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 녹슨 경첩이 소리를 울렸다.
반사적으로 돌아가려는 고개를 겨우 멈추고 시선을 책상에 고정시켰다.
꾸물꾸물. 꿈틀꿈틀.
이젠 굳이 눈으로 볼 필요도 없었다. 흐물거리며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물컹한 살색 촉수들.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무릎 위에 올려둔 식칼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매만졌다. 조금만 더.
꾸물꾸물. 꿈틀꿈틀.
끈적한 촉수들이 기괴하게 흐늘거리며 얼굴에 빨판을 들이댔다. 조금만 더.
얼굴로 다가온 날카로운 빨판이 피부를 있는 힘껏 빨아들이며 다닥다닥 달라붙기 시작했다. 눈알이 빨려나갈 듯한 고통.
조금만 더.
얼굴을 칭칭 감아대는 촉수 하나에 이어 다른 촉수들도 몸을 향해 뻗어오기 시작했다.
얇은 셔츠 위로 다닥다닥 달라붙는 빨판. 어깨를 스멀스멀 타고 올라오는 오싹한 감촉. 코와 입마저 덮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갑갑함.
그 순간, 식칼을 꽉 쥐고 촉수의 근원을 있는 힘껏 찔렀다.
팍-!
먹물이 터져나온다. 옥죄어 오던 촉수들이 순식간에 힘을 잃었다.
식칼을 빼내고, 이번에는 꿈틀거리는 촉수들을 내리쳤다. 콱, 콱, 콱!
생선가게 아줌마가 생선 대가리를 쳐내듯, 망설임없이 내리쳤다. 콱, 콱, 콱!
촉수에서도 먹물이 튄다. 얼굴에도, 몸에도, 손에도 튄다. 딱딱한 것이 식칼에 걸렸지만 망설임없이 계속 내리쳤다.
먹물 방울이 튄 부분에서부터 짜릿한 해방감이 전신에 퍼져, 감전된 것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괴물, 이 방에 나를 가둬놓은 끔찍한 살덩어리 괴물.
매일같이 방안에 침입해 촉수로 나를 칭칭 감아 눈알을 뽑아내고, 혀를 빼내고, 목을 조이고, 숨을 막고, 몸뚱아리를 조이고.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드디어 저주받을 괴물에게 심판의 날이 온 것이다.
콱, 콱, 콱!
해방감에 전율하며 연신 촉수들을 내리쳤다. 콱, 콱, 콱!
.
.
.
.
.
.
.
.
.
귓가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벨소리에 B는 벌컥 짜증을 내며 힘겹게 눈을 떴다.
바로 어제가 마감일이었다. 원래 담당자도, 지인들도, 가족들마저도 마감 다음날엔 B에게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 수면을 위한 배려인 셈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ㅡ
B는 있는 대로 신경질을 부리며 통화 버튼을 슬라이드했다.
[작가님, 큰일났어요!]
담당자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이 확 달아났다. 큰일이라니?
철야로 작업하느라 혹사당할 대로 혹사당한 오른손이 갑자기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왜요, 업로드 문제 생겼어요?"
제대로 마감 맞춰서 파일 넘겨줬는데, 혹시나 파일 분실해서 그런 거기만 해봐라ㅡ
[뉴스요, 뉴스 좀 보세요!]
여전히 다급한 담당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정말 큰일이 났나 싶기보다도 뭐 그렇게 유난이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B는 빨리요 빨리, 하고 연신 재촉하는 담당자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툴툴거리며 TV를 틀어 뉴스 채널을 찾았다.
- .......잔혹하게 토막내 살해한 P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드디어 탈출했다'며 울음을 터뜨려 주변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입니다.
현장을 처음으로 발견한 P군의 여동생은 그 자리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으며, 함께 현장을 발견한 아버지 역시 충격을 심하게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경찰은 평소 P군이 조용한 모범생이었다는 주변의 진술과 함께 사건현장인 P군의 방에서 성인 웹툰 사이트에 접속되어 있는 노트북을 발견하고 P군의 상태에 대한 단서 확보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