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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소설) 불안에 대하여
게시물ID : humorbest_9520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밍
추천 : 24
조회수 : 1885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9/27 09:43:02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25 21:09:07
금요일 새벽 2시 반. 나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매주 금요일 난 좋아하는 사람과 새벽까지 통화를 한다. 오늘은 기다리던 금요일. 오늘은 우울한 일이 있었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전화통화 괜찮아? 라고 문자를 보내고 나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피곤했는지 12시라는 나름 이른 시각에 문자로 피곤해서 잘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남겼다. 

이럴 때 난 보통 시시껄렁한 유머 자료를 보거나 공포 소설을 읽으며 저절로 잠이 오도록 유도하곤 했다. 하지만 약간씩 불안의 싹이 마음속에 자라고 있었다. 그것은 머리카락마냥 세세한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었으므로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늘 문자를 보내며 실수를 했나. 애초에 너무 늦게 문자를 보내서 잠들었다가 깨어버려 기분이 상했거다거나 더 피곤해져 버린걸까. 몸이 아픈걸까. 

그래도 계속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보면서 그 안에 빠져들었다. 불안한 마음은 소설속 갈등을 느끼는 주인공에 흡수되고 동화되어 소설속 비현실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한창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참이었다. 묘사가 지리해지고 내용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부분에서 슬슬 눈꺼풀이 내려가고 있었다. 

팡-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마당에서 키우는 개가 방문을 박차고 여는 소리였다. 이제 1살이 된 어린 강아지에게 바깥 수호란 조금 어려운 일이었나보다. 이렇게 밤이 되면 어리광을 피우려고 방에 무단침입을 하곤 한다. 방문은 고장났고 문틀은 노후해서 어차피 꽉 닫을 수 없는 구조였던지라 이 귀여운 침입자를 가끔씩은 반갑게 가끔은 짜증을 내며 어떻게든 맞이해야 했다. 그날의 감정은 후자였다. 

"쉭. 어서 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개는 신음소리를 내며 아쉬운듯 물러나갔다. 그때는 새벽 1시 반 쯤이었다. 

잠이 확 물러나버렸다.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켜고 잠금을 해제하자 아까 열었던 소설의 페이지가 있었다. 묘사가 반복되고 지지부진했던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 잠이 오겠지 하며 다시 소설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개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문을 의자로 막았다.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 속 무한한 듯한 글자들 배열을 보고 반복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스르륵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나름 잠속으로 빠져들게 노력했지만 한편으론 개가 언제 방문을 긁으며 이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낼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맞았다. 갑자기 대문쪽으로 향한 개가 엄청난 기세로 짖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방문을 무거운 의자로 막아놓은 탓도 있고 귀찮기도 해서 놔뒀지만 1분여를 계속 짖어대니 견딜 수 없었다. 방문을 열고 개를 불러들였다. 

개는 짖는것을 멈추고 내 방으로 쏙 들어왔다. 
그때 난 대문밖에서 한 남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我会杀了狗和人."


그 이후엔 알수없는 욕설. 그리고 해석할 수 없는 중국어가 섞인 말이었다. 
대충 들어보니 개나 사람이나 다 죽여버리겠다는  뜻이었다 .

옆집엔 택시기사를 하는 조선족이 살고 있었다. 때때로 이 새벽시간에 들어온다. 그럼 개는 짖어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도둑에게서 보초를 서라고 키우는 녀석이다. 그러다보니 앞집 뒷집 사람. 혹은 그 옆집 택시기사와 함께 사는 사람은 이렇게 불만에 가득한 목소릴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소리를 듣고 나니 내 가슴은 쿵쾅거리며 뛰었다. 그것도 모르고 개는 방 침대밑에 자리잡고 만족한듯 자기몸을 여유롭게 핥고 있다.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내 머리속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해간다. 화가 난 옆집 아저씨는 당장에 우리집에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문을 세게 두드리며 욕을 하고 당장 아무나 나오라고 하겠지. 그러면 문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서 자는 엄마나 아빠가 나간다. 그리고 성격이 거친 아빠는 적반하장으로 누가 잘못한것이냐며 큰소리를 낼 것이다. 싸움은 격해지고 누군가 칼을 꺼낸다. 옆구리에 칼이 꽂힌다. 아아. 피가 난다. 

망상은 그만두기로 했다. 설마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 자꾸 침대까지 기어오르려는 개를 밀치고 눈을 부릅뜨며 위협했다. 개가 깨겡 하며 문쪽 언저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였다. 

퍽 -

하고 천장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돌멩이다. 옥상으로 누군가 돌을 던진 것이다. 돌은 다행히 장독이나 지붕의 기와를 깨진 않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들렸다. 

그 사람이 던진 것이다. 물론 아닐수도 있지만. 내 마음은 이미 밖에서 시끄럽다고 욕설을 해댄 그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있었다. 화가 난 나머지 그는 돌이라도 던졌겠지. 시끄럽게 구는 개를 방치하고, 뭐라고 항의하면 도둑을 경계하는것이 개의 임무가 아니겠냐며 오히려 당연한듯 큰소리를 쳐왔으니 더더욱 화를 쌓아 왔겠지.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불안감을 키우고 있을 수 밖에. 머리카락만했던 불안의 싹은 가슴속에서 자라 온 몸을 가득 채운 듯 했다. 

천장에선 돌이 팽이처럼 돌며 시멘트를 긁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개는 어둠속에서 눈을 빛내고 몸을 핥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방 밖의 마당 저편의 대문 너머 저 옆집의 아저씨는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마도 욕을 하며 식식대고 잠을 청할 것이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숨을 쉬기가 어렵다. 심장은 제어가 안되고 불안감은 머리를 각성시켜버렸다. 가슴이 찢어지고 심장에서 열매가 튀어나와선 땅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난다. 이윽고 불안이라는 싹이 장판에서 새끼를 친다. 벽을 타고 넘나들며 등나무처럼 방을 채운다. 어둠속 두려움을 먹고 자란 식물이 세력을 키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를 집어삼켜버렸다. 





fin


by 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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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그리고 그날 전 밤을 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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