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한 아주 오래된 편견이 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말이 붙을 정도로 늘 좋은 성적은 낼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가 따라다닌다. 타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지만, 당사자인 삼성 양준혁(35)은 이런 극찬이 달갑지만은 않다. "저라고 쉽겠습니꺼. 그렇게 봐주시니 그런 거죠." 시즌 초 통산 1,600안타와 1,000타점을 넘어서며 장종훈(한화)의 기록을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는 양준혁은 또 하나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7일 현재 92안타를 올리며 12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에 8개만을 남겨두고 있어 전반기에 기록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겨우 100안타쯤으로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마해영(기아)과 올해 일본으로 건너간 이승엽(지바 롯데)이 지난해 9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 기록을 세웠고, 박재홍(기아)이 8년 연속 기록을 이어가고 있을 뿐, 그를 따라올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은퇴선수 중에서도 김형석(전 OB)의 8년 연속이 최고로 남아 있을 정도로 양준혁의 기록 행진은 프로야구사에 값진 일이 되고 있다. 양준혁은 삼성으로 복귀한 2002년 부진에 빠지며 입단 첫해인 93년부터 이어온 10년 연속 타율 3할이라는 대기록에 구멍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또다시 넉넉히 3할 타율을 유지하며 11번째 타율 3할 시즌을 치르고 있다. 개근을 하며 우등도 해야 세울 수 있는 연속기록에서 3할 타율은 빠졌지만 세자릿수 안타 기록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까지 유지해나갈 각오다. '팀에서 필요없을 때 그만둘 것'이라는 양준혁의 계획과도 맥이 닿는다. "부끄러움 없이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고요." 양준혁의 목소리에는 재능을 타고난 천재의 자신감이 아닌 12년간 흘린 땀 냄새가 그대로 담겨 있다. 안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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