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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코리언들
게시물ID : sisa_9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미54671;
추천 : 7/2
조회수 : 412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04/09/10 20:26:58
외국인 친구 하나가 코리언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한다.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에도 성공을 한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는 말인줄 알고 미소부터 먼저 얼굴에 떠오른다. 대단하다고 한다면 대단한 데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고 이 설명이야말로 듣고 싶은 말이다. 남이 우리를 칭찬하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데 그가 하는 말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세계의 대부분 사람들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지 않으랴' 식으로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코리언들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김정일 정권이, 한반도 남쪽에서는 이른바 개혁파들이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코리언들이겠는데 이런 코리언들을 어떻게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이 외국인 친구는 말하고 있다. 정말 호기롭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렇다 보니까 이제는 코리아 바깥 사람들이 코리언들을 두려워 해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 진짜로 코리언들은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누군가로부터 어떤 주문이나 암시에 의해 또는 스스로의 자기 설득을 위해 어느 누구도 두렵지 않다는 식의 허장성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스스로 개혁파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그것도 박사 학위까지 갖고 있는 사람이 미국을 한번이라도 가본 자들은 '반미 자주의 대열에 동참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미국의 힘을 두 눈으로 본 자들은 미국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맹목을 요구하고 있는 셈인데 이 맹목을 맹목이라고 지적을 하다가는 수구 골통으로 찍힐 판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다. 미국을 숭배하고 미국을 겁낸다는 숭미(崇美) 공미(恐美)와 미국을 종이 호랑이라고 한 중국 모택동의 발언이 그런 것들이다. 이제 중국은 미국을 종이 호랑이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철 늦게 숭미 공미의 말이 이 땅에 등장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에서인가? 

분단시절의 서독과 한국은 다 같이 동서냉전의 최전선국이자 자유 민주주의의 쇼윈도였다. 그래서 비슷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분단 시절 서독의 진보적인 지식인들도 미국의 패권주의를 싫어하고 미국의 세계정책에 가끔 비판적인 말들도 했다. 그러나 자기들끼리 미국을 욕하다가도 낯선 외국인이 들어서면 거의 예외없이 입을 다문다. 그들은 진짜로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이 두려움이 조심성이 되어 결국은 100년이 지나도 불가능할 것이라던 독일 통일을 앞당기게 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는 통일의 준비도, 민족 자주와 자존의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통일만 돼봐라. 미국과 일본이 문제이겠는가, 본때를 보여주자'라든가 적과의 동침일 수밖에 없는 민족공조를 들먹이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는 자들이야말로 물 생각은 없으면서 그냥 짖기만 하는 속담 속의 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서 이들은 자기 동네 뒷골목에서는 마냥 짖어대다가 큰 길에 나서 자기보다 세다고 여겨지는 대상을 만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들어댄다. 그래서 천지를 모르고 혼자 깨춤을 추는 격인데 이 혼자 추는 깨춤을 온 세상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서독 해군 장교 출신의 한스 칵이라는 사람이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에 역할을 하고, 통일 뒤에는 독일의 내적 통일의 완수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독일 통일의 순간 그는 베를린의 옛 나치 국방성 건물로 찾아간 나에게 '진정으로 통일과 민족 자존의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태도가 더욱 겸손하고 부드러워져야 한다. 그리하여 다른 나라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밖으로는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극대화하는 한편 안으로는 강하게 단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서독은 성공을 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 한국은 반대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밖으로는 우쭐대며 허장성세하고 안으로는 강하게 분열하는 것이 한스 칵이 말하고 있는 그 반대의 방향일 것이다. '지금 한국은 세계 속에서 혼자다'라고 한 미하일 가이어 주한 독일 대사의 최근 발언 역시 그냥 하고 지나가는 말이 아닐 것이다. 한국이 세계 속에서 혼자라면 혼자가 되기까지의 사연이 있을 것이고, 생각과 마음은 어떻든 혼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한국이 이미 편입돼 있는 지금의 세계체제가 상호의존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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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정말로 작고 강한나라이기때문에 밖에다 큰 소리 칠수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강하지만 작은 나라이기때문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밖으로 큰 소리를 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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