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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매 년 한번씩 꿨던 꿈 이야기. (너무 안무서움 ㅠ긴글주의)
게시물ID : panic_945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린님
추천 : 35
조회수 : 3071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7/08/03 13:27:18


흔희 무당은 공돈 안먹는다, 라는 이야기가 있죠.
점 좀 보고 다닌 분들은 다 아시는.

절 보고 다들 그러네요. 고1,2때 이미 신이 왔다고.
생각해보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딱 고 1때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기찻길을 지나는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철길을 따라 가는 뒷모습을 스타트로 한동안 길다가  목 없는 고구려옷 입은 사람이 구겨져 있는 모습이라던지,

가게 안을 들여다 봤더니 벽에 꼬마 여자애  얼굴이 툭 튀어 나온다던지. ㅋㅋㅋ
근데 딱 그정도였어요.

더 이상 보이는 건 없고, 대신 그 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죠.
원래 엄마가 꿈을 용하게 꾸시는데 제가 꾸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꿈빨(?)도 거의 사라졌네요.

그게 원래 엄마가 무당이 되야 하는데 워낙 기가 쎄서 누르다보니 결국 저한테 왔다고 하네요.
그냥 저는 몸주될 신이 뱃속에서 부터 너 내꺼,하고 점 찍었다나 뭐라나..ㅠㅠ 그런 관심 사양인데..

암튼 격동의 20대를 보내는 동안 저마저도 신을 안받으니 답답하신지 꿈을 보여주기 시작하더군요.

1년에 비슷한 시기에 꿨던 그 꿈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꿈

눈을 뜨니 왠 초라한 조선시대에나 나올법한 초가집 안에 진짜 허름한 방안에 제가 누워 있었습니다.

온 몸이 찌뿌둥 한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고 있는데 문 밖에서 뭔 소리가 나네요.

"슥.....삭..."

문을 열고 보니 흙마당에 덩치가 좀 있으신 낡은 한복을 입고 왠 할머니가 쪼그리고 등을 보이고 앉아 계시네요.

"할머니 누구세요?"
제 말 소리에 몸을 트시는데 얼굴이 너무 무섭게 생기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포스가 좔좔..
손에는 커다란 식칼을 들고 돌에다 갈고 있었던.
아니 그 칼로 뭘 할려고..ㅠㅠ

제가 기겁하니 절 보고 하는 말이
"너는 무당이 되야 한다."

그 길로 너무 무서워서 냅다 달렸습니다.
제가 있던 곳이 어떻게 생겼냐면 그 머털도사가 스승님하고 살던 그런 모양의 산이었어요.

미친듯이 내려가고 있는데 2명의 딱 봐도 저건 인간이 아닌 것들이 저를 잡으러 오더라구요.

난 이렇게 잡히는 구나..하고 울면서 뛰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건지 누런소가 땋!!!!

저를 등에 태우고는 비어 있는 집에 데려다 주더라구요.
그 곳에 숨어서 그 두 놈들을 따돌리고 나서 잠에서 깼네요.

근데 어찌나 생생하고 무섭던지 한시간은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ㅠㅠ 
그냥 몸이 안움직이고 얼음상태.

아.. 그 할머니 너무 무서웠어요..칼을 갈고;;





# 두 번째 꿈

첫 번째처럼 스텍터클한 그런건 없고 이후로는 그냥 짧게 꾼 꿈입니다.


새하얀 공간에 제가 서 있었는데 위에서 선녀옷을 입은 이쁜 언냐들이 우르르르 내려오더군요.

진짜 이뻤어요. 
옷이며 얼굴이며, 손동작 하나하나가.

근데 이쁜 선녀언니들이 티비서 선녀들이 들고 있는 그 중국 부채 같은거 말고
 무당들이 쓰는 촥~하고 피는 부채를 펼쳐서는 저를 가운데 두고 동그랗게 부채춤 추듯 감싸곤 둥글게 둥글게를 ..;;

그렇게 넋을 놓고 보다가 꿈에서 깼네요.
근데 이것 또한 너무 생생해서 어째서인지 한동안 침대에서 얼음상태로..ㅠ




# 세 번째 꿈

왠 큰 법당에 어떤 사람과 나란히 상을 펴놓고 앉아 있는 모습부터 보이더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보니까 어떤 정말 대단한 만신의 법당인데 저는 그분께 고용된 알바생이었어요. ㅎㅎ

손님들 점을 봐주는 알바를 하고 있었던;;
주인인 무당분은 뭐하시고 왜 내가;;





# 네 번째 꿈

정말 어마어마하게  진짜 엄청나게 큰 황금빛이 도는 나무로 만든 궁궐 같은 기왓집이 나왔는데 
그 앞에 엄청 넓은 마당에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게 줄을 서 있더라구요.

