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구가 많았어요.
초등학교때부터 애들이 마당발이라고 할 정도로
이 애들 저 애들 두루두루 친했죠.
친하진 않더라도 저랑 같은 학년 전체 친구들
이름이랑 얼굴을 다 알 정도였으니까요.
중학교를 올라가니 더 많은 친구가 생겼어요.
고등학교를 올라가니 더더 많은 친구가 생겼어요.
학원을 다니는데 학원 실장님이 신입생들을
내게 인사 시켰어요. 잘 챙겨주라고.
더 더 더 많은 친구 동생 언니 오빠들이 생겼어요.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그게 절 힘들게 했어요.
고3
내 인생에 꽤 중요했던 시기에
저런 인간관계에 허탈함,배신감,피곤함 등을 느꼈어요.
충격도 많이 받았죠.
남들 다 살 찌는 고3 그 시기에
전 15kg이 빠지고 원형 탈모가 왔으니까요.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입을 닫았어요.
웃음도 잃었구요.
다들 제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라구요.
겉으로만 친하던 사람들이요.
그게 싫어서 금방 제자리 비스무리하게 돌아왔지만 ㅎㅎ
중학생때부터 대학생때까지
제 주위엔 제 마음을 쉽게 생각하던
절 힘들게 하던, 이용하려하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오죽했으면 제 절친이
"네가 주위에 아는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거에 비례해서 이상한 사람들도 주위에 많은거야"
라고 했었죠ㅋㅋ
대학생때 어떤 일을 계기로
대학동기들과 적당히 친하게는 지내되
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어요.
주절주절 하긴 했지만.....
제 옆을 변함없이 든든하게 지켜주던
친구 두명이 있어요. (다른친구들도 더 있지만!!!!!)
한명은 위에서 말한 절친이고 한명은 유학생이라
방학때만 만날수 있는 친구에요.
제 생일이 1월 말인 탓에
그 친구 유학생 되면서 한번도 생일을 같이 보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친구가 휴학을 하면서 한국에 머무르게 되어
오늘 같이 밥을 먹고 왔네요ㅎㅎ
친구가 선물이랑 같이 편지를 줬는데
방금 읽고 혼자 펑펑 울었어요.
슬픈 내용의 편지도 아니고 그냥 별 얘기 없는데ㅋㅋㅋㅋ
추억 얘기 웃으면서 몇개 써있고
세월이 너무 빨라서 이젠 좀 무섭다
건강이 최고니 항상 건강하자.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어감을 자각시키는
그런 짧은 편지였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읽다가 눈물 폭탄 터짐.......
12년 넘게 어릴때부터 친구고
우리 둘은 터프해서 서로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던 친군데
괜히 서로 부끄러워서 글자로,편지로 마음 전해주는건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ㅋㅋ
편지에도 어색함이 가득 묻어나네요ㅋㅋㅋㅋ
편지 끝으로 가더니 갑자기 하오체가 나오고ㅋㅋ
울다가 하오체 보고 오그라들어서 웃음ㅋㅋㅋ
아.....그냥요...
그러니까.. 지금 일기 쓰다가
저도 모르게 갑자기 생일 편지 받은게 자랑하고싶어서
게시판에 글을 쓰네요.....
저 오유하는거 친한애들 다 알고
걔네도 오유해서..... 익명으로 쓰고싶었지만ㅠㅠ
자랑게가 더 맞을 것 같네요.
사실 저 얼마전에 베오베에 10여년 절친이랑
절교했다는 글 보고 마음이 아프고
두려움을 느꼈어요.
저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부모님을 여의는 것 만큼 슬플테니까요.
부족한 저이지만
항상 더 솔직하고 배려하고 노력해서
지금 제 곁에 있는 친한 친구들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ㅎㅅ아 ㅁㅅ아
너희들이 이 글을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너희도 항상 건강하고
투정부리는 나 아껴줘서 고마워
우리 모두 준비하는 일들 잘 됐으면 좋겠다.!!
나중에 호호 할머니 되어서도 할매3인방 되자ㅋㅋㅋ