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교정수술까지 고민하셨던 피팅인턴 피해자분의 진술입니다."
<몸뚱아리 차별, (사례-2)>

안녕하세요. 현재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용기 내어 제보를 드립니다. 지금 저 외에 많은 사건들이 화제가 되거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지 안알려질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글을 남깁니다.

(중략) ...

또 다른 회사에서는 피팅인턴으로 뽑아서 들어간 회사입니다.
피팅이 안되서 취업이 안되는 가운데 겨우 피팅으로 면접이 붙어 들어간 회사는 2주 동안 일을 시키다가 어깨가 옷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저에게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를 하였습니다.

사전에 인수인계 기간이나 제가 다른 곳을 알아볼 기간은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일을 하는 2주중에 마지막 1주일에 다른 사람들을 면접보고 다른 사람을 구하자 저에게 그날 저녁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하였습니다. 물론 그곳도 근로계약서 따위 쓰지 않았고 한달에 80만원.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회사에서 저에게 권고사직을 해도 그 누구도 모르고 제가 억울하다고 신고를 해도 증거가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울며겨자먹기로 쫓겨났던 그 회사에서 일은 일대로 하고 풍선껌마냥 단물만 빼가고 버려진 셈입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배워야지 피팅을 하려고 디자인실에 들어갑니까? 물론 옷을 입어봐야 아는 것은 맞는 사실이지만 피팅을 하는 사람을 따로 뽑고 디자이너를 따로 뽑는 게 맞는 것인데 그 두명을 따로 쓰는 비용이 아까워 막내디자이너는 무조건 피팅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되니까 그 누구도 피팅이 안되면 취업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피팅 때문에 체형교정 수술까지 고민한 사람입니다. 이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회사를 기다리지만 피팅이 안되면 그 어느 곳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회사생활도 똑같았습니다. 일년반을 인턴시키고 겨우 정직원을 시켜주는 회사 얼굴이 못생겨서 짤리는 회사. 막내 디자이너로 들어가서 사장딸의 유치원숙제를 해야하는 회사

주말에 자다 말고도 회사 부장님이 백화점가서 시장조사하라는 옷이있으면 바로 뛰어가서 옷을 찍어 보내야하는 현실 내 생활도 없고 주말도 없고 오직 일만 보고 앞만 보며 살아오는 사람들이 디자이너입니다.

이 생활이 당연한겁니까? 예술가는 배고프다지만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닙니까?

일은 일대로 부려먹고 돈은 돈대로 적게 주고 대우도 안해주는 패션업계. 처음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니 내가 다 감당하고 안고 가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에 하고 싶은일 하면서 사는 사람 얼마 되지않습니다. 그중에 나는 하고싶은일을 하며 사니 행복하다고 위안 삼으며 그렇게 힘든 고생들도 다 참으며 견뎌왔습니다 하루하루

그러나 생각해보니. 하고싶은일은 하면서 정작 내가 하고싶은말은 못하고있었습니다. 이토록 찌질하고 비참한 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지금 현 패션업계의 앞으로의 미래가 어둡습니다.

디자이너부터가 대우받지 못하는 세상인데, 어찌 좋은 디자인과 고객을 감동시키는 옷을 만들수있겠습니까?

모든 디자이너들이 부당한대우를 받으면서도 저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버텨야만 하는 과제로 삼고있습니다. 다들 반감을 가지고 일어나기엔 앞으로의 자기 미래가 무서워 떨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이렇게 용기내서 일어나주시고 시위에 앞장서주신 그 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제발 이 더러운 패션업계를 조금이나마 세탁해주시고 현 디자이너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학교를 졸업하고 필드로 뛰어들 많은 예비디자이너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희생하여 이 문제를 더욱 크게 대두되게 해주시고 고쳐주세요. 두 손 모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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