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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이야기,나쁜집과 좋은집
게시물ID : panic_94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47
조회수 : 4220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17/08/11 20: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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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3년 6개월 가량의 이야기 입니다.
 
 
이사를 하여 지금이 결혼 후 두 번째 집인데요, 첫 번째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조금 깁니다).
 
 
제가 결혼을 할 때는 경기도의 아파트 전세 값이 8천 대에서 막 1억으로 치솟을 땝니다.
아마도 이 시기에 전세 값이 가장 크게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집을 구하는 일이 정말 어려워서, 결혼을 해야 하나? 라는 고민 까지도 갔었죠.
결국 저는 본가에서 시 경계가 딱 넘어가는 외딴 곳에 거처를 마련 했습니다.
가격도 쌌고, 평수도 넓기도 했으며 새로 지은 신축 아파트였습니다.
주인도 살아보지 못한 집이었던 것이죠. (투기 목적으로 산 것 같습니다).
 
결혼 전 부터 짐이 하나 둘 씩 들어오고 보금자리가 마련 되었습니다.
식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함께 살면서부터 첫 번째 집에 하나 둘씩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상 못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덩치도 크고 별로 겁이 없는 편입니다.
제 아내는 '쥐'나 '벌레' 따위는 무서워 하고 약간 예민한 성격입니다.
하는 일이 둘 다 '작가' 입니다.
저는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하고 있고, 아내는 순문학 소설가 지망생이지요.
저희 둘은 직장 다니시는 분들에 비하면 예민(감수성 쪽으로)한 편이고, 연기자나 순수 예술가에 비하면 수더분한 편 입니다.
경제 활동은 주로 제가 했는데, 대체로 집에서 작업 하여 저희는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집에 대해 묘사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볕이 잘 들지 않고 덜 마른 느낌의 습기가 있는 집이었습니다.
습기에 대한 기억은 때론 소름 끼칠 정도로 드라이하기도 하고, 때론 몹시 눅눅한 공기가 떠 다니기도 했지요.
처음에 한 두 달은 그것에 대해 별로 인지 하지 못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거지요.
 
어느 날 이었습니다.
 
아내가 외출 할 일이 있어 밤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에 혼자 있었지요.
밤이 되어 안방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방 안은 어두웠고, 시각은 저녁 아홉시 정도로 늦은 시각이 아니었습니다.
 
자고 있는데, 누가 제 뺨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렸습니다.
자면서도 아내가 벌써 왔나? 몇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시각도 아니니 깊은 잠에 빠져있지 않았거든요.
 
톡톡-
같은 강도로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은 선명한 촉감) 또 제 뺨을 두드리더군요.
눈을 떴습니다.
순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누워있다가 눈을 뜨니 왠 여자가 침대 맡에 허리를 숙이고 서서 제 코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더군요.
 
놀랐습니다.
이게 꿈인가?
 
꿈도 아니고 가위도 아니더군요. 도둑도 아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여자의 얼굴은 바로 눈 앞에 있어서 너무 크고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지도 않으며 저를 보고 있더군요.
 
저는 당황했고, 몇 초의 시간이 몇 십 분 처럼 느껴졌습니다.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정신도 없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 다시 눈을 떴죠.
 
눈을 떠보니 여자는 안방 욕실 문 앞, 화장대 앞에 서있었습니다.
저는 어두운 방에서 그 여자를 한 참 지켜봤습니다.
아내의 화장대 앞에 선 여자는 무슨 냄새라도 맡는 것인지, 아내가 화장대 의자에 걸쳐 놓은 스카프며 수건이며, 집에서 입는 티셔츠 따위를 만지작거리더군요. 그 태도는 신기한 것을 구경한다기 보다는, 매우 소극적이며 시니컬하였습니다. 뾰로통 해 보였습니다.
저를 깨우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화장대 쪽으로 훌쩍 가서 아내의 물건을 보는 데 그 여자의 집중력이 확 느껴지더군요.
'나는 지금 이게 관심 있다' 라고 하듯이....
 
뭐 이런...... 저는 너무 당황했습니다. 보통 눈 떴을 땐 사라지곤 하잖아요...;;;;;
 
 
그렇게 안방 곳곳(주로 아내의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며)을 배회하더니 방 밖으로 스륵 나가버렸습니다.
문을 밀고 나간 것으로 기억 합니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가 듯이....
 
다시 한 번 묘사를 해 보자면, 볼을 감쌀 정도 길이의 흑발에 옷은 하얀색 이었습니다.
그 옷은 여자들이 예쁘게 보이거나 멋을 부리기 위한, 즉 외출복은 아니었다고 판단 됩니다.
소복은 아니었던 것 같고, 면에 풀을 먹인 질긴 이불 호청 같은 것으로 만든 질감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발 끝 까지 내려 오는 긴 옷이었습니다.
키는 대략 164-7 정도 되는 중키를 웃도는 정도였고, 얼굴은 미인형으로 나이는 대략 20-22 사이. 적게 보면 17-19 까지도 보였습니다.
눈이 아주 예뻤고, 입술이 도톰 했으며 이마는 동그랬습니다.
얼굴은 젊은 여자처럼 통통 했는데, 몸은 하늘하늘한 느낌이 들었네요.
 
