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먹을 각오로 진지 좀 먹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노인들을 탓하듯이
지금 노인들이 젊었을 때인 일제시대의 노인들을 탓하고
일제시대 노인들은 자신들이 젊었을 때의 개항기 노인들 탓하고
개항기 노인들은 자신들이 젊었을 때인 조선시대의 노인들을 탓하고 하면 문제가 해결됩니까?
청년이 노인을 먹여살려? 그럼 지금 노인들은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금 안 내고 고려장하면서 지냈습니까?
정말이지 세대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이런 이념 도구에 놀아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비통합니다.
요즘 더럽게 욕을 쳐먹고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가 욕을 먹는 이유는
지금의 젊은 세대의 상황에 대한 무지 때문이 아니라 비참한 현상황을 세대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프레임 자체여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김민혁 pd의 뉴스타파 다큐도 정말이지 실망입니다.
김진혁 pd는 적어도 세대간 갈등을 완화하려고 한 거라구요? 그런 식이라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젊은 세대를 위로하려고 한 거 아닙니까?
(권은희 의원 때에도 실망이었는데 진짜 이렇게 통념에 기대서 다큐 대충 만들거면 후원이고 나발이고 집어치울까 심각하게 고려되네요)
어차피 노인에게 좀 진득하니 나이값을 해라고 해도 욕먹고, 인생은 60부터니 방구석에 있지말고 현역으로 뛰어라라고 해도 욕먹습니다.
마찬가지로 청년에게 도전적이고 진취적이 되라는 말을 해도 욕먹고, 현실주의적이고 안정주의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해도 욕먹습니다.
즉 세대론은 아무것도 설명하거나 해결하는 게 없습니다.
시간이 지금 상태 그대로 정지된 개념이라면 세대론이 옳은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세대는 바뀝니다.
지금의 우리들이 늙어서도 같은 말 하실 건가요? 노인들이 1번 찍어서 세상이 이런 거라고?
그럴 거라면 노인들은 할 말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다음 젊은 세대는 아마 또 그럴겁니다. 지금 우리가 1번 찍은 이전 노인들 탓만 하다가 상황 더 악화시킨 주범들이라고.
제발 세대론 집어치웁시다. 그거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우리 것도 아닙니다.
본질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 그것 뿐입니다.
그게 뭐냐고요?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니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치로 부당하고 부정한 현실에 (적극적으로는) 저항하고 (소극적으로는) 물들지 않게 경계하면서 연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득권 싸잡아 욕하면서도 자신이나 자기 자식은 그런 사기꾼 밑에 들어가서라도 넉넉한 월급 받으면서 안정된 삶을 살기 바란 거.
이거,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그러면서 각종 이유를 들면서 자기정당화는 천재급으로들 하죠. 지금 세대론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이 부정하고 부당한 현실이 바뀌지 않지요. 저는 이게 본질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