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에 어떤 거지가 ┏━━━━━━━━━┓ ┃ 집도 직장도 없음 ┃ ┃ 굶주렸음 ┃ ┗━━━━━━━━━┛ 이라고 쓰여진 종이를 들고 서 있는게 보였다... 나는 망설이다가.. 주머니를 뒤져 거스름돈을 꺼냈다. "Here, I have a dollar for you.." 내가 1불짜리 지폐를 내밀자, 떨리는 손으로 덥썩-_- 지폐를 받아든 그는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란 턱을 힘겹게 움직이며 모습과 전혀 안어울리는 밝고 청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Thank you! God bless you!" ............신의 축복이 있기를...! 거지들이 사람들에게 돈을 받을 때마다 으례 하는 그 흔한 말을 들었을 뿐인데.. 무엇이 나를 멈춰서게 했을까..
누구는 정치인에게 몇 억을 주고 감옥엘 가고.. 나는 거지에게 1불을 적선하고 신의 축복을 받고.. 들쑥날쑥한 세상의 기준이 어지럽다. 이유없는 칭찬과 비논리적인 질타가 난무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른 표본을 따라야한다. 어제는 되고 오늘은 안되는 우스운 규칙들이 자꾸 생겨나고, 여기서는 옳은 것이 저기서는 그른 것이고, 그들이 하면 '적합'한 모든 것들이 내가하면 '부적합'한 것들이 되어버린다.
내 등 뒤에다 대고 신의 축복을 빌어주던 거지 할아버지의 너무도 큰 목소리에 멈칫... 멈춰서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때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돌아서서 그 할아버지에게 주머니에 남은 거스름돈을 다 드렸을 것이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가끔씩....... 손가락이 살짝 베었는데.. 팔이 부러진 것보다도 아플 때가 있다.. 가끔씩은 누군가의 흥얼거림이 거리의 소음보다 크게 들릴 때가 있다. 가끔, 거지의 축복이 신부님의 설교보다 와 닿을 때가 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그 순간들이 모여 삶의 기억이 되는 것 같다..
집에와서 마켓에서 산 것들을 정리하는데 또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내가 산 8불 하고도 25전 어치의 복숭아는 며칠 만에 동이 날 것이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에게 받은 그 1불 어치의 축복은 얼마나 오래 기억될까... 나 정윤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받고 살면서... 누군가에게 축복을 빌어줄 만큼 감사했던적이.. 몇번이나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