어쨌건 여자는 안 방을 나갔고.... 저는 멍청하게 누워서 한 참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히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든 저는 리모컨으로 안 방 불을 켰습니다.
여자가 방을 나간지라 밖으론 못 나가겠더군요. 그렇게 일어나서 침대에 무방비로 앉아있었는데, 아직도 그 여자가 제 뺨을 톡톡 건드린 촉감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방을 나와 거실에 나오자마자 잽싸게 온 집안의 불을 켰습니다.
여자는 없었고, 누가 집에 들어온 흔적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 돌아올 아내에게 뭔가 얘기할까 했지만, (문자라도 보낼까 했지만) 괜히 그런 얘기 했다간 가뜩이나 시골 같은 데다 신혼 집 차려준 것도 미안하고, 아내가 밤새 잠을 못 잘 것 같아 그만 두었습니다. 물론, 그 날 저는 대낮이 될 때 까지 잠을 못 잤습니다. (안방을 안 들어갔습니다).
 
그때 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집의 이상한 일들이 말이죠.
 
 
결혼을 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신혼 때는 목각으로 된 원앙도 진열해 놓습니다. (폐백 때 받는 겁니다).
그것의 부리를 서로 포개어 DVD 우퍼 스피커 위에 올려놨었죠.
부부 간의 사이가 화목하라고 하는 거라더군요.
 
어느 날 아내가 아침에 뜬금 없이 말했습니다.
'저 원앙 말이야'
'그게 왜?'
'부리가 자꾸 벌어지네. 자기 전에 포개 놓고 아침에 눈 뜨면 꼭 벌어져 있단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보니, 목각 원앙의 부리는 관성 때문에 자연히 벌어졌다고 보기엔 너무 벌어져있었습니다.
부리 사이엔 손가락 세개 정도 들어갈 틈이 있었죠.
마치, 사이 좋은 원앙을 본 누군가가 기분 나빠서 확 찢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그 여자 짓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부터 저는 원앙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마다 눈 뜨면 원앙 부터 보았죠.
일부러 포개 놓은 원앙의 부리는 아침이면 어김 없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기 시작 했습니다.
 
첫 번째 제가 살았던 문제의 그 집은 볕이 잘 들지 않기는 하나, 깨끗한 집이었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았던 집에 온통 새 살림이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으니 지저분할 일이 없죠.
 
그런데, 거실 구석에 가만히 서서 집을 바라보면.... 뭔가 제 눈엔 엄청나게 지저분해 보인다는 겁니다.
뭔가 형언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어질러져 있는 느낌. 가까이 가서 뭔가를 치우려고 보면 또 깨끗하고...
멀리서 보면 너무 어질러져 있는 것 같아서 머리가 혼란스러운... 그런 느낌이었죠.
 
게다가 결정적으로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주방이 너무 어질러지는 겁니다.
두 사람이 음식을 해 먹고 먹고 나서 치우고 하면 사실 주방이 지저분할 일이 없죠.
그런데 아무리 치우고 닦고 정리정돈을 해도 왠지 더 어질러지는 느낌인 겁니다.
 
'이 집은 참 이상해. 주방을 계속 치우는 데, 왜 이렇게 어질러진 느낌이지?'
 
 
그렇게 이 집의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있을 때 쯤, 저는 어떤 일을 계기로 심각함을 느껴버렸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고, 저는 침대에 아내와 나란히 누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침대 안 쪽 벽 가까이에서 자고, 저는 수시로 화장실을 갈 수 있게 침대 바깥 쪽에 누워 자고 있었죠.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왠 할머니가 제 오른쪽 귀에 대고 엄청난 괴성을 지르는 겁니다.
 
'일어나!!!!'
 
저는 순간 고막이 나간 듯 귀가 멍멍하여 벌떡 일어났습니다.
제 귀에 소리를 지른 할머니는 온데 간 데 없고, 아내는 너무 잘 자고 있더군요.
 
아, 정말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정말로 안 방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거실과 서재에서 지내다가 어쩌다가 안 방에 들어가 잠이라도 자게 되면, 어김 없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잠만 들만 하면 할머니가 제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 대고 욕을 해대는 통에 돌아버리겠더군요.
 
그래서 결국, 아내에게 말을 했습니다. (할머니가 잠을 깨운다는 것만 이야기 했습니다).
아내는 담담하게 대답하더군요.
 
