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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0-4)
게시물ID : lovestory_95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14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5/23 10: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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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0. 신탁통치(4)



 “부왜파들 재산을 무조건 몰수하자는데 따지자면 애매한 것도 있지 않겠소. 가령 원래 만석꾼이었던 자들은 어떻게 해야 되오?”

 “그럴수록 더 몰수를 해야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가난한 인민들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부자놈들이 뭐가 어려워서 반역을 한단 말입니까? 도둑놈을 잡으면 훔친 돈만 회수하고 방면합니까? 징역도 살리지 않습니까? 몰수는 바로 벌금인 셈이지요. 천석꾼이었던 자는 부왜반역을 했다면 천석만큼의 죄가 있고, 만석꾼이었던 자는 만석만큼 죄가 있으니 그만큼 벌금을 물린다는 뜻이지요.”

 이기범의 질문에 대한 김경재의 답변은 단호했다.

 “지금은 손자가 그걸 물려받았는데......”

 “손자가 아니라 고손자라도 당연히 몰수를 해야지요. 그래야 조상들이 반역을 하면 자손들까지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앞으로는 누구라도 반역을 안할 거 아닙니까. 후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지 않으면 그놈들도 부왜파로 규정하고 처단하는 법도 만들 겁니다. 부왜반역자들의 후손들은 대대손손 조상을 원망하며 살게 될 겁니다.”

 김경재의 주장에 강성종은 속으로 박수를 쳤다. 반민특위위원장에 김경재를 인선한 여운형이 더욱 존경스러웠다.

 그때까지 잠자코 듣고만 있던 여운형이 입을 열었다.

 “몰수 대상이 되는 토지와 물건은 철저히 파악하고 접수해서 소작인 같은 수요자 우선으로 분배하고 대금은 장기저리로 상환하도록 하고, 경영 공백이 생긴 공장들은 노동자들이 직접 경영을 하거나 지정하는 대리인에게 경영권을 맡기도록 했으면 좋겠소. 토지는 대금이 얼마가 적정할지는 재정부에서 잘 산출하도록 하시오.”

 한 사람, 두 사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백상열 등 마뜩찮아하던 좌파들도 모두 박수를 쳤다. 

 고개를 끄덕이던 여운형이 말했다.

 “자, 이제 반민자를 처단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합시다. 김동지가 지금까지 파악한 반민자들 실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시오.”

 “현재 반민특위에서 부왜분자로 분류한 자들은 전국에 20만 명 정도입니다. 이 중 악질분자도 3만 이상입니다. 악질분자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됩니다. 부왜분자 중에는 위장으로 부왜를 하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무장투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와 연계가 안 되는 사람들은 그대로 반민자로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경재가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 얼굴에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위장으로 부왜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구만...... 그것 참......”

 “그러나 크게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했다고 하지만 연맹을 결성한 지가 벌써 반년이 넘었습니다. 지금 당장 봉기할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삼척동자라도 왜놈들이 패망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인데 아직도 우리 진영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더이상 위장부왜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말끝을 흐리는 정만규를 향해 김경재가 매몰차게 내뱉았다. 마치 정만규에게 당신도 위장으로라도 부왜를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진택이 물었다.

 “그래 부왜파놈들은 언제, 어떻게 처단할 거요?”

 “거사 직후부터입니다. 행위가 뚜렷한 자들은 즉결처분하고 경미하거나 미심쩍은 자들은 반드시 재판을 통해서 할 겁니다. 부왜파놈들을 처단하는 일은 최대한 신속하게 끝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놈들이 분명히 반격할 겁니다.”

 “설마하니 반격이야 할 수 있겠소?”

 “장담할 수는 없지요.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했지 않습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죽기살기로 덤비겠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쪽의 피해도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전에 가차없이 쓸어버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들이 있다면 형량을 낮춰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되지 않겠소?”

