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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해피투게더> 함께이기에 고통스러웠던 사랑
게시물ID : movie_396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모닉F
추천 : 4
조회수 : 80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26 09:37:11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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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Happy Together 1997

(원제 춘광사설 洩 구름 사이로 갑자기 비추는 봄 햇살)


함께이기에 고통스러웠던 사랑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함께 호흡하고, 너와 나의 생각이 뒤섞이면 우리라는 공동의 실존이 형성된다. 그래서 연인이 된다는 건 나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오롯이 기울인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나의 실존이 그 사람과의 관계 없이는 더이상 설명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쩌면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서로에게 완전한 만족을 줄 수는 없다. 사랑한다는게 그래서 기쁨과 고통을 오가는 지난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해피 투게더>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역설적이게 함께이기에 점점 더 고통으로 치닫는 연인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는 아르헨티나에서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는 도중 서로에게 지쳐 이별을 선택한다.  그런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유흥 업소에서 일하던 아휘 앞에 보영이 다시 나타난다. 처음에는 새로운 애인과 함께. 두 번 째는 그 애인에게 버려져 상처로 가득한 채. 아휘는 자신의 집에 보영을 들여 침대 한 쪽을 내준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아휘는 보영을 정성껏 돌보지만, 제멋대로인 보영에게 다시 상처받을까 마음을 온전히 주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다 . 순간적인 외로움 때문이었을지, 아니면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지 모를 이유로 아휘에게 되돌아온찾아온 보영에게 아직 자신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퉁명스러운 아휘는 오히려 귀엽게만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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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하며 함께이기를 선택한다. 여전히 제멋대로인 보영이지만 어느새 점점 둘의 리듬이 하나가 되어가는 듯 싶었고, 서로의 믿음도 조금은 다시 회복되어가는 듯 했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같은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와 함께인 것 자체가 중요했을 뿐이다. 보영과 아휘는 서로를 필요로 했다. 어쩌면 사랑도 마찬가지다. "이러이러해서 그 사람이 좋아"라는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사랑하기에. 그저 사랑하기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아니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거니까. 

"니 퇴근을 기다렸어 멍청아", "그럼 뽀뽀 한번만, 치지마 나 손 다쳤잖아."라며 칭얼대는 보영대면 아휘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휘는 첫 이별부터 보영의 모든 면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와 함께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사실은 그의 손이 낫지 않기를 바랬다. 아픈 그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라는 아휘의 대사는 그가 감내하고 있는 사랑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한다. 함께 있는 것조차 고통스럽지만 떨어져있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서로를 의심하지만 함께일 수밖에 없는 두 남자는 아름다운 탱고 선율에 서로의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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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만큼 비극적인 일이 또 있을까? 보영은 손이 낫자 원래의 방탕한 생활로 차츰 돌아간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에 더해 보영을 감내해야 했던 아휘, 구속된 사랑을 버티지 못하는 보영. 서로는 함께이지만 서로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들에게 함께있는 것조차 사실은 어려웠던 것이다. 어렵게 회복했던 믿음이 순식간에 사라져감을 느끼자 아휘는 절망에 빠진다.  언제나 "우리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보영은 아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애증의 존재다. 함께일때조차 외로워지며, 떨어져있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그래서 그 둘의 관계는 비극이다. 어쩌면 진정 타인의 존재 자체를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휘를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위로해주주는 인물은 장(장첸)이다. 어쩌면 그야말로 아휘를 진정으로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절대 표현하는 법이 없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고, 아휘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은 "네 목소리를 여기에 녹음해. 너의 슬픔을 세상의 땅 끝에 묻어줄게."라며 녹음기를 아휘에게 건낸다. 서로에게 다가갈 여력도, 힘도, 기회도 없었던 아휘와 은 서로 다른 쓸쓸함을 간직한 채 서로의 길을 떠난다. 은 그 길로 남미 최남단의 땅 끝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세상에 끝에서 재생된 녹음기에는 아무 것도 녹음되어 있지 않았다. 아휘는 혼자 이과수 폭포를 찾아간다.

홀로 남겨진 보영은 원래 그러했듯 끝없이 새로운 만남을 탐닉하지만 점점 더 공허함에 빠져들 뿐이었다. 그는 아휘를 사랑하지 않은게 아니다. 순간적인 쾌락으로 빠져들수록 오히려 아휘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아휘를 다시 찾아가지만 아휘는 떠났고, 보영은 그의 채취가 남아있는 이불을 끌어안고 통곡한다. 그 누구에게 잘못을 물을 수 있을까. 둘은 자기 방식으로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고, 부딪혔고, 실패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은 영원히 반복될 수 없다. 지워내고, 다시 쌓아가고 하는 와중에도 우리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어떤... 벽을 쌓아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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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영과 함께 가려고 했던 이과수 폭포에 혼자 도착한 아휘도 걷잡을 수 없는 고독에 휩싸인다. "이과수 폭포에 도착하니 보영 생각이 났다. 슬펐다. 폭포 아래 둘이 있는 장면만 상상해 왔기 때문이다."라며 슬픔에 젖어있는 아휘에 쓸쓸히 방 안에 앉아 이과수 폭포가 그려진 전등을 멍하니 쳐다보는 보영이 오버랩 된다. 둘은 함께임을 버티지 못했지만,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때 서로를 지독히 그리워했다. 거대한 폭포가 끝없이 쏟아지듯 그들은 불가사의한 감정에 흠뻑 젖는다.

아휘는 홍콩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만에 들러 우연히 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를 발견한다. 가게에서 의 사진을 하나 챙기며 그는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이별에 대해 생각한다. 이과수 폭포와 세상 끝에서의 경험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절망의 끝과 새로운 희망일까.아휘는 보영을 죽을 때까지 그리워할까. 아니 어쩌면 보영이 아휘를 영원히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 은?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그러나 죽도록 사랑했던 두 남자와 또 다른 한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 제목처럼 사랑은 구름 사이로 갑자기 비추는 봄 햇살처럼 갑자기 찾아왔다가 사라지고마는지도 모르겠다. 

Happy Together라는 제목은 그래서 슬프다. 쓸쓸함과 외로움으로 가득한 이 영화의 제목이 Happy Together라니. 영화가 끝나갈 무렵 the turtles의 Happy together가 흘러나오자 한동안 그 순간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아휘 曰 "...난 늘 그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고독해지면 다 똑같다는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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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투게더 OST - Happy together (원곡 the turtles)



○ 출처 : 블로그 영화/문학/사회 '이야기와 삶' http://blog.naver.com/adsl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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