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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덕수보다 더 힘든 덕수의 아들
게시물ID : sisa_5703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지병말기
추천 : 4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15 20:06:41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해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돌파한다는 예측 말이다.

거기다 10년 뒤인 2024년이면 5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 중반을 유지한다는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10년 뒤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 된다고 했다. 지난해엔 2만8천달러 정도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3만807달러로 추정했다. 세계 24위다. 지난해엔 2만8,738달러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은 산출 방법이 다소 다르지만 수치상 별 차이는 없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을 원화로 계산하면 3000만원(1달러=1052원 기준), 4인 가족은 1억2,000만원이다. 정부와 기업의 소득까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명문대 출신의 40대 실직자가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자신은 죽음 대신 감방을 선택했다. 한 때 연봉 9천만 원의 임원이기도 했던 그는 실직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기면서 고시방을 출퇴근했다고 한다. 대출금을 주식투자해 2억7천만원을 날렸다지만 강남에 11억원대의 44평 아파트를 갖고 있으며 아내 통장에도 3억원이 있어 단순히 가난 때문에 사고를 쳤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중산층이다. 그러나 실직은 그를 심리적 빈곤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재력과 사회적 지위로 평가받는 풍토에서 상대적 빈곤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성인남녀 812명을 상대로 경제적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불행한 집단이 40대, 이혼, 자영업, 남성, 대졸이었다고 보고했다.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여야 할 40대가 가장 불행한 세대라니, 살아가야 할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그들이 아닌가.
 

상대적 빈곤. 혼자 있으면 불행하지 않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을 때는 불행하다고 느낄 이유가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의 국민들이 그러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모든 것이 ‘어떻게’보다는 ‘얼마나’로 평가되는 사회. 학력도 직업 선택도 결혼도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남을 의식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행복도 남이 결정해주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행복할 여유가 없다. 흔히 말하는 양극화,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구분되는 세상이다.
 

이른 아침 출근길 동대구로 10차선 대로 대구무역회관 앞 인도에 못 보던 포장마차가 들어섰다. 포장마차에는 아침을 거르고 나온 듯 젊은 청춘들이 꼬치 어묵으로 속을 푸는 듯 보였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늘어나는 포장마차라니. 그 포장마차에서 끼니를 잇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그러고 보니 동네 뒷산 산책로 입구에도 붕어빵 포장마차가 새로 들어섰다. 옆에는 여름내내 한 번도 손님을 본 적이 없는 야채 행상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었다. 40대 자영업을 하는 남자가 힘들다는 보고서를 생각하게 만드는 포장마차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는 몸뚱이 하나로 생계를 이어간다. 전쟁 뒤의 폐허에서 살아남았고 먹고 살자고 독일 광산과 베트남 전쟁통에서도 목숨을 건 생존투쟁에 뛰어들었다. 입 하나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 전쟁과도 같았던 세월을 보냈다. 국민소득이라고 들먹일 것도 없는 경제적으로 힘든 날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가난하다거나 불행하다고 여길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었다.
 

영화에서 덕수는 “우리 자녀 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가 겪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수많은 덕수의 아들, 손자들은 그러나 덕수보다 더 힘든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덕수 시대에는 모두가 헐벗고 가난했지만 그 아들 손자들은 상대적으로 잘 나고 부유한 이웃에 짓눌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소득 3만달러 시대의 아이러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42번이나 언급했는데, 아무쪼록 덕수보다 더 힘든 덕수의 아들과 손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2015년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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