 “진심을 알아낸다는 것이야말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해방이 되고 상황이 정반대가 되고 난 다음 용서를 빌지 않을 놈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벌써부터 용서를 생각하기에는 부왜파놈들의 죄가 워낙 크지 않습니까?”

 찬바람이 쌩쌩 도는 김경재의 말투에 까닭없이 섬뜩해진 조진택은 자신의 목을 한 번 만져보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강경한 임정에 더 강경한 반민특위 위원장이었다. 여운형이 김경재를 반민특위 위원장으로 선임한 것도 부왜파들의 씨를 말리려는 의도였다. 강성에다 위장으로라도 부왜 대열에 낀 적이 없는 김경재는 부왜파를 단죄하는 일에 적임자였다.

 강성종도 김경재와 같은 생각이었다. 부왜분자들에게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한 단죄가 있어야 했다. 그것은 김구의 확고한 신념이었고, 절대다수의 독립운동가들과 반민특위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임정이 부왜파를 처단하는데 이렇게 단호한 입장을 취할 줄은 몰랐소. 임정이 자주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적도 많았는데 이젠 믿을 수 있게 됐소.”

 이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청년단 사무실 겸 반민특위 사무실인 청계천 정도한의 움막에서 김경재가 웃으며 한 말이었다. 반민특위에서 이야기해 온 것들과 임정의 반민족행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은 다를 게 없었다.

 김인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부왜분자들이 그렇게나 많습니까?”

 “이게 많은 겁니까? 임정의 외교부장이신 손동지에 따르면 불란서의 레지스탕스들이 자유불란서에 죽여야 할 나찌 협력자가 10만이나 된다고 보고했다고 합니다. 불란서가 독일군에게 점령된 기간은 불과 4년입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2년 밖에 안 된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10만여 명을 처단해야 된다고 보고를 했다는 겁니다. 물론 식민치하가 오래됐다고 붙어먹은 놈들이 꼭 더 많을 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왜파놈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우리나라로 볼 때는 바람직한 현상이지요. 그러나 죄가 있는 놈들은 가차없이 처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왜제가 천년은 갈 거라고 내놓고 떠벌리는 놈들도 있습니다. 그뿐만입니까. 저도 당해 봤지만 왜놈 순사들이 아니라 같은 우리 동포인 놈들이 더 악독하게 고문을 합디다. 저는 사건이 작아서 그랬는지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 지금 이렇게 멀쩡합니다만 안선생님처럼 고문으로 불구가 된 분은 또 얼마나 많고, 목숨을 잃은 분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금의 혐의라도 있는 자들은 모두 사형에 처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럴 수는 없고, 반민특위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최고형을 집행할 생각입니다. 우리 민족의 만년대계를 위해서 말입니다. 앞으로는 어느 누구도 이민족의 침략에 협력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말 겁니다.”

 모두들 김경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여운형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오. 민족정기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인정주의는 금물이오. 부왜파 처단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대한 것이오. 이제는 법안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특별법원을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시다.”

 여운형의 제안에 따라 특별재판관과 특별검찰관의 인선을 논의했다. 재판관과 검찰관은 부왜분자들의 분포에 따라 지역마다 인원을 달리해서 구성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각 군마다 특별법원을 설치하고 지역 지부에서 재판관과 검찰관을 추천하면 반민특위에서 임명을 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지역의 특별법원은 사형에 처할 죄냐 아니냐만 결정하도록 했다. 훈령이 규정한 악질분자에 해당하는 자들은 바로 사형을 집행하고, 죄질이 가벼우면 형무소 등에 임시 수용하고, 결정을 내리기가 애매한 부왜분자들은 경성으로 압송해 재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임시 수용한 죄질이 가벼운 죄인들이라도 정식 재판절차를 거치게 하고, 봉기한 인민들이 즉결처분한 자들에 대해서도 반드시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부왜파들의 가차없는 처단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죽음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도 모두의 생각이었다.

 건국연맹 맹원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꿈같은 결정들이 전파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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