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면하기 전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사람을 죽였잖아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어수룩한 사람이 앉아 있더라고요. 평범한 사람도 이렇게 돌변할 수 있다는 게 참 무서웠습니다.”
‘사형은 사람이기를 포기한 악마에게 선고한다. 임 병장은 악마이 아니다. 그러므로 임 병장에게 사형을 선고해선 안된다.’ 라는 게 김 변호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김 변호사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이게 임 병장이 저지른 일은 용서하지 못할 죄였다. 재판이 시작되자 곱지 않은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족을 만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역설적이게 사형을 확정 선고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다. “대법관 13인 가운데 4인이 사형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군대가 일을 키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군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법원이 던졌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