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m/?panic_94387
반응은 약했지만 시간나서 2편 써봅니다.

고등학교때 학교 뒷산에 있던 무덤에 정성을 들이고, 꿈에 할아버지분이 나온 이후의 이야기 입니다.

처음 꿈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굉장히 인자하신 하얀 옷을 입은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는 꿈이었지요. 친할아버지처럼 기분 좋은 분이셨어요. 할아버지는 저에게 고맙다고 하셨지요.

그 꿈 꾸고 좋은 기분에, 항상 뒷산에 오르내릴때면 친할아버지처럼 인사를 드리고 갔어요.
그 후로 가끔 꿈속에 나오셨어요. 도란도란 이야기 하시고 가시곤 하셨지요.

그리고 저는 그때부터 데자뷰가 심해졌어요
어떤 사건이 터지면 "어라 이거 한번 겪었던 일인데"라는 기분이 자주 들곤 했지요. 그때야 이상하고 신기하네..라고 느꼈지만...
대학교 초부터.. 

사건이 아직 일어나기 전에 "어라 이런 일을 겪을거 같은데"라는 기분과 함께 사건이 일어나면서, 좀 진지해지기 시작했어요. 몇초 차이지만 분명 제가 느낀게 먼저였거든요.
이런 데자뷰가 나타나는 일도 커다란 일에서 일상으로 폭이 넓어졌구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능력이 커졌어요.
일상생활하다 갑자기 스쳐지나가듯 머리속에 한 장면이 지나가면, 그건 어김없이 며칠에서 몇달 사이에 실제로 같은 것을 보게 되더라구요. 전 이걸 예지라 이름붙였어요.
보통 예지하는 장면이 일상적인 장면(예로 저녁에 새로 생긴 맛집에서 밥먹는장면)이라 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지내던 중, 저는 여러 예지들 중 계속 반복해서 보이는 예지가 하나 생깁니다. 제가 굉장히 높은 통나무 구조물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밧줄로 만든 사다리에 몸을 의지한 채로 오르는데, 그만 미끄러 넘어지면서 머리부터 떨어지는 예지.

이 예지를 본 순간 좀 피식하긴 했습니다. 이런 특이한 구조물을 본적도 없고 오를 일도 없을테니깐요. 다만 제 일상생활
 도중 자꾸 보게 되는데, 그럴수록 섬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왔습니다.

훈련병 과정중 유격코스. 거기서 본 충격적인 구조물.
몇번이나 봐서 생긴 모습을 외워둔 구조물....
전 그걸 본 순간 너무 아찔했어요.
그때부터 정신없이 안전그물부터 확인했어요.
그 구조물은.. 일단 올라가서 줄을 잡고 건너는데는 안전 그물이 보이는데, 막상 올라가는 동안에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어요.
그리고 더 소름끼치는건 그런 저의 모습이 예지에 보이던 저와 똑같았다는 거였어요.
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았어요.
훈련병 주제에 저길 안오를 수는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줄 사다리를 오를때마다 손으로 꽈악, 정말 죽을힘을 다해 꽉 잡는것이었습니다.

.
...
......
..........

사다리를 하나 하나 오를때마다 식은땀이 흘렀어요
그래도 조심히 미끄러지지 않고 정상 근처까지 올랐어요.
온몸이 땀에 젖었어요. 한발 한발 집중해서 올랐어요.
몇걸음 안남았을때..
이해할 수 없게도,  제대로 확인하고 조심히 밟은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동시에 그렇게 세게 잡던 줄사다리도 놓쳐버렸어요. 다행인것은 놓치는 순간 초인적으로 다른 줄을 꽉 잡은것과 오른발이 마침 줄에 꼬여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결국 통나무 위에 있던 교관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올라갔어요.
그렇게 제 운명이 바뀌었지요.
그 후로 예지에 대한 감각은 거의 사라졌어요.
사실 아직 이것저것 보이긴 하는데 대부분 안개같은 형용할 수 없는거에 가려져있어서....

인연이 다했나봐요.
저도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바빠서... 인사를 못드린지 십년이 넘어갔네요.

무덤에 계실 이름모를 할아버지, 그날 너무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시간이 나서 그 곳에 다시 가게 되면
꼭 맛있는 술을 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절 지켜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