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관리 AP통신에 흘려, 국무부도 시인. '부시 노림수' 뭐냐 [프레시안 김한규/기자] 한국이 20년 전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비밀실험을 했다고 미 부시 정부의 고위관리가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까지 한국의 우라늄 농축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 정부의 이같은 ‘폭로’의 배경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부시정부 고위관리, “한국, 20년전 플루토늄 실험도 실시”
AP 통신은 8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미국 부시정부의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한국이 20년 전에 미량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비밀 실험을 했다”며 “지금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밝힌 대로 한국은 4년 전에 있었던 우라늄 농축실험과 관련해 IAEA의 사찰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 제기된 이 의혹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플루토늄 문제가 한국이 IAEA 추가 의정서를 비준하면서 IAEA에 사전에 자진 신고한 내용에 포함돼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찰 과정에서 추가로 신고 통지한 것인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플루토늄 실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이번 사찰과 관련해서는 플루토늄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과거 IAEA 정기사찰 등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확대돼서 나오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바우처 대변인, “좀 더 오래전에 있던 일”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와 관련, 이날 가진 브리핑에서 ‘한국이 플루토늄으로 실험을 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한국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든 활동은 모두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러한 활동 가운데 일부는 좀 더 오래전에 있던 일”이라고 말해, 이는 AP 통신이 보도한 20여년 전의 플루토늄 활동을 사전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한국의 우라늄 농축 실험 외에 플루토늄 문제 등도 더 있는지 한국 정부에 알아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IAEA가 한국이 발표한 이후 나오는 모든 문제를 포함한 일체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여, 한국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 조사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현 시점에서 다른 가능성이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선 논평을 유보하겠다”며 “이전에 미국은 한국 정부가 그런 활동을 보고하고 IAEA와 협조하고 있다는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었다”고 답했다.
부시정부 의도 뭐냐? 한국 무력화인가
외교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2000년 우라늄분리실험 문제에 이어, 미국 부시정부가 20년전의 플루토늄 비밀실험 사실까지 언론에 흘리고 나온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전문가는 이와 관련, "북핵 6자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부시 정부가 북한에게 명분을 줄 게 확실한 한국의 20년전 플루토늄 실험 얘기를 언론에 흘린 것은 그 배경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며 "한국의 발언권을 무력화시킴으로써 한국을 6자회담 과정에 도외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한국이 무력화될 경우 6자회담의 미래는 더없이 험난해질 게 분명하다"며 "한국의 발언권이 소멸되면 부시 정부가 수시로 공언해온 무력행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중차대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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