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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유일했던 미스테리한 일
게시물ID : panic_947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냥하리
추천 : 15
조회수 : 2222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7/08/14 12:03:08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영감이라고는 부스러기도 없는 사람이예요.
오죽하면 가위도 안 눌립니다.;;;;
 
한번 낮잠자다 눈이 떠졌는데 몸이 안 움직이기에
 
 
'가...가위!!!!! 나도 가위 눌렸다아아아아앙~~~~~^0^'
 
 
기뻐하는 사이 몸이 움직이더군요 -_-
안돼..... 글렀어....... 난 영감의 세계에 초대받지 못할거야..........
 
 
이런 제가 소듕히 여기는 유일한 신기한 경험에 대해 풀어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대때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공부에 치여서 정신과 육체가 탈탈 털려있던 시기.
 
공부 욕심은 저 앞까지 나가있는데 현실은 말이 익숙치 않아 반에 반도 못 따라잡고.
학교에는 한국인 하나 없어서 자잘한 위로 하나 못 받으며 내리 달리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다른 학교 다니던 한국인 언니와 한달에 한번 쯤 만나
밥 먹으며 서로 추스려주곤 했어요. 힘내자. 해야지. 할 수 있어 이러면서.
 
 
유학생이 뭔 돈이 있겠어요.
그 한달에 한번 놀때에도 그나마 가성비 좋은 차이나 타운에서 만나 밥 한끼 먹는게
허용치 최대로 늘린 호사였어요. 그래서 밥집 정하는것도 공을 들였어요.
한달에 한번 있는 특별한 날이니깐.
 
그날은 어설픈 영어를 겨우 짜내어 좀 큰 에세이 털고오던 길이라 혼이 반쯤 뽑혀 있었어요.
다른때 같이 이집저집 둘러보며 정할 기력은 없었지만 지인짜 맛난거 먹고 회복하고 싶고.
 
 
차이나타운에는 길거리에 레스토랑 찌라시 나눠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여기저기서 날라오는 찌라시 중 하나를 멍하니 보고 있었어요.
그거 있잖아요 퓨즈 나간듯이 멍...할때.
 
근데 그 찌라시 준 아저씨는 제가 관심있어 하는걸로 알았는지
막 큰 미소를 담고 열심히 설명하더라구요.
 
자기네 레스토랑 음식 진짜 맛있다고.
거기다 오늘 요리 2개 시키면 세일도 해준다고.
 
 
뭐 고를때 넘 열정적으로 홍보하면 피하고 싶은데... 근데 아저씨가
너 어디서 왔니. 오. 한국이야? 어느 도시인데? 아. 서울~ 나도 알아~ 등등
제가 귀찮아하며 툭툭 단답형으로 대답해도 말을 이어가려고 진짜 용쓰는게 보이는데...
 
차이나타운 일에는 나름의 구조가 있어요.
처음 넘어와 말이 안되는 사람들은 춥건 덥건 길에서 꾸벅거리며 찌라시 나눠주는거로 시작해요
거기서 성실하거나 쓸모있다 판단되면 실내 일을 받아 주방이나 홀 잡일을 시작한데요.
 
 
괜히 짠하더라구요.
저 프레쉬한 이민자의 향기가 뿜뿜하는 아저씨도
지금 이곳의 피라미드에서는 제일 밑바닦에 있는 사람이구나.
거기서 한 걸음 때려고 내가 이렇게 성의없이 대해도 미소를 잃지않고 열심히 말을 붙이는구나.
 
그 아등바등함이 저 같아 보이더만요.
언니도 찌라시 보고는 괜찮아 보였는지 여기서 먹자해서 위치를 물어보니
아저씨 얼굴이 확 펴지면서 더 열정적으로
 
 
"응응. 요 건물 2층인데. 올라가서 왼쪽으로 반층 올라가면 있어.
오른쪽은 다른 집이야. 진짜 맛있어. 가면 이 찌라시 보고 왔다고 잘 보여줘~~~~^0^"
 
 
아저씨 말대로 그 건물 2층에 가니 구조가 애매하게 돼서
말한 왼쪽에 반층을 올라가니 레스토랑이 나오더라구요.
 
생각보다 내부도 깨끗하고.. 냄새도 좋고.
세일 해준다는 음식에 제가 좋아하는 것도 있어서 주문하고 기분좋게 앉아있는데
언니가 묻더군요.
 
 
"냥냥아.. 너 말야..................................중국어 할 줄 알았어?"
 
 
이게 뭔 헛소리여.
지금 영어 하나도 제대로 안돼서 환장하겠는데.
 
 
"언니. 뭔 말이랴. 내가 아는 중국어는 '니하오마' 이상은 없어...
영어로 글 때려 박느라 용량 딸려서 허덕이는데 무슨 중국어..."
 
 
언니의 말인 즉슨.
 
그 길거리의 찌라시 아저씨가 중국으로 뭐라뭐라하면
제가 한국어로 뭐라뭐라 답하고 했데요.
 
즉 아저씬 올 중국으로 말하셨고.
전 올 한국어로만 말했다고.
 
 
근데요.....
저 진짜 그 아저씨가 어느나라에서 왔냐. 어느 도시냐 물었던것도 똑똑히 들었고.
2개 시키면 세일해준다는 거랑... 뭣보다 2층으로 올라가서 왼쪽 반층 위 라는걸
정말 확실하게 들어서 올라가며 "요기서 왼쪽 반층 위라고 했어~" 이러고 언니한테
다시 말해주기까지 했었어요.
 
 
"에이... 영어로 한거겠지. 말이 돼?"
 
 
기계처럼 길 바닥에서 찌라시 나눠주는 일 하던 아저씨...
막 이민와서 말이 안되는 사람이 하는 일.................0.0
 
 
혼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어처럼 들리던 아저씨의 중국어.....
저는 그렇다 치고 아저씨는 어떻게 내 말을 알아 들었던거지?
그 아저씨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말했던건 자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을
만나서였던건가..?
 
 
 
아직 뭐가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냥 타지에서 그 나라 말에 익숙치 않아 고생하던 두 외국인에게
위로의 선물같이 일어난 신기한 사건 이었어요.
 
 
언니와 어머어머 왠일이랴하며 오도방정 떨며 신기해하고
왠지 웃게됐고 밥도 맛있어서 더 좋았던
 
 
어느날 일어난 제 인생 유일의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출처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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