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혼자 하소연한다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저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문 사립대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지금 벌써 3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고, 이대로만 있으면 별다른 장애 없이 간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다 학부 내내 공부만 열심히 해서 과 수석입니다... 교수님도 이대로라면 이른바 big 3 병원(서울대병원, 아산, 삼성)은 물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기대하고 계세요.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네요.. 토익도 잘 나와요. 토익 스피킹도 레벨 높습니다. 일본어도 2급 있고 다 좋습니다 . 다 괜찮아요.
근데요.... 저는 어릴때부터 꿈이 의사였어요. 제가 중학생일때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아버지는 중풍이 오셨네요. 저는 어머니랑 같이 살아왔지만 우리 언니는 수험생때 원서 접수비가 없어서 수능을 못 칠뻔 하기도 했어요 진짜 찢어지게 가난했지요....
원체 가진거라곤 머리밖에 없어서 공부만이 살길이라 생각했지만 수능에서 미끄러져서 의대 지원할 성적이 도저히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 자체는 똑같지 않느냐. 취업이 정말 잘된다 하더라.하는 생각에 재수해서 꼭 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덜컥 간호학과 지원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학부생활 너무 힘들었습니다. 여자애들 무리가 어떤지 아시나요? 헐뜯고 헐뜯는 무서운 정글이에요. 거기다 돈도 없고 찌질한 주제에 성적만 잘나오는 저는 여자애 무리의 표적이 되었네요. 지금도 그렇구요 ㅋㅋㅋ
지금 가장 힘든건.... 병원 실습을 나가면서 간호사분들이 어떤일을 하시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나서야 제가 정말 길을 잘못 택했구나 싶어요. 간호사가 되기가 너무 싫어요. 거기다 더 괴로운건 뭔지 아세요? 병원에서 실습하면서 내가 항상 꿈꿔왔던 의사분들을 매일매일 본다는 거에요 .
집도 지방인 주제에 없는 돈 꾸역꾸역 들어가며 간호학과 와서 간호사가 되기를 한 발짝 앞에 둔 지금 너무너무 관두고 싶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장학금으로 거의 버텼지만 학자금 대출도 약 천만원가량 있어요. 어머니는 요새 몸이 많이 안 좋아졌고.... 연세도 연세지요. 하나뿐인 언니는 취업이 안되서 일년째 아르바이트 신세네요... 제가 여기서 무너지면 안되는 거겠죠? 전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도 제대로 살고 싶어요... 저 정말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요... 아침에 눈뜨는게 두려워요. 이대로 그냥 잠들고 싶어요 제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