모르겠네요.
마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저와 만나기 전의 삶은 돌아보지 않는 게 답인건지.
제 생각엔 여자친구는 ... 그래도 꽤 배려심도 있고 현명하게 대처해 준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자꾸 찌질하게 이런 마음이 든다는 게 너무 힘이 들어요.
사실, 위에 언급했던 사진들. 다 지워버렸으면 좋겠어요.
연락오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다신 연락이 오지 않게 했으면 좋겠어요.
페이스북도 예전 글 다 찾아보면서 관계된 거 다지워버렸으면 좋겠어요.
피해망상이겠죠? 그치만 나중에 집에라도 놀러가면, 거기서 또 제가 모르던 그런 흔적을 발견하면 어떡하죠?
이런거에 쿨해지고 싶습니다. 찌질한 제가 너무 싫은데 또 괴롭기도 하고..
절 생각해주는 여자친구에겐 이런 말 절대 못할 거 같아요..
많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