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침 잠 많은 젊은 그대가 일어날 때, 바로 그 때가 아침인가?
아침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모든 사람은 그 한 사람 나름의 아침을 맞는다
봄은 봄이고 여름은 여름이고 가을은 가을이고 겨울은 겨울이지만
모든 사람은 그 한 사람만의 봄을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맞는다
올 해 나는 대구에서는 동백이 아니라 춘백이라고 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봄을 맞았고
자연 유산 후 내가 예전보다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올 겨울의 추위가 두려워질 때 비로소 여름을 맞았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어떤 가을을 맞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계절과 시간을 맞고 있는가
장미의 행복
가시가 가위에 잘려나가 아파도
비닐하우스 속 장미는 행복했다
날 사갈 사람이 찔려서 아파하지 않아도 될 거야
다 키워져 봉오리 맺힌 장미가 가위에 꺾어져
키워준 뿌리, 줄기와 이별해도 장미는 행복했다
곧 누군가 날 사가서 예뻐해 줄거야
풍성한 장미 다발이 아닌
가장 값싼 비닐 포장지에 혼자 싸여도 장미는 행복했다
한 송이 밖에 없으니 날 더 예뻐해 줄거야
성년의 날, 그가 장미를 사갔다
공강 시간에 성년의 날을 맞은 그녀에게 장미를 주며 고백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힘 없이 장미를 들고 집에 왔다
그는 장미를 책상 한 구석에 놔두고 오랫동안 봐주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장미는 행복했다
그가 말려진 장미 꽃잎을 소중히 간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을 만큼 아팠던 첫사랑의 증표가 될 수 있어서
그녀가 생각날 때면 그가 책갈피에 살고 있는 장미를 종종 꺼내봐서
장미는 정말로 행복했다
목솜을 걸어 쓴 시
일요일, 갓바위 올라가는 사람 많은 산길
산길 한 가운데 병든 나비 하나 앉았다
밟힐 세라, 곁에 쪼그려 앉아 지켜보다가
산 속 깊이가 아닌 사람 다니는 길에서
죽음을 맞을 나름의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돌아서서 몇 걸음 가다
한 번 뒤돌아 보니
나비는 사라지고 없었다
신발에 밟힐 위험을 감수하고 목숨을 건 나비가 있기에 이 시를 쓸 수 있었고
모든 엄마는 자식을 낳기 위해 목숨을 걸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