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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오후 햇빛 아래에서
게시물ID : readers_94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3
조회수 : 24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0/23 14:39:09
 
 
 
 
 
 
  가을의 오후 햇빛 아래에서
 
  등산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시장 바구니를 손에 들고 지나가고
  지난 여름 반바지에 러닝셔츠만 입던 할아버지가 반팔을 입은 채 햇볕을 쬐고 있고,
  하교하며 담을 타 넘는 세 명의 남자아이들 등에 얹힌 책가방이 무겁고
  늘어진 젖을 가진 어미개가 한참을 바닥에 코를 박고 골목을 떠돌고
  건너편 비탈에서 잔뜩 물을 올린 봉숭아들이 첫사랑에 설레는 아가씨를 기다리는 봉선화와
  익어가는 호박과 샛노랗게 빛나는 호박꽃과 코스모스들이 햇살에 빛나고
  나는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고요함 속에 평온함을 느끼며
  삶이 이렇게 지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그런 삶이라면 삶이 아닌 정물화에 지나지 않으리라 담배연기를 허공에 흩뿌리고
  문득 얼그레이의 씁쓸하며 깊은 맛과 향기를 떠올리며 삶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마른 하늘을 향해 피우다 만 담배를 길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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