제 친구와 저도 같이 줄을 서 있는데 하는 얘길 들어보니 정말로 용한 무당집이라서 점을 보려고 몰려 있는거였네요. 헐

진짜 줄이 끝이 없음. ㅋㅋㅋ

한참 기다려서 들어갔는데 친구한테는 좋은 말만 해주더니 저를 보시더니 왠 국그릇을 내면서 하는 말이
"너는 담을 건 많은데 담으면 넘쳐나서 그릇이 깨지고 또 담으면 깨진다. 그릇이 맞지가 않아서 그렇다."

왜인지 꿈인데도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안좋은 표정으로 있으니 자길 따라오라며 어느 방에 데리고 가더라구요.

갔더니 좀 어여쁜 10대 초반 아이들이 뭔갈 만들고 있는 공방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곳에서 엄청 이쁘고 딱 봐도 이거 보통 천이 아니다.라는 아우라를 풀풀 풍기는 무복을 꺼내 제게 주더군요.

이게 보통 옷이 아니라면서 만드는 과정, 재료, 모든게 보통 물건이 아니며 본인이 가장 아끼는 옷이라며 제게 줄테니 입으라고 하네요.

그 옷을 받고 옷에서 뭔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취해서 멍때리다가 꿈에서 깼는데 또 몸이 침대에 붙어있음. ㅎㅎ





# 다섯번째 꿈

딱 봐도 이 꿈 꾸고 '아..이게 끝판왕, 완결이구나.'라는 걸 느꼈던 마지막 꿈입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공간에 제가 무복에 무당들이 쓰는 모자 있죠? 그 깃달리고. 
누가 봐도 고급진 무복 세트로 차려입고 작은 상 하나를 앞에 놔두고 양반다리를 하고 제가 앉아 있더군요.

저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그런 상황?

근데 몸으로 느끼는건 같이 연결되어 있는지 다 느껴지는.


어느 순간 느껴지는게 뭔가가 내 몸으로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이게 진짜요.
설명이 안되요.
정말 감히 인간따위가, 하찮은 인간따위가, 라는 말이 ,  더 내려 낮춰도 모자른 정도로 인간따위는 발 밑 개미만도 못하게 느껴지는 그런 존재였어요.

순간 '아.. 이건 뭐든간에 신이다.!!' 라는 걸 그냥 알 수 밖에 없는 그런거였어요.

몸에 접신이 된거죠.

지금 생각해도 진짜 설명이 안되요.

그 엄청난 존재의 아우라가.

그러고 난 다음 제 얼굴을 마주보는데 눈이요. 그냥 안광이 번뜩이고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눈에는 푸른 불꽃이 인다고 해야하나요?
진짜 똑똑해보인다는 생각을 했네요 ㅋㅋㅋㅋ

저이지만 제가 아닌 듯한 모습이 보이는데 그런 얼굴을 보고서는 꿈에서 깼는데요.

예전과 다르게 깨고 나서도 그 몸에 내려오던 느낌이 생생하고 내리누르던 존재감에 몇시간을 허덕거리면서 누워있었네요.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꿈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꿈을 꾸면서 나 자신이 믿던 안믿던 이 길로 가야 하는게 숙명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깨고 나서 바로 든 생각은 '아..나는 무당이 되어야겠다.'였어요.

물론 엄마의 반대로 그 이후로 8년을 더 버텼지만.

버스 타고 가다 방울 소리도 들리고 막 그러더군요. ㅋㅋㅋ


하긴 고딩때부터 예사롭진 않았어요.
폰줄을 11개를 달고 다녔는데요.
전부다 방울 달린것으로..ㄷㄷㄷ
폰 들고 흔들면 방울소리 엄청나게 딸랑 딸랑~ 그 소리가 어찌나 좋던지;;

그리고 점보러 법당에 들어가면 보이는 부채랑 방울들만 봐도 기분이 완전 업되어서는 좋아 죽겠더라구요.


저는 사실 이런 영적인 부분에 대해선 그냥 딱 중립입니다.
완전 믿지도 않고, 그렇다고 꿈이 워낙 맞다보니 안믿을 수도 없는? 

지금은 무당이 되겠다! 하고 날짜 기다리고 있지만 어쨌건 저는 사람들이 진짜인양 빠지지 말았음 하는 바람이 있네요.

지식인만 봐도 무속카테고리에 있는 글들 보면 어찌그리 저같은 꿈꾸는 분들이 많은건지..
방울을 들었니, 부채를 들었니, 무당 옷을 입었니..

저와 마찬가지로 꿈 하나 믿고 길을 헤매고 고민하고 중심을 잡지 못해서 고통 받고 계시는 분들이 왜그렇게 많은건지..

아직 이 길이 어떤건지 단 1도 모르지만 저처럼 헤매는 분들이 없었음 해요.


안무섭고  많이 재미없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출처 주절주절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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