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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술 문화에 관대한 이유
게시물ID : humorbest_945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의근돌
추천 : 37
조회수 : 3269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5/23 21:53:51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5/23 18:14:09
우리 나라 술 문화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대략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술 문화가 무지무지 과격하다. 경쟁이 심한 나라라 그런지, 술도 경쟁적으로 먹는다. 둘이 먹으면 한 놈이 지쳐 쓰러질때까지 먹는다. 술집 주인이랑, 국세청만 좋은일 시킨다. 덕분에 술에다 세금 왕창 때려서 나라 재정 탄탄해서 좋겠네...쩝...

둘째 특징은 술 문화, 곧 과격하게 먹고 사고도 과격하게 치는 문화에 대해서 놀라울만큼 관대하다. 술 먹고 운전하다 사람 쳐도,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러도 그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매우 경미한 처벌만 받는다. 법적 논리는 이렇다. ‘만취 상태라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으므로, (당시의 상태는 정신질환자와 같다고 판단되어) 죄를 물을 수 없다.’ 라고.

겁나 희한하지 않은가? 내가 만취자를 때리면 구속감이지만, 만취자가 나를 때리면 대충 훈계하고 풀어준다. 음주 운전 역시 외국은 그 자체로 중범죄 감으로 취급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인식한다.

(이쯤하면 꼭 ‘이래서 우리나라는 안돼!’라는 인간들 나온다. 쫌만 자제하자. 대안없는 비판, 고민없는 비판은 싫어한다. 비판하더라도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해야 옳다고 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내가 볼때, 역사적 연원을 따져보면 원래 고려시대, 조선시대부터 술먹고 행패부리는, 일명 ‘주사 문화’에 관대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당시에는 음주가 풍류일지언정, 주사는 인간 쓰레기 수준으로 보았던 것 같다. 연산군이 폐위되던 때, 그 죄목으로 주사가 들어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ㅋㅋ 아는 분들 리플 바랍니다.)

주사가 본격적으로 관대해진 것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였다. 당시 일본은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했다. 먼저, 싹수가 보이고 똑똑한 인재다 싶으면 국비로 일본에 유학시키고, 극진한 인간 교육을 시켜서 골수 친일파를 만든다. 또, 대다수의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그 속에서 혹시라도 걸출한 지도자 따위는 나오지 않도록 술, 담배 등 환락 문화를 저렴한 가격에 적극 권장해서 인간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친일파는 교육 받는 내내 일본의 선진 문화와 자기에게 베풀어지는 배려(?)에 감격하여 일본을 추종하는 한편, 개념없고 미개하고 지저분한 한국인들을 보며 경멸감을 갖는다. 그래서 더욱 일본인이 되고자 발버둥치게 된다. 

평민(?)들은 평민들대로, 일제 치하에서 삶은 고달프고 피곤하지만, 현실적인 타개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환락 문화에 동화되게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나마 믿었던 기대주들은 친일파가 되어가는데...) 고달프면 고달픈만큼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주사는 ‘힘들고 지친, 억눌린 자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주사 문화에 관대할 수 밖에 없었다. ‘오죽 힘들면 저럴까?’ 라는 기본적인 이해와 연민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주사 당사자는 이해하고, 일본 정부는 권장하는 입장이었으니 음주문화가 부패하기에 완벽한 조건이었다. 즉, 주사는 ‘우민화(愚民化)’를 통한 통치의 수단이었던 셈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한 대표적 케이스가 담배 필 돈 모아서 빚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었다)

암울하던 일제 시기, 통치의 수단이던 음주 문화는 해방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공고해져 간다. 역시 정권잡은 독재 정부 입장에서는 적당한 우민화가 절실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사 정권의 등장 이후, 술이 쎈 것은 이제 아예 자랑이 되어버리고 만다. ‘남자라면 술은 잘 마셔야지’라는 어이없는 통념도 이때 생겼다고 한다.

군 특성상 지휘관은 술을 잘 할 수 밖에 없는데, 3공 시절 김종필이 사관 생도 사열식에서 막걸리 150잔을 마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막걸리 150잔... 이거 인간이냐? 대충 계산해봤더니 30리터 가까이는 될 것 같다. 주간조선에서 본 기사인데 암만해도 이거 뻥 아닌지 심히 고민된다. 장교 출신들은 답 좀 달아주셈~)

힘들고 어렵던 시절, 일제 정부와 군사 정권에 의해 조장, 발전된 저질스런 음주문화가 세계 11위권의 강국으로 성장한 마당에도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먹고 살만해졌으면, 주사가 더 이상 ‘없는 자의 절규’가 아니라면, 술 먹고 피자놀이하다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되는 인간들을 이젠 좀 한심한 인간들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마실 때 마시더라도, 안 먹겠다는 인간 왕따까지 만들어가면서 꼭 먹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젠 좀 정말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음주 문화로 성숙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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