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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아버지..
게시물ID : humorbest_94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야
추천 : 41
조회수 : 1277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5/28 11:12:27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5/26 21:39:37
이하 글은 2월 하순 어느 저녁에 제 일기장에 썼던 글 입니다.

여기에는 안쓸려고 했지만... 

아마 맨날 들어올거 같은 싸이이기에... 

맨날 보면서...각성하려고.. 

일기에 썼던 내용 그대로 쓴다. 

2005.3.1 

2주만에 펜을 든다. 

내가 오늘 펜을 든 이유는.. 나를 울린 아버지 때문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우리네 아버지들은 말이 없으시고 

무뚝뚝하다. 그리고 우리와의 대화도 적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를 하지 못했다..아니 

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안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군대시절, 전역하기 전에는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생각했었던.. 

'전역하면 꼭 부모님께 잘해드려야지'.. 

군대 갔다온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생각하는 말이다. 

하지만.. 전역하고 나서의 나의 생활은.. 군대가기1달전에 

집에서 퍼져서 놀던 생활과 똑같았다. 군대를 갔다왔나 할만큼... 

새벽까지 게임하다가 지쳐 새벽늦게 자고 오전11시나 되어야 일어나서 

입맛없어서 먹기싫은 밥 먹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서 

게임하다보면, 12시가 넘어서 점심을 드시러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아버지께서 들어오셔서 꼭 내게 물어보는 말 " 밥 먹었니? " 

하면 나는 대답조차 하기 귀찮다는듯, " 그럼 먹지 안먹어~? " 라며 

퉁명스럽게 맞받아치고는...다시 게임에 몰두하고는 했다.. 

그때마다 내가 먹고 난 설거지들을 치우시고 혼자 밥을 차려 쓸쓸히 

드시던 아버지였다.. 

그러던 오늘.. 

간만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친구를 만나 

밥먹고, 머리를 자르고, 학교도 들러보고 그러던 중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그래 우리아들, 어디야?" 

"아.. 칭구만나러 학교 왔어." 

"점심은 먹었어?" 

"어~ 먹었어" 

"그려, 오늘 회먹으러 갈꺼니깐 6시까지 집으루 와" 

"알었어~" 

'딸깍~' 

나는 아버지는 어머니든 반말을 쓴다. 존댓말로 쓰기가 쉽지가 않다.. 

버릇이 되어서 그런건가.. 

어쨌든, 저녁이 되고 우리 가족은 회를 먹으러 갔다. 

아버지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우연히 아버지의 옆머리를 보게 됐다. 

이제는 검은머리보다는 흰머리가 더 많이 보였고, 그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건.. 아기주먹만하게 탈모가 되어있는 옆머리.. 

차마 이게 뭐냐고 말은 못했지만.. 그때 불현듯 며칠전 일이 떠올랐다. 

어느날, 아버지께서 너 안쓰는 모자 있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 안쓰는 모자가 어디있어~" 라며 역시나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럼에도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시다가 아버지께서 찾으신 모자는.. 

내가 중학교 2학년때 쓰던 짝퉁 필라 야구모자 였다... 

그것을 한동안 아버지께서는 쓰고 다니셨다.. 

그때는 그 모습이 왜 그리 멋없고 남루해 보였었는지, 어울리지도 

않는 모자 왜 쓰고 다니시냐며 뭐라 하기만 했었다. 

그때가 불현듯 생각나면서 가슴속에서 '뭉클' 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서였나... 그모습을 보이기 싫으셔서 그런거였나.. 

그렇게 심란한 기분으로 회를 먹고, 계산을 하는데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어제 번 돈을 건네시면서(아버지 택시하신다..) 1만원을 

빼며 " 이건 내일 가스넣어야지" 라고 하시며 주머니에 넣으셨다. 

그리고 집에 오는 도중... 

느닷없이 아버지께서 만원짜리 한장을 건네시면서.. 

"내일 개강이지? 애들하구 내일 밥사먹어라" 

하셨다.. 

.. 

.. 

.. 

눈물이 왈칵 솟았다..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운전하시고 어머니도 조수석에 타셨고, 

차 내가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다.. 

겨울내내 같은옷 두벌만 입고 다니시던 당신.. 

항상 새벽 일찍 일어나 가족을 위해 일하시던 당신.. 

항상 당신보다는 못난 아들을 먼저 생각하는 당신.. 

사랑합니다. 아버지.. 

저.. 잘할게요 아버지.. 

지금 이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난다...제길..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 

이상이 2월 하순 어느 저녁에 제 일기장에 썼던 글 입니다.

정말..이때는 잘해야지..열심히 살아야지.. 했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맨날 아버지 어머니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저 내기분 내키는대로만 행동하네요.
오유분들...
지금 집에 계시다면 어머니나 아버지와 함께 10분만이라도 같이 있어보세요.
겉으로는 내색 안하실지라도..
너무..좋아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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