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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치과이야기 - 봉사란?
게시물ID : lovestory_19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연치유
추천 : 2
조회수 : 5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5/12/12 12:28:01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봉사일까? 지금은 군복무를 마치고 서울 모병원 신경과에서 근무중이신 선생님이 꽃동네에서 복무 중일 당시에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지금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공중보건의로서 군복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남들보다 편안한 생활이고 행복한 생활이기 때문에 주어진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고 하셨다.



꽃동네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으로부터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때마다 신경과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며 "에이~ 봉사는요 군대 대신 하는 건데요 멀~"하고 겸손해했다. 물론 듣는 사람도 이 사람 겸손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말을 하고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의무인 군복무라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더 성심껏 일할 수 있을까? 의무.. 어감이 짐스러워 좋지 않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여분의 어떤 것을 제한 것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한 이름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의무라면 나는 내가 해야 하는 것들 중 최소한의 것만을 하며 37개월의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내가 접하는 소외된 사람들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만큼,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만큼 더 일하게 되는 것은 무슨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겼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봉사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 일은 봉사가 아닌 것이 될까? 흔히 봉사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행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우직하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봉사자들이다. 때때로 봉사를 위한 모임이랍시고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이 기부한 돈 만큼이나 많은 돈을 들여 사치스러운 파티를 하고 자기를 드러내는 모습을 볼 때면 저 사람들이 봉사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인지 자기 자랑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신경과 선생님이 자기가 하는 일을 굳이 봉사가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 자신에게 엄격했던 이유도 그런 모습을 경계함과 같다고 생각한다. 성경에도 "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여.."라는 구절이 있다. 자기가 한 일을 겉으로 드러내기 좋아하고 자기의 위상을 높이려 했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을 꾸짖으며 세상으로부터 상급을 받으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상급을 구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봉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세상으로부터 상급을 받고 내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일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공간에서 돈 한 푼 받지 않아가며 일해야만 봉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봉사라는 것을 그렇게 어려운 고난의 길로 묘사하고 싶지 않다. 때로는 누군가가 그 수고를 알아주어 널리 알리더라도 때로 일정한 대가를 받더라도, 누군가가 알아주는 만큼 신이나서 자기가 받는 대가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면 그것도 분명히 봉사이다.



봉사를 어려운 고난의 길로 묘사하는 일은 때때로 위험한 발상이 되기도 한다. 봉사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붙이는 것은 처음 봉사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될 수도 있으며 내가 하는 일이 봉사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일도 대개는 자기를 성찰하는 일이 되겠지만 때로는 봉사하는 사람 자신을 너무 견디기 힘든 지경까지 몰아넣어 봉사하고자하는 마음까지도 깎아내리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작은 봉사를 하고도 "아싸! 나 좋은 일 했어!!" 하며 신나할 수 있는 어린 아이같은 마음이 이 세상을 사랑과 봉사함으로 가득하게 한다. 봉사함으로써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야 봉사하고픈 마음도 더 커지며 이어 더 큰 봉사도 할 수 있게 된다. 진정 존경받아야 할 봉사자는 단지 크고 많은 봉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봉사하고도 행복할 수 있는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봉사라는 이름을 더욱 아름답게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주변에서 누군가가 봉사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모습이 표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도 좋고 직접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를 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정말 어이없게도 봉사하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저게 좋아서 하는 건데 멀.."하며 좋은 일의 의미를 굳이 깎아내리려는 사람들도 보게되는데 그런 말만은 부디 삼가주시길 바란다. 진정 그 봉사자가 그 일 자체를 좋아하는 욕구를 가졌다면 그 사람은 봉사가 가진 의미를 깎아 내리려는 사람보다 훨씬 더 숭고하고 고상한 욕구를 가진 사람이며 그 자체로 존경받을만 하다.



사실 봉사는 의무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까운 예로 대한민국의 모든 국군 장병들도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만큼 열심히 복무중이라면 모두 봉사 중인 것이다. 그 적은 월급을 받고도 군소리없이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불침번을 서고 전쟁이라도 난다면 목숨까지 바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들을 의무라는 이름으로 옥죄고 그들의 숭고한 욕구를 착취하지 말자.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한 없는 사랑 또한 어머니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이름으로 격하시키지 말아야 한다. 단언컨데, 의무와 봉사는 종이 한장 차이이며 봉사와 착취사이의 외줄타기만큼 아슬아슬한 일도 없다.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연말, 길거리에 다리 대신 타이어를 매고 엎드려 있는 사람이 있다면 뒷 주머니에 들어있는 동전 몇 개를 꺼내어 주자. 많은 돈도 필요없다. 많은 돈을 주고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모습보다는 동전 몇 개만이라도 주고 수줍지만 밝은 미소를 띠며 걸어가는 당신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며, 여러 주변 사람들을 통해 더 많은 돈을 엎드려 있는 그에게 전해지게 할 것이다. 예수님도 큰 돈을 헌금한 부자들 대신 부자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기만 한 적은 돈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헌금한 과부를 칭찬하고 높이 세우셨다. 봉사는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할 수 있다. 사랑이 이 세상 어느 곳에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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