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건 많고 해봤자 돈이라고는 이만큼도 안나오지. 교수가 된다해도 여전히 가난할거야. 울 교수님만 봐도...ㅜㅜ
그래도 좋은걸... 학비번다고 알바하느라 밤새다보면 울적해지지만 공부하는 건 참 좋은 일이야. 교수님도 내 생각에 귀기울여 주시고 동기들 선후배들도 참 많이 도와줘. 가족들도 너같은 애는 공부해야 한다고 응원해주고.
비록 당신은 가난하고, 또 앞으로도 가난할 나를 감당치 못하고 떠났지만 그래도 난 공부가 좋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따뜻하고 충만해지거든, 스스로. 미안. 이런 가난하고 고리타분한 나에게 사랑에 빠지게 해서. 부디 당신에게 나보다 더 다정하고 자주 만날 수도 있고 예쁘게 꾸밀 줄도 아는 그런 여자가 나타나주길 바라. 진심으로. 난 괜찮아. 배고프지만 정말 이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 괜찮아. 다만 나와 함께 걸어온 그 시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줘. 나도 그럴 테니까.
해는 바뀌었고, 나는 나이들고 가진 것 없는 고학력 무능력자지만 그래도 좋다. 사람들이 그딴 배고픈 공부 왜하냐고 해도 좋다.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의 쓸모. 세상의 가장 외진 곳. 배고프고 추운 연구실 한켠에서 웃을 수 있는 새벽. 좋은걸 어떡해. 이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