'나도 그런 일을 겪은 건 아니지만, 왠지 그런 것 같더라. 느낌이'
 
 
제가 아내에게 털어 놓은 이후부터 일은 아내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엄청나게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뭘 잘 못 먹었는지 장이 꼬이고 배가 부풀어서 응급실 실려가기 직전이었는데, 아내가 쓰는 전기매트 위에서 등을 지지며 계속 버텼죠.
이러다 말겠지 싶어서....
밤새 끙끙 앓고 아내가 간호를 해 주었습니다.
제가 잠을 자야하니 불은 껐고, 아내는 옆에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계속 제 상태를 체크해 주었죠.
저는 밤새 아팠습니다.
 
다음 날, 저는 그나마 상태가 호전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제야 얘기를 하는 겁니다.
 
내용인 즉, 아내가 제 옆에서 간호하다가 쿵쿵- 소리가 나서 잠이 깼답니다.
무슨 소린가 하여 저를 보니, 제 배 위에서 왠 처녀가 널 뛰듯이 두 발로 제 배를 콩콩 밟고 있더라는 겁니다.
제 배를 신나게 밟고 튀어 올라서 자기 머리가 천장이 쿵쿵- 찍히더라는 겁니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 했는데, 막상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앓고 있고... 무슨 소리라도 내면 처녀가 자길 쳐다볼까봐 그냥 있었답니다.
너무 너무 신나게 제 배위에서 널을 뛰어 대는 것이 기가막힐 정도였다는 겁니다.
 
저는 그 여자에 대해서도 아내에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본 처녀를 묘사 했는데, 딱 제가 본 그 여자더군요....
 
 
와, 그 얘기까지 들으니 이 놈의 집이 정나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안 되겠다, 이거 빨리 집 내놓고 이사가야겠다.... 결심을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낮과 밤을 의도적으로 바꿔서 생활 했습니다.
낮에 자고, 밤에 일하든지 놀든지.. 아니면 되도록이면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죠.
아내는 괜히 이 일을 부모님들께 얘기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희가 경제적으로 상당히 곤궁한 상태였기에, 현실적인 고민이 더 컸습니다. (일이 유난히 안 되는 시기였습니다).
 
 
처갓집이 당진 시골이었고,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일요일 마다 성당에 가서 처가 부모님들과 미사를 했습니다.
제가 냉담 중이긴 했지만, 그래도 천주교 세례도 받아서 거부감은 없었죠.
결혼식도 성당에서 올렸으니 뭐...
 
 
하루는 거기 시골 성당에 새로 오신 젊은 신부님과 미사가 끝나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저희 집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팔목에 거는 묵주를 축성하여 저와 아내에게 선물로 주시더군요.
효험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더군요).
 
저희 부부는 집 때문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세수 할 때 빼고는 묵주를 팔에서 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왠 걸.... 전처럼 그런 일이 없는 겁니다.
 
재미있게도, 안 방에는 기웃거리지 않는데 거실, 주방 이런 곳에서 소음이 내더군요.
그릇을 땅땅 치고, 커튼을 신경질적으로 흔들고, 의자를 들었다 놨다... 어쨌건 방에는 절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소음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다행이었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시달렸으면, 뭔 소리가 나건 말건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꼈겠습니까).
 
 
그러다가 제가 방송국에 잠시 들어가 드라마 작업을 할 일이 생겼습니다.
(별로 원치 않던 일이었습니다. 단지, 생활고를 면하려 했던 거죠. 저는 영화 작가인데, 드라마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참 괴로웠습니다).
어쨌건 저는 몹시 바빠지기 시작 했습니다.
 
집이 외곽에 있다보니 차 편이 없어서, 저는 차를 끌고 출 퇴근을 했습니다.
(드라마 대본 쓰는 일이 워낙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서 거의 매일 출근 했네요).
 
제가 주로 이용하던 도로는 봉담 과천 고속화도로였습니다.
 
당시, 방송국 보다는 강남 학동역 부근에 있던 드라마 제작사로 출근을 했었는데요.
아침에 출근 했다가, 새벽에 잠깐 눈 붙이고 다시 출근 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날도 밤에 들어왔다가 새벽에 다시 출근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짜증이 많이 나 있었죠).
그런데.... 운전을 하다가 룸미러를 보니 뒷자리에 그 할머니가 앉아있는 겁니다.
 
순간, 잠이 확 깨더군요.
 
그 할머니는 제가 잠들만 하면 귀에 대고 일어나라고 소리 지르던...
아무렇지도 않게 뒷자리에 앉아서 차창을 보는 그 할머니는 뭐가 화가 났는지 계속 궁시렁 대고 있었습니다.
안방에 못 들어오니 차에 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계속 궁시렁 대는데, 보통 사람 처럼 운전 하는데 자꾸 거슬렸습니다.
저는 순간 화가 나서 혼자 마구 소리쳤습니다.
 
