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멋있는 친구’라는 막말을 해 전 세계 카톨릭 신자들의 공분을 살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라디오와 인터넷 등을 통해 미 전역에 방송된 주례연설에서 최근 중동·유럽 순방의 일정과 성과를 설명하면서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영광이었다. 그는 정말 멋지고 대단한 친구(reallywonderful-a great guy)”라고 말했다. ‘가이’(guy)는 미국에서 상대방을 편하게 부를 때 흔히 사용하는 말로 ‘여러분’ ‘친구’ 정도의 뜻이다. ‘포크(folk)’ 정도가 비슷한 표현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나온 기자들에게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때 ‘guy’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세계 카톨릭의 수장이자 살아있는 성자(聖者)로 추앙받는 교황에게 사용하기엔 상당한 결례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외국 순방 기간이던 지난달 24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만나 30여 분간 면담한 바 있다. 트럼프는 면담 후엔 트위터에 “오늘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聖下·His Holiness)를 만나 평생의 영광이다. 어느 때보다 우리 세상의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단호한 마음을 갖고 교황청을 떠난다”고 극존칭을 썼다.
때문에 워싱턴 주변에선 트럼프 특유의 오락가락 화법이 발동했다는 분석과 함께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과 기후 변화 문제 등을 놓고 공개적으로 교황과 설전을 벌인 감정의 앙금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교황이 장벽 건설을 비판하자 “종교 지도자는 다른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 수치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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