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국축이건 해축이건 가리지 않고 보는 사람입니다.
축구를 즐기려고 보지 분석하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처럼 축구를 보는 시야는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어제는 우연히 94년 한국과 스페인 경기를 유투브에서 보게 되었는데
왜 그런지 그냥 수비를 유심히 보게 되었고
한참을 보니 나름 차이가 보이더라고요.
스페인 선수들은 수비들이 계속해서 옆의 선수들을 보면서
공간을 찾고 라인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무조건 사람에게 달려드네요.
내려 앉을 때도 같은 수비 선수들에게도 시선을 주면서
선을 맞추고 공간을 지키는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오로지 상대선수들만 봅니다.
홍명보는 수시로 내려오고.
지역방어라는 개념이 아예 없고 스페인과 같이 라인을 형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흥미가 당겨서 2002년 월드컵 때 이탈리아와의 시합을 다시 보니
그때는 수비들이 라인을 유지하려고 하더군요.
다시 98년 네덜란드와의 시합을 살펴보니 이 때는 94년과 다를 바 없고
그 1년 전 일본과 예선 시합을 보니 역시나.
그래서 얼추 한국 국대 축구에 지역방어가 시도된 게 2002년 정도부터인가보다 하는 추측을 하게 됐습니다.
90년대 축구 중계를 보면 많이 들었던 말이
'일자수비', '옵사이드트랩' 이런 말이었습니다만.
들어보면 이건 상대의 것이지 한국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국팀은 이런 전술을 거의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을 했던 것 같아요.
늘 상대의 옵사이드트랩을 조심해야 한다느니,
상대의 일자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한다느니 하는 말만 했고요.
지금 보니 일자수비니 옵사이드트랩이니 하는 말이 특별한 전술이 아니라
사실 대형을 유지하고 지역방어를 하는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구현되는 것이었고
대인방어 위주의 한국 축구에서는 저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던 거죠.
또 그 당시 많이 듣던 해설 멘트의 하나가
아시아 선수들만 상대하다가 국제 무대에 나가 다리가 긴 서양선수들을 만나게 되면
패스나 돌파가 자꾸 긴다리에 걸리게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니 그게 긴다리 때문에 걸린 게 아니라
지역방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는 지역을 점하고 있으니 한국의 패스길이 뻔히 보이고
또 돌파를 하려고 하는 경우도 지역을 점하고 있던 선수가
길게 움직일 필요없이 순간적으로 압박하면서
손쉽게 볼을 차단하더군요.
대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한국은
시종일관 뛰어다니고 상대와 1대1로 거칠게 도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렇게 뛰어다니고 맞부딪치면서도
후반까지 체력을 유지했던 걸 보면 말입니다.
94년도 독일과의 경기도 체력이 떨어진 독일을 후반에
체력으로 몰아부치죠.
97년 일본 전에도 보면
일본은 이미 지역방어에 기초해 진형을 유지하고
그들 간의 패스로 체력을 최소화하는데
한국은 뛰고 뛰고, 들이받고 들이받고,
그런데도 정작 후반에 체력이 떨어진 건 한국이 아니라 일본.
당시 한국은 비교적 세련된 서구 축구에 그렇게 대적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이미지는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많이 뛰는 축구로 각인된 것 같기도 하고요.
실제 그 당시 서구의 한국축구에 대한 평가를 전하는 중계진의 멘트에는
'한국 축구는 뛰기만 한다'라고 했었습니다.
2002년이 강했던 건 히딩크 감독이 이런 대인 위주의 거친 스타일과
지역을 중시하는 스타일과 접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렇습니다.
우연찮게 시합영상을 보다가 이어진 생각이었습니다.
그냥 비전문가의 감상일 뿐이니
너무 뭐라진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