'에이, 씨! 진짜! 한 두 번도 아니고 차에 까지 타서 뭐 하는 거야?! 계속 이럴 거야?! 무서운 사람 데리고 와서 혼 좀 내 줘?!'
 
하니까, 그 할머니가 한다는 소리가,
 
'그래! 계속 이럴 거다! 니네 이 집 사는 동안 내가 그냥 계속 괴롭힐 거야!'
 
이러는 겁니다. 저는 그냥 기가 막혔습니다.
그렇게 두손 두발 다 들고 저는 운전을 했고, 양재 쯤에 가니 없더군요.
(양재 ic에 볼 일이 있어 내리신 듯...;;;)
매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새벽이나 밤에 차를 몰아 출근 하는 날이면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주로 말하는 내용은, 이것들이 나를 이런 대접을 하냐는 둥... 내가 거진 줄 아냐는 둥...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불평하는 식이었죠).
 
분명한 건 저와는 모르는 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2년의 전세 계약이 끝나가는 동안 계속 있었습니다.
더 짜증스러운 것은 전세 계약이 끝나고도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거의 7개월을 그 집에서 더 살았다는 거죠.
저희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들의 괴롭힘은 극에 달하여, 제 아내는 난청이 생겨서 이비인후과를 다니게 되었죠.
(둘 중 한 사람은 절대 집에 혼자 못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일이 잘 안 풀려서 심한 우울증이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제가 혼자 있다가 나쁜 생각도 하게 되었죠.
다행히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내 덕분에 잘 이겨냈지만 말입니다.
(그 집의 기운이 워낙에 우울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결국 2년 6개월의 최악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저는 용인으로 이사왔습니다.
이사온지도 꽤 되었네요.
 
집에 대한 부분이 워낙 신경쓰여서 이사가기 전에 철학관 하시는 아는 분께 여쭤봐서, 이사갈 동네 까지 가이드를 받았습니다.
제가 용인이 잘 맞는다고 하여 이사를 했고, (아파트 동, 호수에 숫자 5가 들어가면 좋다고 하여 이 잡듯 뒤져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운 집에 이사 왔을 때의 그 포근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따뜻한 기운이 넘치고, 볕이 무지하게 잘 들고, 밤에는 죽은 듯이 잡니다. 꿈도 안 꿀 정도로요.
다행히 그 집에 살던 존재들이 따라오지 않았는지, 정말 일도 잘 풀리고 기분도 좋습니다. (경제 사정도 좋아지고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그 집을 빨리 나가고 싶은 탓에 세입자가 들어오자마자 최대한 서둘렀는데요.
1년 쯤 살다가 차 트렁크에서 그 집 살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무려 1년이 지나서..;;;;)
 
작은 상자에 그 집에 있던 가스오븐 손잡이(뜨거운 철판을 꺼내는)와 욕실 마개를 발견 해서 얼른 가져다 주었죠.
세입자는 만나지 못하고 경비실에 맡겼습니다.
그냥 맡기기 뭐해서, 미안한 마음에 집들이용 티슈 세트에 편지를 써서 경비실에 맡겼죠.
그리고 차를 끌고 아파트 단지를 나오는데, 저는 헉 소리를 냈습니다.
 
아파트 단지 정면에 굴다리 하나가 있는데, 그 너머 언덕에 공동묘지가 보이더군요.
2년6개월을 살면서 한 번도 못 봤는데, 분명히 묘지였습니다.
평소에 안개가 많아서 못 봤었나 봅니다.
 
오싹하고 기분 나빠서, 저는 얼른 차를 몰아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곤 다시는 그 집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명절에 본가인 수원 영통에 들렀다가 처갓집 당진으로 갈라치면 비봉IC를 지나가곤 했는데, 그때 마다 늘 꺼림칙 하더라고요.
 
 
그리고 두 달 인가 있다가 아내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저희가 전에 살던 집에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 아줌마였습니다.
 
세입자는 이사를 가려 하는데, 집주인이 번호를 바꿨는지 연락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집주인이 다단계 하는 아줌마라서 저만 만나면 자꾸 사발을 푸는 통에 전화 번호를 지웠었는데, 그 아줌마가 제 번호를 가지고 있었는지
카카오톡에 뜨더군요). 저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해서 번호를 알려줬습니다.
 
 
저희 아내는 내심 궁금했는지 세입자에게 넌지시 물어봤답니다. 왜 이사가시냐고.
그랬더니 그 아줌마가 그러더랍니다.
 
'집에 귀신이 있어요'
 
 
저희만 본 건 아닌가 봅니다.
사람이 기가 허하면 그런 것들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그런 걸 떠나서 나쁜 집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희 부부는 정말로 고통을 받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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