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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랑 노무현입니다 보러가서 대성통곡 하고 옴
게시물ID : sisa_9526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난교육자
추천 : 26
조회수 : 1771회
댓글수 : 38개
등록시간 : 2017/06/05 13:56:25
어제 노무현입니다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사실, 노무현입니다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진 않았습니다.
연출적인 상황이 클 수 없는 다큐멘터리가 재밌어봐야 얼마나 재밌겠냐,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요. Food.inc라던지, Religulous나 Inside job같은 영화는 있지만
이런 영화들은 인물을 중심으로 한 휴먼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사건이나 산업, 역사를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었습니다.
거대한 서사가 있는 다큐멘터리와 한 나라의 대통령이긴 하나 한 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스릴이 있을지,
그때는 알지 못했지요.

심지어, 저번에 여자친구와 영화관에 갔을 때에는 '노무현입니다'를 보려다 루즈할 것 같아 '겟아웃'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 겟아웃도 매우 훌륭한 영화입니다^^ 숨도 못쉬고 봤죠)
그러다 노무현입니다를 보러 들어가는데, 여자친구가 화장실에서 휴지를 둘둘 말아오는 겁니다.

"이게 뭐야?"

"휴지"

"ㅋㅋㅋㅋ 울까봐?"

"사람들이 필요하댔어"

그 말에 저는 웃어넘겼지요. 저와 여자친구는 노무현 세대가 아닐 뿐더러 (27, 28세) 학창시절을 전부 해외에서 보낸 탓에
그 시대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없었거든요. 단지 바보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만 몇번 들었을 뿐.

그리고 '문재인의 친구'으로만 노무현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수십번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인간 노무현을 전혀 모르는 사람 조차, 종로에서 부산으로 뛰어든 그에게, 그 용기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고,
제주부터 시작된, 낮은 인지도의 그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풀뿌리같은 '보통사람들'에 의해
이인제라는 골리앗을 꺾고 일어서던 과정도...

그가 겪어야 했을 수많은 굴욕, 그가 베풀었던 수많은 온정, 그를 아는 사람들의 끝없는 증언.

그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유시민, 안희정. 그리고 그를 아는 모든 이들.
이렇게 슬픈 눈의 유시민을, 언제는 본 적이 있었던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노무현의 진심.
연단에서 한마디 한마디,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언어로 던지던 그의 분노가, 국민을 위한 분노임을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아무리 조중동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도, 들으려 하면 들렸을 것을. 비난하던 나와 당신의 아버지.
빨갱이라 낙인찍고 장인을 모욕한... 파렴치한 인간들.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모르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분노를 뿜어내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둠의 노사모라 불리는 일베는, 그것을 다 알고 있겠지요? 나보다 더 노무현에 대해 많이 아는 인간들이니까.
그렇게 그의 연설을 보고,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연구했던 그 새끼들이, 어떻게 그렇게 악마같이 조롱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그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화를 낼때. 화를 내는 것을 보면서 그 뒤에 슬픔까지도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에게 중독 된 거에요. 빠져나올 수가 없죠.'


노무현을 욕하고, 문재인을 욕하던 모든 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꼭 보세요. 절대로. 그리고 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거든 내 돈을 주고서라도 데려가세요. 밥도 한끼 사주면서.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영화입니다. 백마디 말보다, 인간 노무현을 보여주면

그들도 숙연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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