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금 대전에 살고 있는 징어입니다.
곧 서울로 이사를 가야해서, 대전에 있는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열심히 놀려고
한남대 인근에 있는 동전노래방에 갔다가 거기서 핸드폰을 도난당했네요ㅠㅠㅠ
어떻게 도난당했을까 생각해 보니, 처음 그 노래방 들어갔을 때 창가 쪽 방이라 너무 추워서(칸이 나눠져 있긴 했는데 난방은 따로 안되는 곳 같았어요)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핸드폰이라 잠시 꺼놓고 가방에 넣으려 했는데
같이 온 친구들이 방을 옮기자고 해서 급하게 챙겨 나가다가 그 방 의자에 놓고 간 걸 누가 훔쳐갔지 싶어요ㅠ
노래방에서 실컷 잘 부르다가 지갑 꺼내려고 가방을 보니
가방 안에 있다고 생각했던 핸드폰이 없어서 1차 멘붕
아무리 뒤져도 없어서 처음 갔던 방에 놓고 그냥 온거다..! 하고 가보니 없어서 2차 멘붕
카운터에 문의해 보니 핸드폰 같은 건 없었다 해서 3차 멘붕
이런 일이 생길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자기자랑같지만 제가 제 물건 하나는 진짜 잘 챙겨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ㅠ)
카xx톡을 제외한 모든 어플&핸드폰 자체에 비번을 걸어놓질 않았음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큼지막히 얼굴나온 온갖셀카, 학번이름적힌 발표자료파일, 가족&지인들 연락처, 자동로그인처리해놓은 초록창어플 등등...!) 가능성으로 인한 4차 멘붕
더불어 핸드폰케이스 카드집에 끼워져있던 주거래은행 체크카드(후불교통카드기능 겸용)도 함께 도난당해 5차 멘붕
그야말로 멘붕의 연타를 맞았습니다.
다행히 지인 핸드폰으로 카드 분실신고하고, 일요일임에도 인근 올레kt 대리점이 영업중이어서 바로 수·발신 정지신청 진행하고, 대리점 어느 곳에서든 임대폰?(임시폰? 그런 거 개통하셔서 급한 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해주길래 한시름 놨긴 했지만 진정이 잘 안 되네요...
원래같으면 지인들과 마지막으로 술 한잔 하고 기분 좋게 취해서 집에 왔을 텐데
일이 이렇게 되니 저나 지인들이나 놀 기분이 싹 가셔서 흐지부지 집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이 지인들하고는 서울에서 자리 잡는 걸 생각하면 이제 언제 또 볼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지금도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요. 훔쳐간 놈(욕 용서하세요ㅠ)이 제 핸드폰 가지고 자동로그인 되는 초록창 어플에서 뻘짓중이진 않을지, 남의 어플 함부로 쓰고 있진 않을지(과금해놓은 게임 어플이라든가), 제 셀카와 지인들 셀카, 연락처 이상한 곳에 퍼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특히 초록창 어플은, 제가 pc로 로그인하는 초록창의 경우 otp를 걸어놔서 그 초록창 어플로 otp번호를 확인해야 로그인할 수 있기 때문에 로그인도 못 해보고 있는 상황이네요ㅠ 수발신 정지신청은 6개월이 최장이라 그때까지 못 찾으면 그냥 번호해지를 하라는데, 번호해지하면 제 게임 어플 계정이나 캐x슬라xx같은 어플들 계정은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그런 것도 걱정이구요.
특히나 속상한 건, 제와 지인들의 개인정보가 퍼질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지만
제가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감상이나 감정들을 가지고 썼던 시들, 소설들, 수필들.. 그런 게 다 그 핸드폰 안에 있었는데
특히 수필 하나는 저와 제 어머니가 겪었던 힘든 시기를 회상하며 쓴 거였는데
그 안에 담긴 모든 추억을 도둑맞은 게, 그게 가장 속상합니다. 저와, 제 지인들과, 제 부모님이 함께 만들었던 추억들을요.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어디 다른 곳에 옮겨두기라도 할 것을. 백업해 놓은 건 시 하나 뿐이네요.
어디 가서 '이게 내가 쓴 것입니다!'라고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조악한 작품이지만 저에게는 추억이 담긴 소중한 것들인데, 이제 다신 못 보겠네요..
지금 바라는 거라면, 훔쳐간 자식이 절대 핸드폰 충전해서 켜 볼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 뿐이에요..ㅠ
물론 제대로 물건 못 챙긴 제 잘못이 크지만, 왜 남의 걸 가져가나요 왜! 양심 있게 카운터에 맡겨주면 좋을 것을...
너무 흥분한지라 글이 장황하고 두서가 없습니다. 훔쳐간 자식 진짜... 너 그렇게 살지마 임마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