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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행복하다.
게시물ID : humorbest_948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함
추천 : 114
조회수 : 5498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5/26 15:08:13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5/26 14:24:15
창문을 열고 방안에 누웠다. 바람이 들어온다. 어머니가 옆에 엎드려서 책을 보고 계신다. 함께 바람을 맞는다.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우리집은 예전부터 아주 가난했다. 내가 어렸을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맞벌이를 하셧고, 그로인해 나는 집에 혼자있거나 옆집에 맡겨지곤 했다. 4~5살, 한창 어리광부리고 사랑받아야할 나이에 난 혼자 밥해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잠들고 그랬다. 어려서 울어본적도 없다. 울면 부모님이 걱정하시니까, 어렸을때 어리게 행동하지 못해본게 아직도 슬프다. 돈문제 이외에도 집에 큰 문제가 생겼던 적도 몇번 있었다. 중 2때 집 형편이 조금 나아질 무렵 아버지는 노름에 손을 대셨고, 집안은 다시 엄청난 빚과 함께 가난한 생활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혼을 할려고 굳게 마음까지 먹으신듯 했다, 그때에. 그때 누나는 집을 나갔다. 집은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아버지는 노름하느라 집에 안들어오시고, 어머니는 큰이모댁에 가 계시고, 누나는 집나가고, 집엔 나 혼자 달랑, 아침일찍 일어나 학교가고 갔다와서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아버지한테 가서 울면서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말하고, 어머니한테 가서 아버지 이젠 안그러신다고 날 봐서라도 화해하시라고 조금만 참아달라고 말하고, 누나학교가서 친구들 한테 소식 알아다가 누나한테가서 잘 설득해서 데려오고 했지만, 난 그때도 한번도 울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에겐 내색한번 하지 않았다. 정말 친한친구 몇 빼곤, 그후로 가족 모두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가정형편은 딱히 나아지진 않았지만 먹고살만은 했고 집안 분위기도 차차 좋아졌다. 중2떄부터 고3때까지 난 학교에서나 하교길에 군것질 한번 해본적 없다. 아니 군것질을 안하기보다는 내 돈을 쓰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항상 미안하지만 항상 얻어먹었다. 집안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나를 노랭이네 짠돌이네 하며 놀린적도 있었고 그거에 상처받은 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는 그런거에 많이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고나 할까. 친구들처럼 돈 막 써보고 싶은적도 많았고 문방구의 불량식품에 눈길을 빼앗긴적도 많았다. 가끔은 친구들한테 먹을거란걸 사줘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한달용돈 0원. 내가 1년간 쓸 수 있는돈 0원. 난 중3때까지 산타가 정말 있는줄 알았다. 중3때까지 산타에게 선물을 받아본적이 없는것은 내가 착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중3 크리스마스날 태어나 처음 받아본 산타의 선물은 '행복한 가족'. 크리스마스날 모두가 모여서 케잌이란걸 먹어본게 그날이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졸업선물 겸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신것은 눈물자국이 가득한 편지 한장. 그에 대한 나의 답장은 눈으로 그린 눈물의 편지한장. 지하 월세방에서 지금은 3층 전세집. 어른스러운 중딩에서 지금은 아이같은 대딩. 한달 0원의 용돈에서 지금은 한달 10만원 이상. 하지만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것은 함께 하면 편안한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날 스치고 어머니를 스쳐갈때 우리는 같은 바람을 쐬며, 같은 시원함을 느끼고 있다고, 그래서 난 행복함을 느낀다. '왜 돈때문에 엄마를 속이고 널 속여, 돈이 필요하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아직도 기억이 나는 중2 말에 돈이란걸 써보고 싶어서 학교에 내야될 돈 써버렸다가 걸린날 어머니가 울면서 하신말씀이다. //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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