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슈퍼고양이야.
멋진 고등어 태비를 자랑하는 이 동네의 터줏대감이지.
얼굴이 조금 심술맞아보인단 말은 듣는데,
그냥 남자답게 생긴거지.
저 왼쪽 슈퍼가 나의 집이야.
꼬박꼬박 사료를 챙겨먹으면서도 골목길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나뿐이었어.
낮에는 슈퍼아줌마가 주는 밥을 먹고 내 영역을 살피고,
밤이면 슈퍼앞에 앉아 다음날 아줌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
덩치도 커다랗고, 털도 윤기나는 늠름하고도 귀여운 나를 고양이든 사람이든 모두 좋아했어.
저 평상 위에 누워서 나른하게 햇빛을 쬐고 있으면,
예쁜 암컷고양이가 다가오기도 하고, 슈퍼 아저씨가 다가와 날 툭툭 쓰다듬으며 말했지
'네가 이 동네 왕초다, 그치?'
맞아 난 이동네 대장이야.
나는 또 살짝 바람둥이기도 했어.
동네 암컷고양이들은 나와 똑 닮은 새끼들을 낳았지.
이동네 길고양이 대부분이 내 아이들일 정도로 난 힘이 셌어.
그런데 어느 날, 슈퍼아줌마가 내 목에 걸린 빨간색 목줄을 벗겨주었어.
그리고 슈퍼 문을 열지 않았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루쯤 문열기 싫을수도 있지.
난 슈퍼앞에서 다음날을 기다렸어.
조금 배고팠지만, 참을 만 했지.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 날도......
이젠 몇밤인지 헤아릴 수 없게 오랜 날을 아줌마, 아저씨는 돌아오지 않았어.
나는 골목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간식을 구걸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했지.
운이 좋으면 동네 캣맘에게 닭가슴살을 얻어먹기도 했어.
그렇지만 그동안의 불안함과 배고픔은 날 약하게 만들었지.
그동안 몸은 마르고, 눈에는 눈꼽이 끼기 시작했어.
내 털은 푸석하고 더러워지고 빠지기 시작했지.
밤마다 캣맘이 사료를 내놓는 집앞에 찾아가보지만,
힘없고 약해진 나는 길고양이들의 텃세에 밀리는 처지가 되어
좀처럼 사료를 얻어먹기가 힘들어.
가끔은 그 캣맘을 보고 낮에도 따라가지만,
난 그집의 가족이 될 수 없었어.
거긴 벌써 다른 고양이가 날 경계하고 있는 걸 아니까.
그래서 난 기다렸어.
계속. 계속,
슈퍼앞에서.
내가 가족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예전처럼 슈퍼에 들리는 손님들에게 예쁨받을 날이 오기를.
그런데 오늘 본 거야.
낮선 사람들이 슈퍼문을 열고, 안에있는 모든것을 트럭으로 옮기는것을.
나는 남의 집 앞에 앉아서 우두커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어.
가지마요, 내 집을 망가뜨리지 마요.
그 사람들은 내 말을 듣지 못했는지 트럭을 몰고 가버렸어.
그래도 난 아직 슈퍼앞에 있어.
난 여기서 기다려.
무얼 기다리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저 기다리는거, 내 힘이 다 할 때까지 기다리는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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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고양이는 저희동네 작은 슈퍼가 닫으면서 버림받은 유기묘입니다.
밥주는것 외에 중성화라던가 접종은 시킨적이 없던 슈퍼 아주머니는
슈퍼를 닫자마자 이 아이를 무책임하게 내버려두었습니다.
목에 걸려있던 목줄을 빼버리고, 그냥 길거리에 방치해버리셨어요.
그동안 계속 지켜봐왔지만 오늘 슈퍼 내부 기물이 완전히 정리되는걸 보면서,
이 아이는 그 앞에 계속 서 있었습니다.
더이상 이 추운 겨울에 몸이 반쪽이 될 정도로 말라버린 이 슈퍼고양이를 놔둘수가 없네요.
지금 이 아이는 동네 고양이들한테 치여서 변변히 먹이구하기도 힘든 처지입니다.
제가 간간히 챙겨주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고, 이아이가 받는 상처를 치유해줄 순 없습니다.
그래서 혹여나 입양하고싶으신 분이 있으실까 하여 글을 올려봅니다.
비록 다 큰 성묘이고,
엄청나게 미요인 아이도 아니지만,
사람의 따듯한 손길을 그리워하는 아이입니다.
혹시 생각있으시면 카톡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